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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 붕괴 직전, 84층서 던진 구조 요청 쪽지엔…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12 13:02

'여기는 84층. 12명이 갇혀 있다.'

2001년 9월 11일 '유로 브로커스'라는 무역회사에 다니던 랜디 스콧(당시 48세)은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 84층 사무실에서 9·11테러를 당했다. 오전 9시 3분, 알카에다 테러범에게 납치된 여객기가 남쪽 건물과 충돌했다. 북쪽 건물은 앞서 8시 45분쯤 이미 테러 공격을 받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엄청난 충격이 지나간 뒤 상황을 파악한 랜디는 마지막 희망을 담아 구조를 요청하는 메모를 적어 사무실 창밖으로 던졌다. 메모에는 충돌 당시 부상으로 랜디가 흘린 피가 묻어 있었다. 뉴욕연방은행 경비원이 땅에 떨어진 랜디의 메모를 발견하고 무전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려고 할 때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렸다. 랜디와 그의 동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10년이 흐른 뒤인 지난해 8월, 미국 코네티컷주(州)에 사는 랜디의 부인 드니즈(57)는 뉴욕 검시관실로부터 남편 랜디의 피가 묻은 친필 메모를 보관하고 있다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뉴욕 검시관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종이에 묻은 피가 랜디의 것임을 밝혀내고 연락한 것이다. 뉴욕 검시관실은 9·11테러 희생자의 유골과 유품 등을 정리해 유가족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부인 드니즈는 "글씨를 보는 순간 유전자 검사 결과를 굳이 보지 않고도 남편의 필적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드니즈는 남편이 죽음의 순간 겪었을 공포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10년간 드니즈는 남편이 비행기 충돌 직후 곧바로 고통 없이 숨졌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아왔다. 세 딸들에게도 아빠는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니즈는 "메모를 본 순간 당시 불타는 건물 안에 갇혀서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을 남편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9·11 당시 미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발생 현장에 있던 랜디 스콧은‘여기는 84층. 12명이 갇혀 있다’고 적은 메모(왼쪽 사진)를 창밖으로 던져 구조를 요청했다. 스콧은 절박한 상황을 알렸지만 결국 구출되지 못했고, 메모지는 사건 직후 발견됐으나 유전자 감식을 거쳐 10년 만에 그의 가족(오른쪽 사진)에게 전달됐다. /9·11박물관
뉴욕연방은행은 줄곧 메모를 보관해오다가 내년 개관 준비 중인 '9·11 기념관'에 이를 전달했다. 기념관 측은 랜디의 메모를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유족에게 제안했다. 드니즈는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세 딸에게는 자신이 말할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것. 지난 1월에야 세 딸에게 '아빠의 메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 딸 레베카, 알렉산드라, 제시카도 아빠 랜디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울었다.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유품도 남기지 못하고 숨져간 랜디와 함께 있던 11명의 동료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프기 때문이다.

9·11 기념관 측은 랜디의 메모가 당시 고통의 순간을 증언하는 유물로 기념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0일 보도했다. 큐레이터 얀 라미레스는 "랜디 스콧의 친필이 10년 만에 가족들에게 도착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그의 메모는 기념관에서 가장 강력한 전시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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