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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내 방에 이력서 수천장”이라던 이상득, 결국엔…

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03 16:09

이명박 정부의 2인자이자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것이 형님을 통하면 된다)'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이 3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끝내 추락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권력무상(權力無常)'을 얘기하면서 "이 전 의원이 2008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를 떠났더라면 지금 훨씬 편안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공천 파동 속에서도 건재한 힘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 55명은 2008년 총선 직전 이 전 의원의 불출마와 국정 관여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55인 거사(擧事)'는 '형님 1인'에게 굴복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이 전 의원은 불출마 요구에 대해 '사심 없이 정권을 뒷받침하겠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이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 등을 상대로 공천을 압박했다"면서 "이 대통령도 당초 형님을 불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형님이 저렇게 출마하겠다니 어쩌겠느냐'며 물러섰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이 그때 스스로 물러났다면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진실의 눈' 앞에서… 발 헛디뎌 휘청 - 저축은행 관계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에 출두한 이상득 전 의원이 대검 내에 있는 조형물‘진실의 눈’이 보이는 계단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의원의 정치적 힘은 이 대통령이 키워준 측면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8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자택을 찾아온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에게 한 인사의 공천 탈락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자, 며칠 뒤 이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에게 그 사유를 설명하러 온 적도 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에게 정치를 맡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인사권 얼마나 행사했나

이 전 의원의 사무실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그가 정부·공기업·시중은행 임원 인사를 주무른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틈만 나면 '내 방에 이력서가 수천장이 와 있지만 인사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 막상 대화 끝 무렵에는 '그 친구는 내가 힘썼다'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할 정도로 인사권을 행사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 출범 뒤 이 전 의원이 은행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면서 "일부 지방은행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청와대와 공기업 인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 배경엔 이 전 의원이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2009년 2선 후퇴 후 자원외교 힘써

2009년 4월 경북 경주 재보선에서 이 전 의원이 지원한 정종복 전 의원이 친박(親朴) 무소속 정수성 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하자 당내 초·재선, 소장파와 친이 직계 의원들은 인적 쇄신을 촉구했고 그는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후 표면적으로는 자원외교에 매진하겠다며 해외를 돌았다. 하지만 작년 12월 그의 보좌관이던 박배수씨가 SLS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계 은퇴 압박을 받았다. 결국 그는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07년 말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5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의 보좌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저축은행 돈을 받은 셈이 된다. 이 전 의원의 한 지인은 "이 전 의원은 명절 때 동료 의원 등에 대한 선물 등으로 수천만원을 쓰고, 일부 의원들에겐 비공식적인 후원금도 지원해왔는데 돈이 꽤 필요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전 측근에게 "머리에서 열이 난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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