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엄마·아빠를 죽인 사람을 30년간…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13 15:49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는 빅토리아 몬테네그로(35)는 어린 시절 저녁식사 때 신념에 찬 군인인 아버지 에르난 테츨라프 중령이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들여 죽이고 고문한 이야기를 들었다. 빅토리아는 "(고문당하고 죽은) 이들이 아르헨티나에 해를 끼치는 분자들"이라는 부친의 말을, "아르헨티나 군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주변의 말을 믿었다. 2000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빅토리아는 1997년 '테츨라프 중령이 친아버지가 아닐 수 있으니 친자 확인 검사를 받으라'는 법원의 통보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1976~1983년 군부독재 집권 시절 '아기 납치' 혐의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빅토리아는 망설임 끝에 유전자 검사에 응했고 자신의 친부모가 군부 독재에 저항 운동을 벌이다 죽임을 당한 사실을 2000년 알게 됐다. 더 놀라운 것은 테츨라프 중령이 자신의 친부모 납치·살해 작전에 가담해 생후 13일 만에 납치된 자신을 입양했다고 고백한 사실이었다. 빅토리아는 올해 봄 친부모의 성 '몬테네그로'로 개명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정권에 반대하는 지식인과 예술가 등 반체제 인사들을 무차별 구금·살해하고 그들의 아이를 빼앗아 군인 가정 등에 강제로 입양시켰다. 전 세계는 이 반인륜 만행을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라고 불렀다. 더러운 전쟁 기간 동안 3만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으며 강제 입양된 아이들은 500여명에 이른다. 빅토리아처럼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은 사람은 이제껏 106명이 됐다.

군사정권이 아이를 빼앗은 과정은 인륜 파괴의 극한을 보여준다. 비밀수용소 수감자 중 임신한 여성들은 수갑과 족쇄를 찬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산모는 산 채로 바다에 던져지는 등 무참히 살해됐다. 갓난아이들은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군인·경찰 등 친정권 인사 집안에 보내졌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원에서 지난 5일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1976~1983년 집권 기간 중 반대파들을 고문₩살해하는‘더러운 전쟁’을 벌일 당시 자행한‘아기 납치’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인권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법정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왜 독재정권은 '반역자'의 아이들을 군인·경찰 등 체제의 수호자들이 입양하도록 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스페인 정신과 의사 안토니오 발레요 나제라가 정당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코 정권(1939~1975)을 위해 일한 나제라는 반정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공산주의 등의 이념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며 이들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해 스페인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이론을 설파했다. 프랑코 정권도 집권 기간 반체제 인사의 아이 3만명을 납치해 친정부 인사 가정 등에 입양했다.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은 1970~80년대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볼리비아·파라과이·우루과이 등 6개국 군사정권이 좌파 척결을 공동 목표로 벌인 '콘도르(남미에 사는 큰 독수리를 뜻함) 작전'의 일환이었다. 칠레 피노체트 정권(1973~1990년)이 3000여명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남미 각국에서 최악의 인권 탄압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의 반인륜적인 '유아 납치'는 1977년 실종 자녀를 찾아 달라며 시위를 시작한 어머니·할머니 등 14명이 '5월 어머니회'라는 단체를 조직하면서 알려졌다. 1983년 군부독재를 끝낸 라울 알폰신 정부는 호르헤 비델라 전 대통령 등 군사정권 인사 370여명에게 반인륜 범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1990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내세워 이들을 전격 사면했다. 이후 2003년 좌파 지도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사면법을 폐기하고 이들을 다시 법정에 세웠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들어선 2011년 2월부터 재판이 빠르게 진행됐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 5일 이들 군사정권 책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1976년 쿠데타를 일으켜 1981년까지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86)가 징역 50년,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레이날도 비뇨네(84)가 15년형을 받았다. 당시 '유아 납치'에 관여했던 수용소 책임자와 의사 등에게는 징역 15~4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1일 아르헨티나가 더러운 전쟁 책임자들이 죽기 전에 이들을 정의의 법정에 세우는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키칠라노 수영장 / Vancouver Park Board 누수 문제로 올해는 문을 열지 않을 예정이었던 키칠라노 야외수영장(Kitsilano Pool)이 오는 8월 재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켄 심 밴쿠버 시장은 5일...
2분기 연속 공실률 늘어··· 빈 사무실 500만sq ft
재택근무·공급과잉 주요인··· 100만sq ft 건설 중
메트로 밴쿠버 지역 빈 사무실이 2분기째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CBRE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의 전체 임대 사무실 공실률은 9....
비슷한 지역서 연이어 발생··· 더 큰 지진 전조?
특이 사항은 없어··· 매년 300건 지진 중 일부
5일 오전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역 / Earthquake Canada 밴쿠버 아일랜드 동쪽 해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더 큰 지진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책 사각지대’··· 임대료 연간 최대 24% 올라
시니어 지원청 “노인 입소자 보호 강화해달라”
BC주 양로시설(retirement home)에 입소하여 거주하는 많은 어르신들이 불법적인 임대료 인상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BC정부 산하 시니어 지원청의 댄 레빗(Levitt) 시니어 대변인은...
실업률 6.4%··· 청년층 여름 취업 ‘하늘의 별 따기’
임금 상승률은 강세 여전··· 중앙은행 고심 깊어져
캐나다의 실업률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고용시장의 냉각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캐나다의 일자리 수는 전달 대비 1400개(-0...
땅콩 성분 미표기··· 닭육수 맛·돼지뼈 육수맛
중국 4대 라면 브랜드 중 하나인 바이샹(Baixiang) 라면 제품이 알레르기 위험 가능성으로 전량 리콜됐다. 4일 캐나다 식품 검사국(CFIA)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땅콩의 함유 사실을 포장...
총기 20정·코카인 4.5kg 압수
▲밀매업자로 의심되는 용의자의 집에서 압수한 총기류들 /VicPD빅토리아 경찰이 랭포드 지역에 있는 한 마약사범의 주거지에서 다량의 불법 마약 및 총기류를 압수하는 데 성공했다....
용의자는 20대 추정 아시아계 남성
화장실 불법촬영 용의자와 써리 SFU 전경 경찰이 화장실 몰카범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4일 써리 RCMP는 4개월 전 발생한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의 용의자의...
5일부터 약 일주일간 무더위 주의
BC주 일부 해안 지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캐나다 기상청은 4일 밴쿠버 아일랜드 동부 지역과 센트럴 코스트 일대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세 명 모두 현직 장관이자 5선 의원
나란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롭 플레밍 교통부 장관(왼쪽부터), 헤리 베인스 노동부 장관, 브루스 랄스턴 산림부 장관 / BC Government Flickr 세 명의 현직 BC주 장관들이 나란히 총선 불출마를...
연방정부, BC 전역 인프라 개선에 16억불 투자
지원금 절반은 트랜스링크로··· 재정난 해결 역부족
트랜스링크(TransLink)가 연방정부로부터 8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게 됐지만,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재정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션 프레이저 연방 주택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 성분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청소년기와 중년기에 녹색 채소와 통곡물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노년기에 인지 능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인지·사고 능력은...
신규 이민자 39% “높은 주거비에 거주지 이동”
캐네디언 드림 허상··· 앨버타 다음 정착지로
높은 주거비 부담에 저렴한 보금자리를 찾아 거주지를 옮기려는 신규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 3일 여론조사기관 앵거스리드 연구소가 캐나다인 4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밴쿠버 출신 필립 김, 캐나다 대표로 브레이킹 출전
세계 정상급 브레이크댄서··· 금메달 유력 후보로 거론
한인 2세 브레이크댄서 필립 김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 / Canadian Olympic Committee 한인 2세이자 캐나다를 대표하는 브레이크댄서인 필립 김(Philip Kim·27)이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4월 리치몬드 방화 2인조 일당
한 명은 바지에 불붙어 화상 가능성
리치몬드 방화 사건의 두 용의자 / Richmond RCMP 경찰이 리치몬드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용의자 일당을 찾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오전 4시 30분쯤 리치몬드 코스코 인근...
검찰이 2013년 국내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주식투자 사기를 친 후 캐나다로 도피한 지명수배자를 지난달 현지에서 검거했다.3일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받는 A(50)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A씨는 2013년 다수의...
보궐선거 충격패 후, 전현직 의원 사퇴 목소리
트뤼도 “아직 할 일 많이 남아” 사퇴론 일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저스틴 트뤼도 총리 / The White House Flickr 연방 자유당 전현직 의원들이 잇따라 저스틴 트뤼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지난주 보궐선거 충격패의...
다이킨·아마나·굿맨 3개 브랜드 대상
캐나다에서 판매된 유명 냉난방 장치(heat pump) 브랜드 제품이 과열 위험으로 인해 리콜됐다. 캐나다 보건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다이킨(Daikin), 아마나(Amana), 굿맨(Goodman) 등 3개 브랜드의...
웨스트젯 정비사 노조 48시간 파업 여파
1000편 이상 ‘줄취소’로 연휴에 공항마비
웨스트젯 정비사 노조의 48시간 파업 여파로 지난 주말과 캐나다데이 연휴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면서, 10만 명이 넘는 여행객들이 큰 불편함을 겪었다.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파업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