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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강타한 美 워싱턴은 지금 '정전 대혼란'

임민혁 특파원 lmhco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03 16:14

2일(현지시각) 오후 5시, 기자는 정전과 폭염을 피해 떠났던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의 집에 겨우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초 몇 시간만 머물 생각으로 나섰던 것이었지만 55시간이 걸렸다. 이 지역 일대 전기는 이날 낮에 복구됐으나, 주택 단지 진입로 인근에 쓰러져 있던 나무는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신호등도 군데군데 작동하지 않아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의 차들이 일단 정지했다 한 대씩 통과하는 바람에 교통량이 많지 않은데도 평소보다 시간이 몇배 걸렸다.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지 만 3일이 지났는데도 이로 인한 '대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기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워싱턴 일대 지역의 4가구당 1가구는 전기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 시내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저도 사흘째 전기가 끊겼다. 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 등 이번 폭풍의 피해권에 들어간 지역을 모두 합치면 정전가구는 186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폭염을 피해 냉방시설 있는 대피소로… 2일 미국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의 시민 회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3남매가 간이침대에 누워 있다. 지난주 미 동부를 강타한 폭풍우로 이 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늦은 밤까지 폭염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냉방 시설을 설치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연방 정부기관들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나 자율 출퇴근을 권고했으며, 상당수 학교는 정전 때문에 여름학교 일정을 3일까지 취소했다. 정전 피해에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워싱턴 일대 대형 쇼핑몰은 에어컨 바람을 쐬러 온 '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피해 복구가 늦어지면서 느려터진 공공 서비스에 익숙한 미국인들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이틀 밤을 보낸 버지니아 챈틀리시의 호텔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자신도 정전 때문에 집을 떠나왔다며 "난 특이한 체험을 하는 걸 즐기지만 그 리스트에 미국 수도 인근에서 난민생활을 하는 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뒤늦게 도착해 방을 구하지 못한 한 남성은 호텔 직원에게 "휴대전화가 다 방전돼 예약을 하지 못했다"며 "어린 아이 셋을 데리고 몇 시간째 호텔을 돌고 있는데 어떻게든 방을 좀 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인들은 전력회사 펩코(Pepco)에 대해 "파키스탄 전력회사의 줄임말"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폭풍으로 수도권과 뉴저지·켄터키·오하이오 등에서 모두 1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에 강력한 폭풍이 또다시 몰아닥칠 것으로 예보돼 이 지역 주민들은 한여름 공포에 떨고 있다. 국립기상청(NWS)은 "독립기념일(4일)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급 폭풍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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