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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유럽, 한국 IMF 위기 때보다 경쟁력 없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1 10:48

“1997년 경제위기를 겪었던 한국인들은 아마 유럽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유럽이 그 당시 한국 만큼의 경쟁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개발국 경제성장에 관심을 쏟으며 행동하는 경제학자로 불려온 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58)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를 15년 전 한국의 IMF 위기와 비교했다. 10일 개최된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GGGS) 참석차 방한한 삭스 교수는 조선비즈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두 경제 주체가 겪은 위기는 일부 닮았다”며 “그러나 유럽은 당시의 한국처럼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현재 유럽이 해야 할 일은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공적자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은행을 재자본화하고, 교육 및 직업 훈련 등에 대한 비용 삭감을 통한 재정 긴축이 아니라 세수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저서 ‘커먼 웰스’에서도 피력한 것처럼 에너지 효율이나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해가는 것도 “유럽을 혼란에서 구하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1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미국 콜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가 녹색성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다음은 일문 일답.

-유럽 재정위기는 정말 부채 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리더십 부재와 정치 등 다른 문제인가.

“유럽 위기는 1997년 한국이 겪었던 경제 위기와 일부 닮아있다. 한국인들은 그 감정을 잘 이해할 것이다. 아일랜드·영국·스페인·그리스 또 이탈리아까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이 위기는 본래 막대한 대출에서 왔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문제가 됐고 2008년 터졌다. 이 위기가 회복되는 데 몇가지 어려움이 있다. 유럽에선 은행들이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좀비 은행들이 산재해 있다. 이들은 적은 돈을 거래하기 때문에 은행간 및 상업거래가 억눌려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최근에야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실패도 큰 요인이다. 은행 규제 및 유동성 공급 등에서 실패했다. 위기 후 유럽 정부는 부채를 더 늘렸고, 위기를 초래했다. 근본적으로 부채가 문제가 맞다.”

-그렇다면 당시의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유럽의 회생 능력이 당시 한국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은 당시 한국처럼 경쟁력이 없다. 지난 10~15년 사이 제조업은 기반을 잃었고, 아시아 국가들에 자리를 뺏겼다. 자국 경제에만 치중하고 대외 경제를 소홀히 한 탓이다. 회생할 동력이 없어진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도 없다. 강력한 정책을 쓸 수도 없고, 끈끈한 협동심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부문과 은행 부문, 산업 부문이 뒤섞인 복잡한 위기다.”

11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미국 콜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가 녹색성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유럽에선 긴축과 성장 논쟁이 한창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가.

“(긴축이냐 성장이냐 보다) 문제는 어떻게 성취하느냐다. 단순히 예산을 삭감해서 긴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무조건 수요를 늘려 성장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보다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은행들의 재자본화가 필요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그렇다. 불필요한 부분은 청산해야 한다. 둘째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교육·직업 훈련·인프라 구축 비용을 잘라내기보다 세수를 확대하는 것이 더 낫다. 세번째 정부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인프라,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 이런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그리스가 태양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은 위기 속에서 도외시되고 있다.”

-유럽 위기는 언제 끝나는 건가.

“올해 아니면 내년 놀랍게도 갑자기 경기가 반등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럽은 여전히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고, 아시아 시장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 몇년간은 이곳에서 낮은 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계속 해온 방식을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경제는 물론 기술 부문, 지정학적 환경 모두 그렇다. 뭔가 새로운 접근법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몇가지 키워드는 에너지 시스템, 음식, 조직의 패턴 변화 등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세계 전체에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가 뭘 해왔던가로 되돌아가서 협력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선진국들은 위기를 맞아 원조 비용을 가장 먼저 삭감하고 있다. 또 그런 틈을 타 중국이 저개발국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에 대한 견해는.

“원조 비용은 전체 국내총소득(GNP)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그런데도 정부가 그 예산을 줄이면 수백명의 사람들이 고통 받게 된다. 굉장히 나쁜 영향이다. 국가들은 그런 유혹을 받겠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부유한 국가들은 아무리 금융이 부실하더라도 그 선택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위험한 결정이다. 중국의 변화는 지정학적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의 전환(transition)을 경험하고 있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굉장히 두드러지는 변화다.”

-한국 경제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평가한다면.

“지난 30년간 한국을 알아온 바에 따르면 한국인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강한 비전이 존재한다. 하지만 큰 도전이라면 중국이 커진 것이다. 또한 세계 경제가 급격히 변하는 점, 환경에 대한 도전, 사회적 응집성 등도 과제다. 그런 점에서 녹색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현명한 전략이다.”

◆ 삭스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에 하버드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명된 뒤 3년 만인 29세 때 정교수로 발령 받아 최연소 정교수 타이틀을 달았다.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타임(Time)지(紙) 선정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에 종종 이름을 올렸고, 뉴욕타임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선정한 바 있다. 2002년에는 20년간 근무한 하버드를 떠나 컬럼비아대 교수 겸 지구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해 저개발국 성장과 빈곤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자천했다 김 용 총재에 양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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