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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평소 영어 잘 못해 학우들로부터 왕따당해”

임민혁 특파원 lmhco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03 14:16

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이코스 대학에서 발생한 한인 총기 난사 사건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대학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미 7명이 숨졌으며, 부상당한 3명도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인사회에서는 지난 2007년 버지니아텍에서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의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 고원일(43)씨는 이날 오전 학교 안내원을 인질로 잡고 학교 여성 행정원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실패하자 인질을 사살한 뒤 간호학과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던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옛 학급 친구들을 향해 "모두 벽에 기대 줄을 서라. 너희 모두를 죽이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학생들은 처음에 농담으로 생각했으나 고씨는 한 여학생을 향해 곧장 다가가 가슴을 향해 들고 있던 45구경 권총을 발사하고 이어 공포에 질린 학생들을 한명씩 쐈다. 현장을 목격한 다윈더 쿠어(19)는 "순식간에 10여명이 쓰러졌고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에게도 총을 쐈다"고 했다.

그는 강의실을 나가서 탄창을 갈아 끼우고 다른 강의실에도 총격을 가했다. 오이코스대 김종인 총장은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총장실에서 30여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경찰서장은 "이 모든 것은 몇분 안에 발생했고, 피해 학생들은 저항하거나 도망칠 틈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경찰이 2일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 오이코스대학에서 시신에 시트를 덮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 학교를 중퇴한 한인 고원일(43)이 이날 오전 10시 33분 간호학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에게 총을 쏴 7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AP 뉴시스

 

고씨는 피해자 중 한 명의 차량을 타고 대학에서 8km 정도 떨어진 한 마트로 향했다. 이 마트의 경비원은 "그가 '방금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 경찰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그는 약물 등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오이코스 대학에는 신학·음악·간호학·동양의학 등 학과가 개설돼 있다. 고씨는 2011년 초 이 대학 준간호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고 학생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으며 경제적 부담감까지 겹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 주변 학생들은 "고씨가 수업을 열심히 들었지만 과목 이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학교와도 마찰을 일으켜 몇달 만에 퇴교조치를 당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던 서장은 "고씨는 학생 시절에 주변 학생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제대로 대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영어실력이 모자라는 것에 대해 놀림을 받으면서 소외감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고씨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웬만하면 학교를 다니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다니도록 다른 학생들이 왕따를 시켰다"고 했다.

고씨는 최근 학교를 찾아와 납부한 수업료 반환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교직원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씨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매우 의도적,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며 "단독 범행으로 보이지만 다른 용의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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