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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평행이론'. "2002년 스페인전과 똑닮았다"

최보윤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04 22:57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하다. ‘축구 종가’ 영국을 맞아 혈투 끝에 4강행 티켓을 따낸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경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을 여러모로 연상케 했다. 팬들은 ‘평행이론’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재현된 ‘기시감(이미 본 듯한 풍경)’에 놀라워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5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 영국 단일팀과 경기에서 연장 포함 120분 경기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홈팀이라는 ‘설정’만 바뀌었을 뿐 경기 내용은 상당수 비슷했다. 당시 2002년 한국은 홈팀이라는 이점은 있었지만, 세계적인 몸값의 스페인 선수들과 치열한 격전을 벌어야 했고, 이번 올림픽 경기는 7만 3000여명의 영국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펼쳐지는 ‘불리한’ 조건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전반 29분 지동원의 대포알 같은 왼발슛이 상대의 심장을 뚫듯 골그물에 꽂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승부는 1-1 원점이 됐다. 김창수와 정성룡이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교체카드 2장을 소비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은 그 모든 악조건을 이겨냈다. 공수 간격을 좁히며 상대를 압박해 갔고, ‘모래알’ 같은 영국 축구 대표팀을 산산이 조각냈다. 10년 전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끊임없는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해나갔던 것과 유사했다.

‘평행이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승부차기. 10년 전 한국은 황선홍-박지성-설기현-안정환까지 차분하게 골을 넣으며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섰고, 세 번째 키커까지 성공한 스페인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호아킨이 주춤하다 이운재에 막히면서 땅을 쳤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홍명보가 골을 성공시키며 사상 첫 월드컵에 나섰다. 웃음기 없던 홍명보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한민국에 희망을 선사했다.

바로 그때의 홍명보가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또 그 모습을 재현했다. 나란히 네 번째 키커까지 모두 골을 넣은 양팀은 마지막 키커의 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는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 대니얼 스터리지가 주춤하면서 킥을 날렸고, 이미 방향을 읽은 이범영이 몸을 날리며 완벽하게 방어했다. 10년 전 호아킨이 취했던 ‘주춤’ 동작이나 킥의 방향까지 같았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10년 전 홍명보가 골그물을 갈랐을 때처럼 상대의 골망을 가르며 영국 단일팀을 격침시켰다. BBC 해설진은 “환상적인 경기. 한국 선수들은 충분히 자격 있다”는 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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