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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친구 책 빌려 미적분 독학… 5년만에 박사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1 10:57

"남들이 뭐라 해도 아버지는 영원한 저의 영웅입니다."

교수 임용 후 첫 논문으로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영국 네이처지(誌) 표지를 장식한 남구현(33) 교수는 아들에게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줘 미안해했던 부친 남기홍(61)씨에게 영광을 돌렸다.

남 교수는 2010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광(光)센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시 박사논문 서문에서도 아버지를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유학 비용을 한 푼도 대주지 못하고 바다 건너에서 마음만 졸였던 아버지에게 멀리서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자랑이었다. 대구 능인고 재학시절 전교 수석을 다투던 수재였고 물리학을 좋아해 서울대 물리학과 진학을 꿈꿨다. 그러나 고교 3학년이던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문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레미콘 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채권자들은 대입 모의고사 날 남 교수가 다니던 고교에 몰려와 확성기를 틀어놓고 '내 돈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갔다. 산업기술요원으로 남동공단 레미콘 업체에서 2년간 용접 일을 했다. 항공전문 월간지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갈증은 풀 길이 없었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친구한테 부탁해 미적분학과 물리학 교재 등을 얻어 독학을 시작했죠. 아버지는 저에게 늘 '아무 힘이 못 돼서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원망하지 않았어요."

남구현 이화여대 특임 교수가 네이처 표지 논문의 영광을 안겨준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웨이퍼에는 폭이 1억분의 1m밖에 안 되는 극도로 미세한 균열이 일정한 형태로 새겨져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남 교수는 산업체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항공대 황명신 교수(작고)가 "너는 머리도 좋고 의지도 있으니 미국에서 공부해 보라"고 적극 권유해 유학을 떠났다. 그는 지역 커뮤니티칼리지(일종의 전문대)를 거쳐 2005년 UC버클리 기계공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고생하는 가족들 생각에 그는 대리운전으로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했다. 낡은 중고차를 빌려 한국 음식점에 오는 손님들을 실어날랐다. 매일 밤 서너 번을 뛰면 하루에 수백달러를 벌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대리운전을 해도 될 정도로 운전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초소형 정밀기계 분야를 전공한 그는 새벽에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연구에 매달렸다. 그때 읽은 논문만 1000편이 넘는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2007년 말 남 교수는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반도체의 재료인 둥근 원판)에서 일정한 형태로 퍼져나간 균열(crack)을 발견했다. 그는 '규칙적인 균열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알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균열의 발생과 전파는 매우 불규칙하고 무질서해서 이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학계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해 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지도교수한테도 그 아이디어를 털어놓지 않았다. 남 교수는 "한국에서 우리 힘만으로 연구해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따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 교수는 고승환 카이스트 교수, 박일흥 이화여대 교수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2년간의 연구 끝에 쐐기나 계단 모양의 흠집, 유리와 같은 깨지기 쉬운 물질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직선과 곡선을 포함한 다양한 패턴의 균열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고승환 교수는 "이 기술을 응용하면 극소량의 샘플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초소형 바이오칩을 만들 수 있고 회로 선폭(線幅)이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단위인 초정밀 반도체 회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남 교수팀의 방법은 균열 연구와 나노공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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