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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젠 과거史 반성한 '자기 과거史'까지 부정

차학봉 특파원 hbch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29 09:39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이 집권하면 '과거사 반성 3대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3대 담화는 일본에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2000년 이후 침략전쟁을 미화한 교과서가 급증하면서 근린국가를 배려한 역사교과서 기술을 천명한 미야자와 담화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식민지 지배 및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2001~2006년)가 현직 총리로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하면서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아베 전 총리가 이미 껍데기만 남은 3대 담화 폐지를 주창한 것은 헌법 개정을 통해 '전범국가'의 틀을 완전히 벗어버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이미 일왕을 국가원수로,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일본의 주요 정치 지도자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헌법 개정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8일자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자민당이 집권하면 고노 담화, 미야자와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일본의 사죄를 담은‘역사 반성 3대 담화’를 모두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7월 TV에 출연한 모습. /AP 연합뉴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취임 전 쓴 글 등을 통해 "일본에는 전범(戰犯)이 없다"며 일본의 전쟁 책임을 전면 부정했다. 노다 총리는 과거에 "한국과 중국은 무슨 문제만 생기면 군 위안부 문제를 들고 나와 일본에 사죄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오사카 유신회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도 "고노 담화는 최악"이라며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집단자위권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을 위해 신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독 도 문제와 센카쿠 영토 분쟁이 심화된 이후 일본 사회에 그나마 있던 양심적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아베 전 총리가 2007년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했을 때만 해도 당 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엔 노다 총리 등 정치인들의 과거사 부정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비판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을 찾기 어렵다.

현재 일본 사회 분위기로는 아베가 총리가 돼 3대 담화 폐지론을 실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아베가 9월 실시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자민당이 11월 실시 가능성이 큰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다시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집권 민주당이 워낙 인기가 없어 자민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선거보다는 오히려 총선 이후의 연립정부 구성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이 차기 선거에서 제1당이 돼도 과반 의석을 넘기는 어려워 연립정부 구성은 필수적이다. 그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과 회동을 갖는 등 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사카 유신회는 차기 총선에서 제3당이 유력시되고 있다.


(왼쪽부터)미야자와, 고노, 무라야마.


☞미야자와 담화(1982년)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3·1운동을 '데모와 폭동', '침략'을 '진출'로 수정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적 마찰을 빚자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 교과서 검정기준에 '근현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국제이해의 시점에서 필요한 배려를 할 것'이라는 '근린제국조항'을 추가했다.

☞고노 담화(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일본군과 정부의 직간접 관여가 있었다고 밝힌 담화.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관여하였다"고 발표했다. 고노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1995년)

무 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 5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면서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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