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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원 준다 해도 한국사람은 안 와”

의정부=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1-12 19:03

中企 '외국인력 고용' 전쟁 - 상반기 배정 쿼터 2만5000명
전국이 추위로 꽁꽁 언 가운데, 중소기업 사장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노숙(露宿)하는 진풍경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11일 밤 10시.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고용센터 앞은 거대한 캠핑장이었다. 차도(車道)에는 차량 30여대가 줄지어 늘어섰고 인도(人道)에도 텐트 3동이 설치됐다. 한 대형 천막 안에는 10여명이 음식점에서 쓰는 LP가스통에 대형 버너를 연결해 추위를 쫓아내고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좀…" 中企사장들의 밤샘 구인행렬… 전국이 꽁꽁 얼어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2일 자정, 경기도 의정부 고용센터 앞에 20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12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으로 발급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받기 위해 길게는‘3박4일’동안 노숙생활을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때아닌 노숙 생활에 나선 200여명은 의정부·동두천·양주·포천시의 중소기업 사장들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이 센터에서 12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으로 발급하는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받는 것이었다. 이날 의정부를 비롯해 전국 51개 고용센터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 노숙 행렬

올 상반기 중소제조업에 배정된 신규 외국인 근로자 할당량(쿼터)은 2만5000명. 인도네시아·네팔·캄보디아·방글라데시 등 15개국 출신들이다. 중소기업은 반드시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받아야 정식으로 이들을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올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신규 외국인 근로자는 9만8881명. 하반기 쿼터까지 합쳐도 총 4만9000명으로, 수요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신청일자가 다가오면 중소기업들이 먼저 인력을 뽑으려고 노숙까지 불사한다.

 

이틀 전인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포천의 섬유회사 사장 신흥수(50)씨는 아예 50만원짜리 노란 텐트를 장만했다. "첫날은 그냥 길바닥에서 잤는데 뼛속이 시릴 정도로 추웠어요. 외국인 근로자를 뽑기 전에 내가 먼저 얼어 죽겠다 싶어 텐트를 샀죠." 다른 사람들은 3000원씩 돈을 걷어 대형 천막과 LP가스통을 빌려 불을 피웠다.

천막 안에 들어가자 가스 냄새 때문에 10분만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고교 2년생인 최송이(17)양은 이 천막 속에서 2박3일을 버티고 있었다. "부모님이 원단공장을 하세요. 두 분은 일하시느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제가 대신 줄을 서기로 했어요."

최양 옆에서 불을 쬐고 있던 포천시 조흥섬유의 박모(52)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 1명 뽑으려고 이게 무슨 난리냐. 열 받으니 '뚜껑'이 열린다"며 쓰고 있던 털모자를 휙 벗었다.

밤이 깊으며 날씨가 더욱 추워지자 이들은 자체적으로 순번표를 만들어 밤 9시·12시·새벽3시 등 3시간씩 나눠 출석체크를 하기로 했다. 순번표를 받은 사람들은 고용센터 바로 옆 주차장에 하루 4만원을 내고 세워둔 차량, 단체 관광버스, 24시간 은행 현금인출기 부스 등으로 흩어졌다가 출석체크 시간에 다시 모였다. 밤 12시 출석체크에 걸린 시간은 15분. 강추위에 장갑을 낀 기자의 손가락은 차갑게 식었고, 털부츠 속 발가락도 감각이 무뎌졌다. 15분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월 200만원 줘도 사람이 없다"

의정부고용센터는 12일 중소제조업체 100곳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발급했다. 업체 1곳당 보통 1~3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할 수 있다. 밤샘을 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날 허가를 받았고, 다른 사람들은 추가 쿼터를 받을 때까지 며칠간 계속 줄을 서야 한다.

중소기업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 이 같은 '공'을 들이게 된 것은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2008년(6만800명)의 20% 수준인 1만3000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국내 취업난이 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국내에 일할 사람이 없는데 무작정 쿼터를 줄이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양주에서 목장갑 생산업체 세진테크를 운영하는 강경환(30) 대표는 "신입은 월 180만원, 경력직은 250만원을 준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넥타이에 양복 입고 일하려 하지, 우리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양말공장인 지성실업의 오순난(60) 사장도 "요새는 자동화 작업이 잘돼 있어 손에 기름때도 안 묻히는데, 아무리 채용공고를 내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농축산·건설업·서비스 업종에서도 외국인 고용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오는 26일에는 어업 분야에 대한 고용허가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일부 농민들은 고용노동센터 앞에 진을 치고 가스레인지로 밥을 해먹기도 했다.

정부도 이 같은 애로를 감안, 최근 외국인 고용자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쿼터는 세계 경제 동향과 국내 기업의 인력수요, 내국인 일자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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