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비 오는 날 4000명이나 몰렸다. 게임 하나 사려고…

송원형 기자 swhy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4 16:37

"한정판이 의미 있는 것은 '날개' 아이템 때문이죠. 게임 속 제 캐릭터에 날개가 생기는 거예요. 부러움의 대상이 될 거예요."

한모(20·대학생)씨는 지난 12일 밤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14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 중앙선 전철 왕십리역 앞 광장에서 여는 액션 롤플레잉(role-playing·역할극) 게임 '디아블로3' 출시 기념 전야제에 참석하지 못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5시 30분쯤 서울 성북구 집에서 나온 한씨는 지하철 첫차를 타고 오전 6시쯤 행사 장소에 도착했다. 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한씨는 주변을 배회했고, 이 사이에 조모(22·대학생)씨가 와서 먼저 줄을 섰다. "꼭 첫 번째로 한정판을 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한씨는 14일 오후 5시 35시간째 광장에 서 있었다. 끼니는 주변 편의점에서 때웠다.

14일 오후 5시쯤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 한씨 같은 '디아블로 마니아' 4000여명이 몰렸다. 마니아들은 13일 오전부터 모이기 시작해, 13일 오후 11시쯤에는 500여명, 14일 오전 11시쯤에는 3400여명이 모였다. 14일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사람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의를 입고 줄을 섰다.

미국 블리자드사(社)가 개발한 게임 디아블로3의 출시(15일 0시)를 하루 앞둔 14일 출시 전야제와 디아블로3 한정판 판매가 예정된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에 4000명 넘는 사람이 모여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날 행사에서는 선착순 100명 중 1명을 추첨해 80만원 상당의 최고급 그래픽 카드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디아블로3 한정 소장판에 있었다. 한정 소장판에는 '날개' 같은 게임 아이템뿐만 아니라 제작 현장 뒷이야기가 담긴 DVD, 디아블로3 사운드트랙 등이 들어가 있다. 박모(32·무직)씨는 "난 '한정판 구입한 사람이다'라는 것이 인증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직장에 거짓말하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회사원 홍모(30)씨는 "어제 새벽 1시에 친구와 함께 나와 줄을 섰다가, 아침에 회사 가서 얼굴 도장 찍고 다시 왔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로고가 적힌 버스가 지나가자 쓰고 있던 우산을 던진 채 달려나가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8일 한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는 "디아블로3 구매해 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 급여는 5만원"이란 글도 올라왔다.

디아블로3 한정판을 사기 위해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비옷을 입고 잠을 자고 있다. /뉴스1
게임 분야 파워블로거인 한 여성이 지난 13일 오후 왕십리역 앞 광장에 텐트를 치자, 주민들이 "공공장소에서 텐트를 치면 되느냐"며 민원을 넣으면서 '텐트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여성은 결국 계속되는 경찰의 요구에 자진해서 텐트를 철거했다. 지난 11일에는 한 게임사이트에 칼 사진과 함께 "(전야제 행사 때) 새치기하지 말라", "행사 때 옆구리를 조심하세요"라는 글을 올린 '칼빵맨' 이모(26)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박모(여·62·성동구 행당동)씨는 "게임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다니 황당하다"고 했고, 한 주민은 "행사가 시작되자 환호하는 모습이 광신도같이 보였다"고 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큰 이벤트를 벌여서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게 블리자드의 전통적인 스타일"이라며 "국내 게임시장 규모를 볼 때 4000여명이 평일에 모였다는 것은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고 했다. 모두 미국 기업의 상술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디아블로

블리자드가 출시한 게임 '디아블로'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 속 한 인물의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역할수행게임(RPG)'의 기원으로 통한다. 유혈 장면, 잔인한 신체 훼손 표현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손흥민(30·토트넘)의 아시아 선수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결정지은 것은 이른바 ‘손흥민 존(Zone·지역)’에서 나온 골이었다. 23일 노리치 시티전에서 넣은 올 시즌 리그...
손흥민(30·토트넘)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아시아 출신 첫 EPL 득점왕에 올랐다. 유럽 5대 빅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통틀어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손흥민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환하게 웃었다. 3000m계주 3연패(連覇)에는 실패했지만 징계와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지고도 중국의 홈 텃세를 이겨내고 딴 값진 은메달이었다....
오미크론 확산에 리그 중단···올림픽 기간에 리그 일정 소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이 내년 2월에 개막하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불참이다. 오미크론 변이를 비롯한 코로나...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대한민국 보치아의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경기장에선 한국 선수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한국 보치아 페어팀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17살 막내도 1등이면 국대다… ‘공정’이 만든 33년 최강 양궁
33년째 ‘양궁 코리아'다.한국이 25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 승점 6대0(55-54 56-53 54-51)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24일 혼성...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서 올 시즌 최다 이닝, 투구수 기록···양키스전 첫 승리도 거둬
▲ 류현진이 25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 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USA투데이 연합뉴스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류현진(33·토론토...
[한국]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의 핵심 최순실(60)씨는 19일(한국시간) 오후 상아색 수의(囚衣)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가 수의 입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최씨는 아직...
[한국] ‘국정 농단’ 장본인 최순실(60)씨가 19일(한국시간) 오후 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공소 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최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31일 밤(한국시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을...
지난해 1148만명 서울 방문… 명동·동대문시장 많이 찾아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고,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명동인 것으로 나타났다.3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1148만명으로 추정되며, 2010년 706만명에서 연평균 12.9%씩 증가했다.2013년 기준 서울 방문...
A(35)씨는 2010년 봄 영화 관람 동호회에서 처음 만난 두 살 아래 남편(33)과 작년 10월 결혼했다.서울의 한 사립대를 나와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은 서울 강남에 2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을 신혼집으로 얻었다. A씨에게 남편은, 서울 관악구에 중형 아파트도 소유한...
70대 노인, 아내 목졸라 살해아내와 큰아들이 정신병원 강제입원시켜서울고법 "수십년간 가족 부양하고 처·자식의 학대도 인정해… 1심 2년 줄인 5년형 선고"중·고교 교사로 38년간 일한 이모(77)씨는 1998년 명예퇴직을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엄한 가장이었던...
심장마비로 숨진 사람이 평소 음주·흡연을 즐겼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왔다면, 사망에 본인 과실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강원도 태백시의 한 고교 교사이던 이모(사망 당시 45세)씨는 작년 4월 집에서 갑자기 구토와...
"한정판이 의미 있는 것은 '날개' 아이템 때문이죠. 게임 속 제 캐릭터에 날개가 생기는 거예요. 부러움의 대상이 될 거예요."한모(20·대학생)씨는 지난 12일 밤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14일 오후 5시...
수원 토막살인 사건 유가족, 당시 녹음 듣고 피눈물"다급함 전혀 없었던 경찰… 어쩌면 그렇게 느긋한 지… 그들은 또 다른 살인자"범인 음성도 미세하게 들려… 경찰,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도 확인 못했던 부분…"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 피해자 A(28)씨의 유가족들이 10일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 중부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부터 2시간35분간 김성용 수원...
작년 7월 이민국 수용소 수감… 뇌물 주며 관리·감시원 매수
영화 '오션스일레븐(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를 상대로 사기 도박을 벌여 거액을 챙기는 영화)'을 빼닮은 사기 도박사건의 주범 김모(54·캐나다 교포)씨가 지난해 7월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다가 지난해 말 이민국 감시를 뚫고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설 명절 직후인 지난 26일 오전 2시쯤 충남 당진시 함덕읍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일가족 5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부검 등의 결과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이 사건은 평소 효자로 소문난 아들 부부가 설에 고향집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가 최근...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에 휩싸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또 4월 총선 불출마 입장도 밝혔다. 이날...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