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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동생의 비명, 경찰은 태연… 우리 가슴은 두 번 무너졌다"

송원형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13 14:18

수원 토막살인 사건 유가족, 당시 녹음 듣고 피눈물
"다급함 전혀 없었던 경찰… 어쩌면 그렇게 느긋한 지… 그들은 또 다른 살인자"
범인 음성도 미세하게 들려… 경찰,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도 확인 못했던 부분…"

"너무나 간절하고 가슴을 쿵쿵 때리는 비명, 처절했던 다급한 비명에 가슴이 무너졌다. 그리고 너무나 느긋한, 전화 한 통을 받고 시간을 끌고자 하는, 너무나 무성의한 (112의) 대응에 가슴이 두 번 무너졌다. '아프다'는 절규에도 너무나 태연하게 '부부싸움이네'라고 말하는…."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의 유족들이 13일 경기경찰청에서 112 신고 당시 녹음를 들었다. 피해자의 절규와 응대하는 112 요원의 음성이 수록된 7분36초 분량의 녹음이다. 녹취록은 지난 8일 공개됐으나 실제 음성이 공개된 것은 신고 13일 만에 처음이다. 경찰이 발췌한 녹취록을 믿지 못한 유족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피해자 남동생은 "충격을 받을까 봐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녹음을 들은 것은 남동생, 언니와 형부, 이모와 이모부였다.

유족들이 112신고센터에 들어간 뒤 얼마 후 언니의 통곡 소리가 흘러나왔다. 통곡은 5분여 동안 이어졌다. "(경찰이)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게 아니죠!" 남동생의 거센 항의 목소리도 들렸다. 신고센터에서 나온 뒤에도 언니는 벽에 얼굴을 묻고 계속 울다가 동생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기자들 앞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이모와 이모부였다.

"경찰을 배려한다는 생각에 인터뷰 없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녹취를 듣고) '조카의 처절한 비명, 간절함을 이런 식으로밖에 안 했나' 하는 분노에 여기에 설 수밖에 없었다."

―녹음를 몇 번 들었나?

"두 번 들었다. 조카의 비명, 뒤로 가면서 혼미해지는…. 흥분이 돼서 뒷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다."

―큰 충격을 받았겠다.

"조카가 최악의 상태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너무나 무성의하게 대응했다. 살인자만 살인자가 아니고 그들도 같은 살인자가 아닌가. 처절한 소리, 테이프 소리, 아프다는 소리, '가운데 손가락…'(범인이 피해자 손을 테이프로 감을 때 절규한 소리로 추정) 이런 소리에도 '(112 요원들은) 부부싸움이네'라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러더라. 우리가 들으면 설사 부부싸움이라도 출동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당시 112에 있던) 스무명 중에 한 명이라도 다급하게 '이거 장난 아니네', '큰 사건 같은데' 같은 말을 기대했는데 그런 말은 없고. 그들은 어찌나 태연하고 차분한지…. 다급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위로가 되겠는데, 그게 없다는 게 더 가슴이 아팠다."

13일 피해자의 112신고 녹음 파일을 듣기 위해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를 찾은 피해자의 이모와 이모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피해자의 이모는“살려달라고 그렇게 애원하는데 일상 전화처럼 받는 (경찰의) 태도가 이어지면, 제2, 3의 조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범인 목소리가 들렸나?

"미세하게 '안 되겠네'라는, 두 번 들었는데, 사투리 억양이 있었다."(경찰은 이후 브리핑에서 '경찰은 이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피해자가 112신고센터 직원과 대화한 1분 20초 이후에는 비명과 함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112 직원들은 (경찰이 공개한 부부싸움 발언 이외에) 어떤 이야기를 했나?

"'집 안인데', '집 안이야' 이런 소리를 2~3번 했다." 112는 신고 직후 일선 경찰에 내린 지령에서 범행 추정 장소에 '집안'이라는 내용을 적시하지 않아 초기 수색에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

―범인이 같은 방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나?

"(오원춘이) 문을 따고 들어오기까지 다급함이 절절했다. (경찰이 공개했던) 녹취록에서 느낀 것보다 100배 더 다급하게 들려왔다. 다급한 비명 뒤에 조카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이건 장난이 아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구나'라는 것을 112센터 직원 아니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범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조카의 '잘못했어요'라는 소리는 절규였다. 그런데도 부부 싸움이라고 말하다니. 그들도 살인범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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