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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탓에… 기아차 'K9'의 수출용 이름 고민되네

김은정 기자 ej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07 09:48

지난주 국내에 K9을 출시하자마자 기아차는 K9의 해외 수출용 이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영미권에서 '케이나인'이라는 발음대로라면 '개(canine)'라는 뜻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기아차를 상징하는 'K시리즈'라는 이름이 먹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쏘울(soul)'처럼 쉽게 각인될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경우도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GM의 글로벌 소형차 브랜드인 '쉐보레'를 전 차종에 적용하면서 종전 내수용 제품의 이름도 글로벌 이름으로 통일했다. 마티즈는 스파크로, 라세티는 크루즈로 개명했다. 덕분에 한국GM의 점유율이 10%를 돌파하는 등 효과를 봤다.

자동차 업계에선 새로운 차 이름 하나를 정하는 데 최소 1년 이상, 5만달러(5660만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차 이름이 전체 인상을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데다, 한 번 이름 붙으면 짧게는 4~5년에서 수십년간 불리기 때문이다. 도시나 동물 이름부터 출력을 뽐내는 숫자까지 다양한 이름이 쓰이는데, 고급 브랜드일수록 영문과 숫자를 조합하는 단순한 작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IT업계에선 쉽고 재미있는 '음식 이름' 붙이기가 유행이다.

전설적인 투우소 무르시엘라고의 이름에 최고출력을 뜻하는 숫자를 붙인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지명(地名)부터 음악용어까지

이름난 멋진 휴양지는 현대·기아차의 대표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다. 투싼은 태양이 강렬한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속 휴양도시이고, 싼타페·베라크루즈도 미국과 멕시코 도시 지명이다. 쏘렌토는 이탈리아 나폴리항 근처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모하비는 캘리포니아주 지명이다.

그렇다면 엑센트·포르테·프레스토·비스토·쏘나타는? 모두 음악용어들이다. 매우 빠르게(프레스토), 강하게(포르테) 등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차레 사용됐다. 쏘나타는 4악장 형식의 악곡이란 뜻. 처음엔 '소나타'로 지어졌지만, '소(牛)나 탄다'는 뜻으로 회자되면서 거센소리로 바꿨다.

미국 포브스는 잘 지은 차 이름으로 닷지의 트럭 브랜드 램(Ram·숫양), 포드의 SUV인 익스플로러(탐험가),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방랑자) 등을 꼽았다. 차의 이미지와 이름이 딱 맞아떨어지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르기 쉬워 장수하고 있다. 반면 일부 유럽·일본 차들처럼 발음이 어렵거나, 원산지에선 좋은 뜻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황당한 뜻이 되는 경우는 나쁜 이름이 되고 만다. GM의 쉐보레 '노바(Nova)'라는 차는 스페인어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중남미 시장에서 보기 좋게 퇴출됐다.

2009년 준대형차 K7을 시작으로 K5, K9 등 ‘K시리즈’ 작명을 하고 있는 기아차. 기아를 뜻하는 ‘K’에 차급별로 숫자를 붙여 이름을 단순화하고 있다.

 

 

'알파벳+숫자' 조합이 대세

새로운 단어를 쓰면 오래 기억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창작의 고통도 엄청나다. 이 때문에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일수록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벤츠는 차급을 상징하는 알파벳 글자에 자동차 배기량을 뜻하는 숫자를 배치하는 식으로 이름을 정해왔다. C180은 소형(Compact) 1800㏄ 차라는 뜻. BMW도 세단을 크기에 따라 1·3·5·7시리즈로 나누고, 뒤에 엔진 배기량과 엔진 종류를 쓴다. 520d는 5시리즈(중형) 2000㏄ 디젤엔진이란 의미다. 극단적인 알파뉴메릭 방법을 쓰는 아우디는 세단은 A+숫자를, SUV는 Q+숫자 식으로 차 이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대차의 i시리즈, 기아차의 K시리즈도 이런 법칙에 충실한 것이다.

알파뉴메릭은 만들기 쉽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 간 차별화나 상품 본연의 속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수퍼카 업체들은 알파벳과 숫자에다 전설적 인물 또는 사물 이름을 덧붙여 특별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황소가 상징물인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무르시엘라고·아벤타도르 같은 역사상 용맹했던 투우 소들의 이름 뒤에 550, 640 같은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숫자를 붙인다. 가야르도 LP550-2는 황소 가야르도의 이름을 딴 최고출력 550마력의 2륜구동 스포츠카란 뜻이다.

'맛있는 이름'에 열광하는 IT업계

자동차보다 제품 교체주기가 빠른 IT업계에선 요즘 먹는 것을 이름으로 붙이는 게 유행이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에 알파벳 순서에 맞춰 디저트 이름을 붙이고 있다. 2009년 안드로이드 1.5버전인 컵케이크를 선보인 이래 도넛·에클레어·프로요·진저브레드·허니콤을 선보였다. 최신 버전 이름은 젤리빈이다.

LG전자도 음식 이름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05년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와인폰·쿠키폰·아이스크림폰·캔디폰·롤리팝폰 등을 줄줄이 내놨다. 초콜릿과 쿠키폰 판매량은 세계적으로 각각 1000만대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아이OS(iOS)에는 숫자만 표기하고, PC 운영체제인 맥OS(MacOS)에 고양이과 동물 이름을 붙이고 있다. 치타·퓨마부터 사자까지 총망라했다. 문화권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쉬운 이름인 데다 재미까지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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