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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자녀 교육 위해 캐나다에 삶 시작한 이관형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4-06-14 00:00

"가장 큰 즐거움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다섯 자녀 교육 위해 캐나다에 삶 시작한 이관형씨

전직 치과의사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미국 치과의사 자격증 1차 시험 통과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알이 부화하기까지 잠도 자지 않고 알을 지키는 물고기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가시 고기'를 제목으로 하여 아름다운 부성애를 표현한 소설이 출간되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민자 가방 12개, 다섯 아이. 오직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11개월 전 캐나당 땅을 밟은 이관형씨(45)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시고기가 되기를 자처한다.

9학년이 된 첫째 딸과 일곱 살인 막내딸까지 모두 다섯 명. 3학년인 넷째가 유일한 아들이다. "부부간에 사랑이 깊다 보니 다섯 명까지 불어나게 되었네요." 평범하지 않은 자녀의 수는 결코 아들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씨는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라며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어느 한 명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한 다섯 아이는 이씨가 이민을 결정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진료와 세미나 등 바쁜 일정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씨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가치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물질적 도움이 아닌 그저 옆에 같이 있어주는 울타리 같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한국에서 취득한 치과의사 자격증이 허용되지 않아 다시 미국 자격증 획득을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 비교적 안정된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처음 이민 계획을 얘기했을 때 아내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우리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보자 라고 설득시켰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은 아내도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주변 지인과 고등학교 선배 등을 통해 필리핀, 미국, 캐나다 토론토 등 수 차례 이민에 대한 답사를 마친 이씨는 온화한 기후와 소박한 삶을 느낄 수 있는 밴쿠버를 터전으로 정했다. 주변 사람의 얘기와 더불어 이민에 대한 각종 서적을 모두 구입하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등 2년 여에 걸쳐 나름대로 이민 준비를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만나게 된 한국인 홈스테이 가정과 초기정착에 대한 문제를 상의하면서 그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캐나다에 온 이씨 가족. 말과는 다른 그들의 행동과 금전적 이익에만 밝은 모습을 보고, 집을 나온 이씨 가족은 일곱 식구가 지하 단칸방에서 캐나다 삶을 시작해야 했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이민에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각자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 그것은 객관적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순식간에 뒤바뀐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았다. "일곱 살 난 막내가 아이스크림 차를 보고도 당장 돈을 못 버는 아빠에게 그것을 사달라고 할 수 없어서 두 손으로 자기의 입을 막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라고 이 씨는 말했다. 그러나 평소에 궁핍함을 모르던 아이들이 가난을 체험하면서 오히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는 그의 답변은 막내딸의 생각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족끼리 더 뭉치게 되었죠. 가족과 한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큰 소득이었습니다."

의사, 패션 디자이너 등 각자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씨는 학원원장이자 과외 선생님이다. 이곳에까지 와서 사교육을 시킨다면 이민을 온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시험을 준비하던 이 씨는 현재 UBC에서 실시한 미국 치과의사 자격증 1차 시험을 합격한 상태이다.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 큰 안타까움으로 남지만 일단은 나머지 시험을 위해서 더욱 더 신경을 써야 겠다는 이 씨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공부하는 것이 뭐 어려운가요. 가정에서 맡은 일에 충실하는 아내가 제게는 가장 큰 힘입니다."

<김현우 명예기자 namnari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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