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최근 1년은 서울대 규장각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다음 주 미국에 돌아간다. 12일 광화문에서 만난 혜민 스님은 "전국 대학을 돌며 30번 정도 법회를 했는데, 그때마다 '아파하는 젊은이가 참 많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버드 다니는 아들이 출가하겠다고 했을 때, 속세의 부모는 놓아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광화문에서 만난 혜민 스님은 이 질문에 잠깐 침묵하다 빙긋 웃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젊은이들 만나면 두 가지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와요. '지금 다니는 대학 나와봤자 취직이 안 된다. 관두고 재수할까 고민 중'이라는 얘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 미국에서 법회할 땐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식으로 삶에 대해 철학적 해법을 찾는 분이 많았는데, 우린 훨씬 절박하지요."
그는 "나도 외로워서 트위터를 시작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에 돌아오면 우리말로 누군가와 말하고 싶었다. '나 혼자 깨달아서 뭐하나. 사람들과 함께 가야지'하는 생각도 있었다. "트위터에 남을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는 글이 너무나 많아 안타까웠어요. 나라도 맑고 따뜻한 글을 올려보자 생각했어요. '세상에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다'고 절망하는 분들, 트위터에 남의 말 잘 들어주는 승려 하나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가 트위터에 띄우는 글은 어려운 법문이 아니라 생활 속 쉬운 말이다.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음식 찌꺼기를 떼려면 물 붓고 그냥 기다려야 한다. 상처를 추스르려 애쓰지 말고, 상처받은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보라"고 쓰는 식이다.
혜민 스님은 "승려는 멀고 어렵고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당신 곁에 있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경희대 근처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땐 나이키 운동화 사달라고 부모를 졸랐다. 고등학교 땐 독서실에선 칼릴 지브란의 책을 읽었다. 버클리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하버드에서 석사할 때 전공을 바꿔 종교학을 시작했다. 1999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뒤 프린스턴대에서 송나라 불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승려 겸 학자가 된 지금, 강의 마치고 원룸 아파트에 돌아와 혼자 만들어 먹는 음식은 고고한 사찰 음식이 아니라 어려서 사먹던 라볶이·떡볶이·김치볶음밥이다.
그는 "내가 승려가 된 건 끝없이 분투만 하다가 죽음을 맞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공격적인 언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을 손가락질하긴 쉽죠. 우르르 따라가긴 더 쉽고요. 하지만 바로 그런 순간, 당신은 세상에 휩쓸려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걸 기억하세요. 내가 남을 공격하면 내게도 공격이 돌아오고, 내가 남을 위로하면 위로가 돌아옵니다. 반드시 그래요. 신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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