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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찢어져요?” 韓 신발에 반한 파리

박세미 기자 run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01 18:20

"이 신발을 종이로 만들었다고요? 신으면 찢어지지 않아요?"

지난 1월 20일 '2012 메종앤오브제(Maison & Objet)'가 열린 프랑스 파리의 노르 빌르뱅트 전시관. '코리안 크래프트 앤 디자인(한국 공예품과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내건 한국관에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본 것은 회색 운동화였다. 겉보기엔 평범한 디자인이었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운동화였다. 바로 우리 전통 한지(韓紙)로 만든 신발이었다.



 

한지사와 면사를 혼합 직조해 만든 스니커즈(왼쪽·디자이너‘로스’)와 오색 보따리(디자이너 조명희).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이 한지 스니커즈 외에도 오색(五色) 가방, 문구, 조명 등 얇은 한지를 가공해 만든 디자인 소품 7점이 스타일·디자인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안목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파리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메종앤오브제는 매년 1월과 9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생활용품 박람회. 한 해의 세계 리빙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이곳에서 한지 작품이 디자인 상품으로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것이다.

이날 전시된 작품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지난해 말 "양지(洋紙)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한지에 동시대성(同時代性)을 불어넣기 위해" 진행한 '한지 상품 개발 디자인 토너먼트'에서 선발한 작품 12개 중 7개였다. 모두 '한지는 전통 가옥 창·문에나 쓰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일상용품이었다. 한지 공방 두 곳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관을 기획한 공예디자인진흥원 류영미씨는 "한지의 제한된 쓰임을 여러 가지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니커즈, 조명등, 벽지·포장지, 연필·필통, 가방, 다용도 바구니 등을 전시 품목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밤에 수유(授乳)를 하는 엄마와 아기를 위한 실루엣 조명등(디자이너 이진영), 테이블 위에 놓고 바구니·화장지케이스 등으로 쓸 수 있는 한지 바스켓(디자이너 황지현 등), 한지를 말아 만든 필통과 연필 세트(디자이너 이화선·양재원).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디자인 그룹 '로스'의 김린(32)·최정아(32)씨가 만든 한지 스니커즈였다. '한지 토너먼트'에서도 우승(장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유럽 관람객과 바이어들은 "우아하고 고상한 데다,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로스팀은 "한지사(韓紙絲·한지로 만든 실)와 면사(綿絲)를 2대 8로 섞어 한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했다"고 했다.

"한지 스니커즈의 가장 큰 장점은 통풍성과 가벼움, 그리고 증발성이에요. 면의 흡수성은 갖추면서도, 면의 단점인 낮은 증발성은 한지사로 보완하는 거죠." 최정아씨는 "한지사는 다른 섬유보다 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면사, 견사 등 다른 섬유와 섞어서 직조하는 것"이라며 "한지가 워낙 증발성이 좋아 맨발로 이 신발을 신고 3~4일을 지냈는데도 발 냄새가 안 나더라"고 했다.

디자이너 이진영(34)씨는 밤에 젖 먹이는 엄마들을 위해 은은한 한지 조명인 '실루엣 조명등'을 개발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한지에 이토록 매력을 느끼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유럽인들이 섬유질이 드러나고 음영이 어우러지는 울퉁불퉁한 질감에 무척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특히 스웨덴 등 북유럽 사람들은 조명에 무척 민감하고 기준이 깐깐한데 이런 독특함 때문에 좋아했어요." 그는 최근 스톡홀름가구박람회에서도 비슷한 한지 조명등을 선보였다.

수출 등을 목적으로 한 상업 전시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거래 계약 등은 현재 디자이너별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로스팀이 한지 스니커즈를 49유로(약 9만원)에 수출하기 위해 유럽 측과 교섭 중인 게 한 예. 파리에 다녀온 디자이너는 한결같이 "한지를 일본 화지와 중국 선지로 혼동하는 유럽인이 대다수였을 만큼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류영미씨는 "다음 전시회에서는 더 다양하고 견고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한지 제품을 선보여 디자이너와 한지 공방의 활로를 열고 싶다"며 "한지 수요 창출을 위해 명함·공공문서 등 디자인 제품을 더 일상적이고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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