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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계약해제 집단 소송했다가 '날벼락'

전재호 기자 je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4-30 16:26

수도권 외곽 지역의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분양계약을 해제해달라는 분양 계약자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들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학교나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 때 설치하지 못한 탓이다. 과거의 집단소송은 하자보수 문제 처럼 건설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이 목적이어서 소송 참여자의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집단소송은 참여자들이 계약해제를 요구하면서 수억원의 중도금·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어 패소 시 신용등급 하락·금융거래 정지 등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된다. 일부 지역은 피해자를 모집해 소송을 진행하는 기획소송의 형태도 띠고 있다. 자칫하면 아파트 계약자와 건설사, 은행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계약해제 소송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2008년 초 5억5000만원을 주고 경기도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최근 보유 부동산과 통장에 대해 3억원 규모의 가압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부실하게 지었다고 판단해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지난해 4월 건설사와 은행을 상대로 계약해제 소송과 함께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진행했다. 중도금을 빌려준 은행은 A씨가 대출금을 갚지 않자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가압류를 건 것이다.

2008년 말 인천 청라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분양 당시 광고했던 개발계획이 지켜지지 않자 중도금 6차분(전체 분양가의 10%)과 잔금(전체 분양가의 35%) 납부를 거부하며 지난해 9월 건설사와 은행을 대상으로 계약해제 소송과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진행했다.

B씨가 은행에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자 시행사는 이를 대신 갚고 원금과 연체이자를 더해 B씨 재산 5400만원 을 가압류했다. B씨는 "소송을 진행하면 가압류나 연체이자 없이 법정이자만 낸다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가압류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패소 시 계약자 피해 '눈덩이'

서울에서 반경 30~50㎞ 지역에 조성 중인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계약해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입주해도 공사판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계약자들이 "분양 당시 광고했던 내용과 다르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현재 수도권 일대에서 계약해제·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단지는 30곳이 넘는다. 한 단지당 소송을 진행하는 가구는 150~500여 가구로 전체 소송 참여 가구는 1만 가구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 가구당 분양가를 4억원으로 계산하면 전체 소송금액이 4조원에 달한다. 이 중 A·B씨 처럼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지 않아 보유 부동산과 통장이 가압류된 가구는 수천 가구에 달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아파트 집단소송은 크게 손해배상 청구와 계약해제 소송으로 구분된다. 계약해제 소송을 진행하는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소송을 끌어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도금·잔금을 연체하면서 소송을 하다 패소하면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금·잔금을 정해진 기간에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자는 신용상 불이익을 받고 카드사용이 정지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약해제 소송을 진행 중인 단지는 신용불량자 등록, 카드 사용중지 등의 피해를 보류하기 위해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이란 계약자가 분양계약 무효를 전제로 금융기관을 상대로 중도금 대출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계약해제와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승소하면 계약자 부담은 크지 않다.

문제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계약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한 변호사는 "시행사와 분양 계약자 간의 분양계약이 해제되고 시행사가 분양 계약자의 중도금 대출 채무를 전부 인수하기로 했다고 해도 금융기관에 대한 분양 계약자의 대출 채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게 기존 판례의 입장"이라며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중도금 대출채무의 부존재 소송에서 분양 계약자가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해제와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중에도 중도금 대출이자와 연체이자는 계속 부과되고 패소 시에는 중도금 이자를 연체한 시점으로 소급해서 적용하기 때문에 연체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 "전 재산 걸고 벌이는 '무모한 도박' 중단해야"

중도금·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계약해제 소송을 진행 중인 가구는 아파트 입주 기간이 시작하면서부터 연체이자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 입주 기간 전에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이자를 대신 내준 곳도 입주 시점부터는 계약자로 책임이 넘어 온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단지는 대부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08~2009년에 분양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비율을 전체 분양가의 20%에서 5~10%로 낮추는 대신 중도금(60%)과 잔금(30~35%) 비율을 올렸다.

중도금과 잔금의 연체 이자는 연 15~20% 안팎이다. 5억원짜리 아파트의 중도금·잔금이 4억50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1년간 연체하면 원금을 빼고 연체 이자만 1년에 6750만~9000만원에 달한다. 재판 결과 건설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해도 중도금·잔금 연체 이자가 쌓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경기도 C사업장의 경우 올 1월 31일이 입주기간 종료일이었는데 270여명이 중도금 대출 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중도금 2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입주를 하지 않아 2~4월에 발생한 이자는 정상이자 335만원, 연체이자 376만원으로 총 712만원이다. 통상 연체이율은 입주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총 이자는 3162만원으로 불어난다. 이 단지 소송 계약자 전체로는 입주 지연에 따른 이자가 연 84억원이 넘는다.

전체 분양가의 30~35%인 잔금은 계약해제 소송 결과에 따라 납부할지가 결정되는데 만약 패소하면 잔금과 잔금 연체이자도 내야 한다.

계약해제 소송을 진행 중인 일부 단지는 "중도금·잔금을 연체해도 입주하겠다고 하면 은행이 연체 이자를 감면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 D사업장에서는 중도금·잔금을 연체하며 소송을 벌이던 계약자들이 소송을 포기하면서 연체 이자 감면을 요구하자 은행이 들어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계약해제 소송 단지가 수십곳으로 늘자 은행과 건설사도 더는 계약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원금을 빨리 회수하고 계약자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일부 연체 이자를 깎아주곤 했는데 이 게 소송에 악용될 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연체 이자를 감면해주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건설사와 은행들은 계약자들이 중도금·잔금 납부를 거부하면서까지 소송을 하는 것은 전 재산을 걸고 무모한 도박을 벌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소송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고율의 연체 이자를 물면서까지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소송으로 건설사도 힘들고 패소 시 계약자가 물어낼 연체이자를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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