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몇 번 마주친 그가 성범죄자인 것 알았더라면…”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23 12:03

"우리 아름이 곁에 악마가 맴도는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오후 경남 통영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한광웅(56)씨의 두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조문객이 2~3명밖에 없는 쓸쓸한 빈소 한구석에서 한씨는 "그 착하고 밝은 아이를 왜… 왜…"라며 울부짖었다. 키 140㎝, 몸무게 32㎏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름이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동네 주민인 김점덕(45)이었다. 3년 전 경남 통영 중촌마을로 이사 온 한씨는 김점덕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한씨는 "(김점덕이) 주민 60여명의 작은 동네에서 오다가다 몇 번씩 마주쳤던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점덕이 베트남에서 온 부인과 살며 세 살 된 딸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지, 2005년 동네에서 6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다가 4년 실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한씨는 "성폭행을 저질러 감옥에 다녀온 사람이 어떻게 같은 동네를 거리낌 없이 활보했느냐"며 "미리 알았더라면 같이 사는 아들(20)에게라도 주의를 주고 그 사람을 경계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점덕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아 성폭력 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또 경찰은 범행 이틀 전에 성폭력 우범자 관리 차원에서 김점덕의 주거지와 특이 동향 등을 점검했었지만, 특이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2002년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하기 직전 늘그막에 얻은 딸 아름이는 한씨에게 '삶의 희망'이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공사판에 나가 한 달에 100만원씩 번 것은 딸 아름이 때문이었다.

한씨는 "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란 아름이는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엄마 얘기를 꺼낸 적이 없을 만큼 속 깊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 늘 라면만 먹이는데도 불평 한번 없이 라면이 제일 좋다고 했다. 나중에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딸을 보며 한씨는 "생전 처음 '희망'이라는 뜻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씨는 그런 딸을 떠올리며 "엄마 없이 자라서인지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면 어른이든 아이든 금세 친해졌는데…"라며 흐느꼈다.

전국의 공사판을 떠돌며 일하고 있는 한씨는 지난 15일 밤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볼일 때문에 하루 더 경북 영천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밤에야 딸의 실종 소식을 들었다.

한씨는 이날 영정 속 환히 웃고 있는 아름이 앞에서 읊조리듯 말했다. "다시는 우리 아름이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도록 아빠가 매일매일 하늘에 빌게. 행복해야 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2015년 한국인은 어떤 삶을 꿈꾸는가? 한 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더 크게는 사회와 국가의 일원으로서 어떤 변화를 욕망하는 것일까? 조선일보 사회부 취재팀은 20대, 30대, 40대, 50대...
7000원짜리를 7만7000원에 6년간 739억원어치 팔아
[한국] 2년 전 은퇴한 김모(57)씨는 친구와 함께 서울의 한 건강보조식품 설명회에서 ‘암세포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당뇨·관절염·정력 감퇴·심혈관 질환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한국] 가수 신해철(46)씨의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두고 그가 2009년 받았던 ‘위밴드’수술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같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부작용 경험담을 잇따라 올리고 집단적인 수술 예약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박시후 사건'으로 보니20대 연예 지망생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34)씨가 이번 주 중으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19일 "당초 오늘 오후 9시에 출석하기로 했던 박씨가 변호사와 상의한 뒤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0일 미성년자를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방송인 고영욱(37·사진)씨를 구속했다. 서울서부지법 이동근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증거인멸 및 도망갈 염려가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11일 한강공원 가설 무대에 선 '8·15 노동자 통일골든벨' 사회자 백씨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미국 놈들이∼" "명박이"라는 말은 예사였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우리 아름이 곁에 악마가 맴도는 줄은 몰랐습니다."23일 오후 경남 통영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한광웅(56)씨의 두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조문객이 2~3명밖에 없는 쓸쓸한...
검찰 수사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私邸) 신축 터 매입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24일 부지 매입을 주도한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사건 핵심 인물인 김 전 처장이 소환되면서...
검찰, 캐나다 이민 70代 수사… 천안함 자작극설 등 퍼뜨려 '나는 빨치산 대장 신덕균의 외조카로,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다섯번 방북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오진우 무력부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년 12월 캐나다 국적의 김모(79)씨가 인터넷 종북카페...
"투자금 4배로 불려주는 시스템 만들었다"6억원짜리 마세라티 몰며 여자친구에게 벤츠 사주고 해외 도박하다 몽땅 날려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조모(25)씨는 지난 2009년 2월 투자전문 회사를 세웠다. "직접 개발한 주식 자동거래 시스템으로 선물(先物)에 투자해 4배...
▲ 조선일보DB 빼낸 돈 스위스 은행 넣어두고 몽골 최고층 빌딩 짓기도… 회장 후처와 공모 여부 수사 '몽골 한인상공인회장, 몽골 한인회 부회장, 호텔·부동산 개발사 대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몽골 자문관….'화려한 직함을 자랑하며 몽골 교민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