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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따로 배워야 할까

김해영 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27 16:20

현재 밴쿠버에는 몇 개의 한국어 학교가 주말(토요일)에 운영된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학교/직장에 다니다가 토요일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와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정오쯤 귀가를 한다. 학생과 부모 똑같이 힘들다.

왜 그럴까? http://careers-in-business.com/hr.htmhttp://careers-in-business.com/hr.htm우물우물 한국말 잘 하는 애들인데 느긋한 주말을 즐기지도 못하게 이리 성화를 부릴까? 한국어를 학교까지 가서 굳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 한국인인 이상 반드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언어에도 품격이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울부짖음이 의사소통의 수단이 된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날갯짓과 몸짓으로 소통을 한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언어로써 소통뿐만이 아니라 정보와 정서 교환, 사회활동 및 문화활동을 유지해 왔다.인간이 오늘날처럼 문명생활을 누리게 된 데에는 바로 이 언어의 덕택이 크다 하겠다. 언어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식과 경험을 축적,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이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한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딴 자음과 천지인(天地人, 우주를 이루는 세 요소)의 모양을 흉내낸 모음의 제자원리가 아주 독창적이다.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인간의 목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는 운용원리 또한 아주 과학적이다. 바로 이 점을 높이 사서 한글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인도지나, 아프리카의 몇몇 글자 없는 부족들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삼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은 전 세계가 칭송하는 한글을 버려두고 남의 글자, 남의 말 배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학교에서는 한국어의 체계를 배운다. 기본 음운을 바르게 발음하는 방법, 자음과 모음이 어울려 글자를 이루는 원칙, 글자들이 모여 낱말을, 낱말의 순서에 따라 문장으로 배열하는 방법 등을 배워 말과 글로써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게 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펜끝에서 흐르는 대로 터져나오는 말과 글은 마치 동물의 울음처럼 단순하고 간단한 생각과 감정만 전달할 뿐이다.

언어에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의 사고를 담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솜씨가 필요하지 않을까? 바로 그 기술을 배우는 곳이 학교이다.  

어느 가정에 전화를 했다. “헬로우, 000 씨 계십니까?”우물거리는 아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없어.”  “그럼 엄마는?””없어, 두 개 다 없어.” 하고 달칵 끊는다.이렇게 황당한 경험을 한 뒤, 한국어 학교에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맨먼저 전화예절을 가르친다.

전화 통화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로써 정보를 다 전달해야 하므로 정확하게 말하고 들어야 하며 또 말씨만으로 나를 나타내고 상대를 짐작해야 해서 어느 말하기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만약 메모까지 남긴다면 언어의 모든 영역, 말하기와 듣기, 쓰기와 읽기가 다 동원되는 총체적 언어활동이다.

전화 한 통화로 그 가정의 가풍, 인품, 교양 수준까지 다 파악할 수 있으니 아주 중요한 말하기 교육이라 하겠다.

만약 그 가정의 자녀가 한국어 학교를 다녔다면 “여보세요? 000 씨 계십니까?””네, 제 아빠신데, 지금 안 계셔요.””그럼, 엄마는 계세요?””아니오, 두 분 다 안 계시는데요.  멧시지를 남겨 주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하고 상대방의 말을 받아 적고 나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한 후 “안녕히 계세요.”깎듯이 인사를 하고, 상대방이 전화 끊기를 기다려 전화기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얼마나 반듯하고 듬직한 한국 꼬마신사의 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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