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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운동장 피범벅 싸움… 교사는 없었다

최수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19 13:45

[전국에 만연한 '학생 폭력'… 영주 자살 학생 중학교선]
서열 가리려 1:1 주먹다짐 - "누가 짱인지 한 번 겨뤄보자"
학교 운동장서 대낮 혈투… 급우들, 격투기 보는 듯 환호
조직 가입하려고 범죄까지, 이진→일진→특진… 조직화

지난달 중순 경북 영주 모 중학교. 점심시간을 맞아 1~3학년 학생 수십명이 운동장 한복판에서 원형으로 둘러서서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가운데선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두 중1 학생의 주먹다짐이 한창이었다. 맞붙은 두 학생은 쉴 새 없이 주먹을 주고받았다. 한 학생이 일방적으로 몰리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옷에 뻘겋게 피가 번질 때가 돼서야 겨우 싸움이 끝났다. 그때까지 교사 누구도 싸움을 말리러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지난 16일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영주의 중학생 이모(14·2학년)군의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낮에 학교에서 '짱'을 가리는 주먹다짐이 벌어질 만큼 학생들 사이엔 폭력이 광범위하게 번져 있었다.

매년 3월이면 이 학교에선 각 초등학교 짱들이 자기들끼리 서열을 가리기 위한 싸움판을 벌였다고 한다. 이 학교 3학년 A군은 "서열이 정해진 뒤에도 자기의 등급을 높이려는 싸움이 학기 내내 이어진다"며 "일진 선배들이 싸움을 구경하다 '××가 이겼다'고 하면 끝이 난다"고 했다.

이 학교의 일진(一陣)그룹에 속한 3학년 B군은 "이번 일(자살사건) 터지고 고등학교 일진 선배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어요. 후배관리 제대로 안 했다고…"라고 했다.

B군은 "일진 선배들은 중학교 관리는 중3이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관리를 못 하면 심할 경우 선배들에게 맞기도 한다"고 했다.

B군이 속한 영주 일진 그룹은 인근 2개 중학교 일진 그룹들과 함께 매주 3∼4번씩 지역 4개 고등학교 일진 선배 그룹을 만나 오토바이를 타거나 PC방·노래방 등을 전전한다. 그룹별로 1∼3학년 학생 8∼11명씩이 포진돼 있고 후배는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엄격한 상하관계가 형성돼 있다. B군은 "○○(유서에 이군을 괴롭힌 것으로 나오는 전군)이 경찰 조사 중이라 못 (만나)봤는데, 만났으면 (나한테 맞아서) 병원 갔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열을 가리기 위한 학교폭력은 결국 힘이 없는 보통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진 그룹에서 밀려난 학생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학생들을 찾아 괴롭히기 때문이다. 자살학생을 괴롭혔던 전모군도 한때 일진 그룹에서 어울리다가 밀려나자 자기보다 약한 동급생 10여명을 끌고 다니며 돈을 뺏거나 어금니가 부러지도록 폭행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여과 없이 서열관계를 정하려 한다"며 "처음엔 놀이로 시작됐다가 어른들의 권력싸움을 모방하면서 점점 문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영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학생폭력이 만연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특히 학교폭력은 점점 조직화, 범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二陣) 위에 일진 있고, 일진 위에 특진(特陣)이 군림하는 식이다.

지난 2월과 3월 대전과 강원도 춘천 등에서는 또래 학생들에게 금품을 뺏고 폭력을 휘두른 10대 폭력서클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었다. 일부는 '조직에 가입하려면 다른 조직 중 한 명과 싸움을 해야 하고, 탈퇴하면 집단 왕따 시킨다'는 자체 규칙도 만들었다. 또 최근 서울에서는 선배에게 돈을 바치기 위해 다른 학생들을 때리고 금품을 뺏은, 일종의 상납 피라미드를 만든 10대 학생 12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는 "서열화와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교육문화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부를 잘하거나 싸움을 잘해 우위에 서는 것뿐"이라며 "특히 학업에서 박탈감을 느낀 아이들이 폭력에 더 쉽게 빠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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