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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이 난 한국인들에게 성공이 안 팔린다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1-27 16:01

韓 中 日 인터넷서점 5년치 베스트셀러 분석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한국인, 갈수록 기가 사는 중국인, 쿨한 건지 속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일본인.

최근 5년간 한·중·일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 나타난 세 나라 국민들의 집단 심리다. 북스팀이 예스24(한국)·당당닷컴(중국)·아마존재팬(일본) 등 한·중·일 각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이 발표한 2007~2011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분석해봤다. 어떤 책을 집는지 보면 그 사람 속내가 엿보이는 법.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금융위기가 걱정스럽긴 세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다가오는 나날에 대해 각자가 갖고 있는 자신감은 서로 달랐다. 북스팀이 베스트셀러 내용을 ①분노 ②성공 ③위로 ④기타 등 크게 네 가지 코드로 분류해보니, 화가 제일 많이 난 건 역시 한국인들이었다.

 

글로벌금융위기(2007년) 전까지 한국인은 "악착같이 살자"고 독려하는 책을 즐겨 읽었다.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30위 안에 든 책 가운데 11권이 "하면 된다"고 설파하는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였다. '시크릿'(살림비즈), '이기는 습관'(쌤앤파커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명진출판사)가 대표적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팔린 게 위로하는 책이었다. 30위 중 여섯 권이 '배려'(위즈덤하우스), '파페포포 안단테'(홍익출판사)처럼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책이었다. 그런데 2008~2009년 분위기가 달라졌다. 성공을 파는 책이 주춤했다. 그 대신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과 '도가니'(창비)처럼 체제와 사회의 모순을 분석하고 폭로한 책이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0~2011년에는 이런 풍조가 한층 확연해졌다. 삼성그룹 비자금 파동과 관련한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돌베개)가 돌풍을 일으키고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100만부를 찍었다. 작년 10월부터는 격한 말로 꽉 찬 책 '닥치고 정치'(푸른숲)가 찍기 무섭게 동나고 있다.

 

이젠 성공이 안 팔린다―한국

한편 성공을 파는 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스티브 잡스'(민음사), '리딩으로 리드하라'(문학동네), '혼창통'(쌤앤파커스)이 명맥을 잇는 정도다.

반면 조용히, 그러나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게 위로·성찰·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들이다. 작년 8월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가 출간 8개월 만에 100만부를 찍었을 때만 해도, 출판계에는 "그 책은 이제 팔릴 만큼 팔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수능을 마친 고3과 재수생이 대거 '아픈 청춘' 대열에 합류하면서 새해 들어 150만부도 가뿐히 넘어섰다. 요컨대 한국에선 성공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이 쪼그라들고 ①정의·자본주의에 대한 회의(懷疑) ②위로·공감에 대한 갈증이 몸집을 불렸다. 그 사이 중국과 일본은 저마다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수퍼파워로 간다―중국

중국 당당닷컴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정의를 부르짖는 책이 상위 20위 안에 5년간 한권도 없다. 오히려 수퍼파워 중국의 부활을 내세운 책 '불쾌한 중국'이 인기를 모았다(2009년). 전반적으로 건강·육아·역사를 다룬 책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크릿'이나 '불평없이 살아보자'처럼 성공을 파는 책들이 갈수록 많이 팔리고 있다.

여전히 개혁개방이 진행 중인 사회주의 국가라 그런지, 이따금 예상을 깨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미국 심리학자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먼 길'이 20위에 들고, 작년엔 마르케스의 소설 '100년 동안의 고독'이 돌풍을 일으켰다.

 

안정인가 무기력인가―일본

일본은 한국보다 더 오래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지만, 체제와 사회에 성내는 책이 20위에 든 것은 최근 5년 새 '정의란 무엇인가' 한권밖에 없었다(2010년·종합 5위). 그렇다고 성공을 파는 책이 잘 나가느냐 하면 그것도 들쭉날쭉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의 경우, 상위 20위 중 11권이 '꿈을 이루어주는 코끼리'나 '초보 과장의 교과서'같은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였다. 글로벌금융위기가 지나간 2010년에는 오히려 자기계발서·경제경영서 비중이 8권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5권에 그쳤다.

일본은 출판대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중일 가운데 자국 작가가 쓴 '국산'(國産) 베스트셀러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만화·미용·다이어트 책이 해마다 종합 베스트셀러 20위를 절반 이상 채웠다. 건강 책이 잘 팔리긴 중국과 마찬가지지만, 같은 건강 책이라도 중국에선 양생법을 폭넓게 다룬 책이 인기인 반면 일본에서는 '여의사가 가르치는 정말 기분좋은 섹스' '누워있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골반 베개 다이어트'처럼 좁은 영역을 가볍게 다룬 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분노로 끓는 한국과는 온도가 다르다고나 할까. 최근 5년간 한중일 세 나라 독자들이 동시에 만장일치로 사랑한 책은 딱 한 권,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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