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름이 곁에 악마가 맴도는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오후 경남 통영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한광웅(56)씨의 두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조문객이 2~3명밖에 없는 쓸쓸한 빈소 한구석에서 한씨는 "그 착하고 밝은 아이를 왜… 왜…"라며 울부짖었다. 키 140㎝, 몸무게 32㎏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름이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동네 주민인 김점덕(45)이었다. 3년 전 경남 통영 중촌마을로 이사 온 한씨는 김점덕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한씨는 "(김점덕이) 주민 60여명의 작은 동네에서 오다가다 몇 번씩 마주쳤던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점덕이 베트남에서 온 부인과 살며 세 살 된 딸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지, 2005년 동네에서 6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다가 4년 실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한씨는 "성폭행을 저질러 감옥에 다녀온 사람이 어떻게 같은 동네를 거리낌 없이 활보했느냐"며 "미리 알았더라면 같이 사는 아들(20)에게라도 주의를 주고 그 사람을 경계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점덕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아 성폭력 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또 경찰은 범행 이틀 전에 성폭력 우범자 관리 차원에서 김점덕의 주거지와 특이 동향 등을 점검했었지만, 특이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2002년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하기 직전 늘그막에 얻은 딸 아름이는 한씨에게 '삶의 희망'이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공사판에 나가 한 달에 100만원씩 번 것은 딸 아름이 때문이었다.
한씨는 "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란 아름이는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엄마 얘기를 꺼낸 적이 없을 만큼 속 깊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 늘 라면만 먹이는데도 불평 한번 없이 라면이 제일 좋다고 했다. 나중에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딸을 보며 한씨는 "생전 처음 '희망'이라는 뜻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씨는 그런 딸을 떠올리며 "엄마 없이 자라서인지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어른이든 아이든 금세 친해졌는데…"라며 흐느꼈다.
전국의 공사판을 떠돌며 일하고 있는 한씨는 지난 15일 밤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볼일 때문에 하루 더 경북 영천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밤에야 딸의 실종 소식을 들었다.
한씨는 이날 영정 속 환히 웃고 있는 아름이 앞에서 읊조리듯 말했다. "다시는 우리 아름이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도록 아빠가 매일매일 하늘에 빌게. 행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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