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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남자 10m 공기 권총 金… 대한민국 첫 금메달

최보윤 기자, 장민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7-28 11:21


그의 얼굴은 차분했다. 사격 10m 공기권총 경기가 열리고 있는 런던 그리니치 파크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 1위로 앞서가고 있었지만 막판을 남기고 9점대를 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노련한 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야수 같았다. 8발을 쏜 뒤 2위와의 차이는 2.1점 정도. 남은 두발에 흔들리면 그의 운명도 어찌 될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남은 한발'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더 잘알았다. 그는 "사격은 결국 한 발의 경기"라고 말하곤 했다. '한 발'에 울고 웃었던 경험이 유난히 많아서다.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을 땄다. 결선 10발 중 7번째 발을 6.9점에 쏘는 큰 실수를 해 금메달의 꿈을 접었다. 2008 베이징 50m 땐 결선 마지막 한 발을 8.2점에 쏘는 데 그쳤다. 아테네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북한의 김정수를 0.2점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하는 행운을 누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서 주종목인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10m 공기권총에선 라이벌 팡웨이(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진종오는 이번 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고의 사수임을 증명했다.


그는 이번 주종목이 아닌데도 10m 공기 권총에서 누구보다 차분했다. 대한민국 첫 금이 달려있는 그 중요한 순간에 그는 떨리기 보다 차분함을 유지했다. 마지막 발이 그의 총구를 지나며 기록된 점수 10.8! 그 '한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날 공기권총 10m 결승서 688.2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의 설움을 잊었고, 대한민국엔 첫 금을 안겼다.


이 날 진종오는 본선에서 588점으로 1위를 하며 2위 탕웨이에 2점 차로 앞서 결선에 임했다. 600점 만점으로 한 시리즈에 10발씩, 모두 60발을 쏘는 본선에서 진종오는 첫 번째와 다섯 번째 시리즈에서 99점을 기록하는 등 차분하게 10점대를 꿰뚫었다.


10발을 쏘는 결선은 진정한 ‘강심장’을 증명하는 승부였다. 한발씩 쏠 때마다 각 선수의 점수만 불러주던 장내 중계가 이번 대회부터 누가 최고점을 냈는지, 점수 차와 순위 변동은 어떤지 등을 자세하게 짚어주도록 바뀌며 선수들은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1번 사대에 선 진종오는 흔들림이 없었다. 진종오는 첫 발에 10.6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10점대를 쏘며 팡웨이와의 격차를 벌렸다.


진종오는 6번째 발부터 부진했다. 진종오가 9.3점을 기록하자 팡웨이가 10.3점으로 다시 3.4점 차로 따라붙었다. 7번째 발에서도 9.0점을 쏘며 팡웨이와의 점수 차는 3점으로 좁혀졌다. 8번째 발에선 9.4점을 쏘며 이번엔 이탈리아의 테스코니에 2.1점 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마지막 순간 강했다. 마지막 발에서 10.8점을 쏘며 테스코니를 2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진종오는 강원사대부속고 1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총을 잡았다. 200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2004 아테네올림픽 50 권총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사격의 얼굴이 됐다.


그의 오른쪽 어깨엔 철심이 박혀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 어깨가 부러졌고, 그때 박아넣은 철심 때문에 오랜 시간 훈련을 하지 못한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어깨가 욱신거려 총을 들 수가 없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경고음이 울리는 경우가 많아 ‘터미네이터’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진종오는 곧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2006년 12월에 결혼한 진종오는 올해 11월에 첫 아이 ‘리오’가 태어난다. ‘리오’는 자신과 아내 권미리씨의 이름 끝글자를 따서 지은 태명이다.


그는 이날 금메달을 따내며 주종목인 50m 메달 획득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대들보의 위력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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