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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어 밀어내고 한글로 '도서관' 새겨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1-31 14:29

독일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찬사받는 건물 바깥벽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市)엔 외벽에 한글 명조체로 또렷하게 '도서관' 석 자를 새겨넣은 도서관이 있다. 지난해 10월 슈투트가르트 마일랜더 광장에 들어선 슈투트가르트 시립중앙도서관이다. 한 변이 45m인 정육면체 형태에 유리블록을 쌓아 문짝 형태의 구멍을 옆면에 각각 80개씩 낸 이 도서관은 네 방위를 상징하기 위해 건물 꼭대기에 각 문화권을 상징하는 4개국어로 도서관을 뜻하는 단어를 새겼다. 독일어, 영어, 아랍어와 함께 동양을 대표하는 언어로 한글이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서구권에서 아시아 하면 떠오르는 중국어, 일본어를 밀어내고 한글을 외피에 단 건물.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의 설계자는 재독(在獨) 한국인 건축가 이은영(56·사진)씨다. 이씨는 1999년 도서관 설계 공모에 당선했다. 이 도서관은 슈투트가르트 시의 새로운 도시 계획 정책을 상징하는 건물로 12년간 7900만 유로(약 117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고국을 위해 '도서관' 석 자를 고집했다." 최근 국제통화로 만난 이씨는 "유럽 땅에 한국의 긍지를 심고 싶어 중국어나 일어를 넣자는 시장과 도서관장을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독일 아헨 공대에서 유학한 뒤 94년 쾰른에 이 아키텍츠(Yi Architects)를 설립했다. 2000년 귀국해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독일로 다시 건너갔다.

한국인의 눈에는 한글부터 보이지만 이 도서관은 건축적 성취로 독일에서 찬사받고 있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묘사했고, 잉그리드 부스만 도서관장은 "이 도서관은 있는 그대로가 우리 시대의 책 문화에 대한 어마어마한 입장표명이다. 전자시대에도 책 문화에 미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도서관 디자인은 절제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듯한 상자형 건물에 온통 흰색이다. 내부 전체가 하얀 도서관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건물을 주인공이 아닌 무대로 하기 위해 순백(純白)을 고집했다. 이 도서관에선 책과 사람만이 컬러다. 이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건축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축의 모든 장식을 걷어내고 공통적으로 있는 원형(原形)을 최대한 단순하게 보여주려 했다"며 "석고 모형 같은 건물을 추구했다"고 했다. 건축계에서 "강렬하고 미니멀한 건축언어"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부는 성격과 느낌이 전혀 다른 두 공간으로 나뉜다. 우선 한 변이 14m인 정육면체 형태로, 건물 중앙에 1층부터 4층까지 통층으로 뻥 뚫린 공간이다. "가장 공들인 공간"이라는 이곳을 그는 '심장(Das Herz)'이라 명명한다. "진공(眞空)과 같은 공간으로 아무 기능 없이 비워뒀다. 일상을 벗어나 인간의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곳이다. 로마의 신전 '판테온'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현지에선 '책의 신전(B�jchertempel)'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 명상의 공간 위에 역피라미드 모양의 점층(漸層) 구조로 5층부터 9층까지 도서관이 펼쳐진다. 중앙에서 상부로 계단식으로 확장되는 디자인이다. 이씨는 "'독서실이 아니라 지식을 탐구하는 곳인 동시에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두 개념을 반영해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슈투트가르트 시의 주문을 디자인으로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 전체를 하나의 도시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이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국내 건축계에선 "근대 건축·디자인을 이끈 바우하우스 운동 등으로 세계 건축사에서 중요한 국가인 독일에서 한국 건축가가 이뤄낸 결실이어서 의미가 크다"(건축전문가 박성태)고 보고 있다. 이씨는 "독일의 건강하고 건전한 건축 문화가 있었기에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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