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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잘못 드시면 큰 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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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2-08-10 14:39

제게는 15개월 되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하도 징징거리며 땡깡을 부리길래 식탁 위에 있던 약통을 하나 쥐어줬습니다. 타이레놀이 두 세 알 들어있던 조그마한 통이어서 흔들 때마다 딸그락 소리가 났습니다.

몇 분 잘 가지고 노는가 싶어 무심코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안 나길래 봤더니 뚜껑이 열리며 약이 카펫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 보이는대로 다 주웠으나 정확히 몇 알이었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에 아들의 입을 억지로 벌려 봤는데 없는 것 같아 조금 안심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로 미국에서는 매년 3만 명의 어린이들이 타이레놀 중독으로 응급실로 실려 갑니다.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사건이 바로 제 눈앞에서 벌어질 뻔해서 의사로서 저도 매우 놀랐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2회에 걸쳐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타이레놀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의 일반의약품 오남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53년 미국에서 처음 상품화하여 판매하기 시작한 타이레놀은 그 후 약 6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열제 및 진통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60,70년대 아스피린의 인기에 가려졌지만 80년대 이후 오히려 더 많이 판매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단연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용 초기부터 위장 출혈 등과 같은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간독성이 있어 최근에는 많은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한 번에 1000 mg 그리고 하루에 4000 mg 초과 복용은 금해야 합니다. 아스피린 계열과는 달리 항염작용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중추신경계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 생성을 저해하여 통증 신호를 막아주며 또한 체온을 담당하는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열을 떨어뜨려 줍니다.

정해진 용량 안에서 복용한다면 별 다른 부작용이 없이 안전합니다. 오히려 위장 장애를 일으키지 않아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에게서 사용되고 또한 피를 묽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응고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간에서 분해되는 특성으로 인해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술과 함께 복용하게 되면 그 위험은 더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타이레놀이 들어가 있는 “감기약”을 먹을 때 에는 금주를 하라는 의사의 권고가 여기에서 나오게 된 것이지요.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신장에 무리를 주어 신장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타이레놀 급성 중독은 보통 10-12 그램, 즉 325 밀리그램 알약을 30 개 이상 먹었을 경우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몸무게 70 킬로그램 성인을 기준으로 75개 이상을 먹었을 경우 치명적인 간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증상은 주로 구토, 오심, 무기력 등이 있습니다.

만약 10 그램 (어린이는 7.5 그램) 이상 먹은 것이 확실하거나, 혹은 반대로 정확히 얼마를 먹었는 지 모를 경우, 자살의 목적으로 복용한 경우, 복통 구토 혼미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중독 후 4시간 이내라면 위장 내에 남아있는 약물을 제거해 내기도 하고 간독성을 낮추는 약을 먹거나 수액 주사로 맞기도 합니다.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이라 무조건 안전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정확한 용법을 숙지한 후에 본인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성희 Guildford Medical Clinic 604-582-8985’

닥터 서의 생로병사

칼럼니스트:서성희/가정의학과 전문의

전화번호:(604) 582-8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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