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술꾼들의 '노가리' 사랑에, 동해 명태의 씨가 말랐다

홍서표 기자 hsp@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8 10:06

지난 2010년 2월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동방 11㎞ 해상. 어로한계선을 넘어 조업이 금지된 바다에 어선 한 척이 홀로 그물을 올렸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살아있는 어미 명태 포획에 나선 시범 조업이었다. 당시 그물 15닥(1닥은 70~90m)에 고작 죽은 명태 3마리가 걸렸다. 1970~1980년대 성어기였다면 명태 1만 마리가 잡혀야 정상이다. 같은 달 몇 차례 더 포획에 나섰지만 동해 명태는 씨가 말라 있었다.

당시 연구소는 어민들에게 '명태 현상금'을 걸었다.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서 연락하면 시가의 최고 10배로 보상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해서 겨우 구한 3마리는 수조에서 죽었고, 동해안 명태는 사실상 '멸종' 판정을 받았다.


그 후 3년. '동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됐다. '국민 생선'인 동해안 명태를 다시 국민 밥상에 올린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고성군·강릉원주대 등이 힘을 합쳤다.

강릉원주대 연구팀 권오남 박사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러시아 태평양학술연구소 양어업센터와 어미 명태와 수정란을 공수받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회유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안에선 사라졌지만, 러시아·일본·북한 수역에선 아직도 잡힌다. 요즘 우리 밥상에 오르는 명태가 대부분 러시아나 일본산이다.

명태 어획량은 1930년대 15만t에서 1960년대 2만t으로 급감했다가 1970~80년대에 갑자기 7만t으로 늘었다. 새끼명태인 '노가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끼까지 싹쓸이해 갑자기 어획량이 증가한 것이다. 강릉시수협 강성만 이사는 "당시엔 새끼 명태에 대한 조업제한도 없었고, 일부 어민들은 명태와 노가리가 별개 생선이라면서 마구잡이로 잡았다"고 했다.

대가는 비쌌다. 어족의 씨를 말린 결과 2007년 35t을 마지막으로 명태는 통계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학계에서는 명태가 사라진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한다. 기후 변화로 이들의 서식처인 수심 30~50m 지점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차가운 물을 찾아 북상했다는 주장이 있고,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는 의견도 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동해수산연구소 이재봉 연구사는 "두 이유 중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남획이 더 큰 이유였다면 치어 방류를 통해 동해안 명물 명태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연구팀은 일본과 러시아에서 살아있는 어미 명태를 수송하거나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수정란을 직접 들여올 생각이다. 어미 명태는 활어차에 실어 배로 운송하며, 수정란은 비행기로 공수해야 한다. 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박기영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 서부해역 명태는 국내 명태와 유전적으로 동일해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2010년 실패한 동해안 어미 명태 확보 작업도 다시 시도한다. 국내 명태는 강원도 어민들의 협조를 통해 암수를 확보해 현장에서 수정작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명태 암컷만 확보될 경우에 대비해 수컷의 정자를 액상으로 보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새끼 명태 생산에 성공하게 되면 지난 2011년 5월 고성에 개소한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가 생육을 맡게 된다. 센터는 명태처럼 7도를 전후해 서식하는 한해성(寒海性) 어종 사육·관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AI 활용 근로자 수요 급증···고용시장 대변화 시작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대이직 시대’가 시작됐다. 기업들이 AI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이들을 높은 연봉에 대거 채용하고, 다른 한편에선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Getty Images Bank세계에서 지능지수(IQ)가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5위, 캐나다는 48위를 차지했다....
존 호건 전 BC주 수상 / BC Government Flickr 2년 전 정계 은퇴를 한 존 호건 전 BC주 수상이 최근 또다시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독일대사를 역임 중인 호건 전 수상은...
25만 달러 초과하는 양도소득 세율 50%→66.7%
정부 “초부유층만 영향”··· 보수당, 일부 업계 반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재무장관과 저스틴 트뤼도 총리 / Chrystia Freeland Facebook 보수당과 여러 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던 양도소득세(capital gain tax) 개정안이 25일부터 발효됐다.  ...
2073년 加 인구 60% 늘어난 6300만 명
인구 증가율은 둔화··· 고령 인구는 ‘껑충’
캐나다 인구 수가 50년 후에는 현재보다 약 60% 늘어난 6300만 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새 전망이 나왔다. 연방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총 인구는 지난해 기준...
‘36년 텃밭’ 토론토-세인트폴서 보수당에 패배
보수당과 지지율 벌어져··· 트뤼도 사퇴설 힘받나?
토론토-세인트폴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돈 스튜어트(왼쪽)와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 / Pierre Poilievre Facebook 연방 자유당이 전통 텃밭인 온타리오 토론토-세인트폴...
5월 CPI 2.9% 올라··· 시장 예측 벗어나
여행·항공 등 서비스 물가 상승에 기인
캐나다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향 추세로 전환되면서 다가오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방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월간 물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에드먼턴 오일러스, 플로리다에 7차전 분패
1993년 몬트리올 이후 캐나다팀 우승 0회
사진출처= Florida Panthers Facebook 에드먼턴 오일러스가 스탠리컵 결승 7차전에서 아쉽게 패하면서 캐나다팀의 스탠리컵 가뭄이 32년째 이어지게 됐다.   오일러스는 24일 플로리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음식도 금방 상하는 게 느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식품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람이 많은데,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히려 맛이 떨어지거나 곰팡이 독소가 생길...
앰블사이드 비치 / Getty Images Bank*25일부로 세컨드 비치와 서드 비치의 수영 자제령은 해제됐음을 알립니다. 대장균(E. coli)으로 오염된 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 해변 네 곳에 수영 자제령이...
작년보다 평균 445달러 더 받을 듯
생활고 겪는 가정에 여윳돈 제공키로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중산층 가정에 제공되는 ‘BC 가정 지원금’(BC Family Benefit)이 올여름 추가로 지급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이비 BC수상은 24일 성명을 통해 BC 가정 지원금 혜택을...
잘 자기, 스트레스 덜 받기, 체중 관리하기 등. 장수하는 생활 습관으로 알려진 건 너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찾아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연, 운동 그리고 골고루 먹기다....
가해자 남성이 한인가정 주택에 계란을 던지는 모습/ Reddit20일 본보가 보도했던 오타와 한인가정 혐오범죄 사건의 남녀 가해자가 경찰에 결국 기소됐다.   21일 오타와 경찰청은...
8월까지 연기··· 12월에나 통과될 듯
외국 태생 캐나다인 2세의 해외 출생 자녀에게도 부모의 시민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장기간 계류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는 당초 6월 중순까지 기존 ‘2세대 컷오프...
보안 위협으로 금요일 수업 모두 취소
노스쇼어의 캐필라노 대학교(Capilano University)가 보안 위협 우려로 21일 하루 폐쇄됐다.   20일 저녁 캐필라노 대학교는 웹사이트를 통해 ‘특정인을 겨냥한 보안 위협(targeted, specific...
후반에만 2골 허용··· 메시 1어시
25일 페루 상대로 1승 사냥
캐나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에게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캐나다(피파랭킹...
4월 소비 반등했지만, 5월에는 다시 부진
고금리 장기화에 지갑 닫아··· 금리 인하 기대
지난 4월 캐나다의 소매판매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5월에는 소비가 다시 부진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21일...
리치몬드 프레이저강 인근서 큰 화재
철교로 불길 번지면서 검은 연기 치솟아
20일 저녁 8시쯤 리치몬드 리버락 카지노 인근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길이 마폴 철교로 번지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Metro Vancouver X 리치몬드 오크 스트리트 브릿지(Oak Street...
이제훈X구교환 주연, 이종필 감독 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 등 매 작품마다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온 이종필 감독이 신작 <탈주>로 관객들을 찾는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저스틴 트뤼도 총리/ European Parliament캐나다 정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저스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