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을 5센트 동전으로 보냈다는데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애플 본사로 삼성전자가 보낸 트럭 수십 대가 들어갔다. 배상금이 모두 동전이라더라.”
“삼성이 일종의 ‘항의’ 표시로 애플에 배상금을 모두 동전으로 지불한다고 팀 쿡 CEO에 통보했단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미국 법원 특허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삼성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며 10억 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린 뒤 최근 해외 사이트에선 ‘삼성 5센트 동전 싹쓸이 설’이 화제가 됐다.

내용인 즉슨 “삼성전자가 최근 배상금 1억 달러를 5센트로 환전한 후, 이를 트럭 30대에 나눠 담아 애플 본사에 전달했다”는 게 주요 골자로, 최근 트럭 30대가 애플의 캘리포니아 본사에 도착했고, 이를 본 관리실 직원이 화들짝 놀랐다는 말이 나돌았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삼성전자 CEO(최지성 부회장)가 애플 팀 쿡 CEO에게 “배상금 1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급전을 보냈고, 동시에 이건희 회장이 ‘만약 애플이 더티 플레이를 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줄 알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글이 확산되면서 일부 해외 매체는 “삼성이 5센트 동전으로 배상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전송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매체들도 지난 28일과 29일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 소식은 멕시코의 풍자 웹사이트 엘 데포르마에서 이번 애플의 일방적인 평결에 대해 ‘비웃자’고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미국의 인기 유머사이트인 9Gag.com을 통해 트위터 등 SNS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마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팬들이 “삼성의 결단이 멋지다”며 응원 글을 잇달아 게재하면서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29일 “삼성이 동전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온 건 배심원 평결일 뿐 판사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아 최종 배상액이 얼마인지 확정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또 “배상금 지불 방식은 애플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그런 트럭이 일방적으로 애플 측에 도착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애플 측은 모두 되돌려 보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법 상 법적 통화(legal tender)인 미국 주화와 지폐는 채무 변제하는 데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사기업 간의 문제일 경우엔 채권자 측에서 변제 방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히 5센트의 무게가 약 5g이기 때문에 실제로 1억 달러를 나르려면 18톤 트럭 2755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30대로는 턱도 없는 소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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