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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백혈병 女, 난자 빼 냉동 시켰더니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2-21 17:08

미리 보관한 난자로 첫 출산 - 차병원, 9년전 난자 해동 성공… 냉동 난자 재사용 최장 기록
지난 2001년, 당시 22살이던 미혼 여성 안씨(현재 나이 33세)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어느 날 찾아온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부터가 불확실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그에게 결혼은 할 수 있을지,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사치스러운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난자 7개를 빼서 냉동 보관했다. 마침내 그 난자가 '효자'로 돌아왔다. 백혈병이 완치되고, 2009년 봄 결혼해서 냉동 난자를 이용해 아들을 얻은 것이다. 국내에서 암 환자 여성이 항암 치료 전에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서 출산에 성공한 첫 사례다.

차의과학대 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윤태기·김미경 교수팀은 21일 "지난 2010년 보관된 지 9년 된 안씨의 냉동 난자를 해동시켜 인공 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킨 후 작년 7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며 "암 환자도 난자를 미리 보관하면 대리모가 아닌 본인이 직접 자신의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의 출산은 두 분야 현대 의학의 만남으로 이뤄졌다. 안씨를 임신할 수 있을 정도로 완치시킨 백혈병 치료 기술과 10년 가까이 보관된 난자를 꺼내서 생물학적 활성을 복원하는 냉동(冷凍)의학이 만나 기적 같은 일을 만든 것이다. 백혈병은 백혈구 등 각종 면역 세포를 만드는 골수(骨髓)에서 세포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방사선 치료로 자신의 원래 골수 생산 라인을 다 없애고, 타인의 골수를 이식받아 새로운 생산 라인을 깔아야 한다. 안씨도 그랬다. 하지만 이때 난소가 방사선 치료에 집중 타격을 받는다. 매달 난자를 생산하는 세포 활동이 방사선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로 안씨는 난소 기능을 잃고, 배란과 생리가 없어지는 폐경이 됐다.

난자 냉동에는 '유리화 동결법'이 동원됐다. 유리구슬처럼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한 것이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는다. 이렇게 보존해야 나중에 상온에서 해동해도 생물학적 기능이 잘 복원된다. 안씨의 냉동 난자 7개 중 5개가 성공적으로 해동됐다.

9년간 장기 보관된 난자의 재사용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최장(最長)기록이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 난자'보다 딱딱해져,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 수정시킨다.

차병원 의료진은 이런 과정을 국제학술지 '보조생식 유전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현재 차병원에 난자를 보관한 여성 암 환자는 약 100명이다. 3년 보관에 3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김미경 교수는 "외국에서는 나이 많은 미혼 여성이 더 나이가 들어 불임이 될까 봐 난자를 미리 냉동 보존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미혼 여성의 난자 보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암 환자가 아닌 일반 미혼 여성의 난자 보관은 5~6건 정도다. 젊은 남성 암 환자의 경우, 같은 이유로 항암 치료 전에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 조직을 냉동 보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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