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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디스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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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2-09-14 09:13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호소하는 통증 가운데 가장 흔한 곳이 허리이며 다음으로 무릎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외래에서도 많은 수의 환자들이 관절통이나 근육통에 시달리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새로 나온 최신 지견이나 병의 원인 보다는 이 통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09 년 12월 저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닥쳐왔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병원 업무를 끝내고 잠자리에 늦게 든 탓인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왼쪽 손가락이 저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별거 아니겠지, 잠을 잘 못자서 그러겠지, 자다가 왼쪽이 많이 눌려서 혈액 순환이 안되어서 그러는 것이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전 근무 내내 왼쪽 둘째 세째 손가락 끝이 계속 저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약간의 통증이 동반되면서 손바닥 전체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무리 손을 털고 스트레칭 운동을 해 봐도 별로 효과가 없어 타이레놀 하나를 먹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금방 가실 것같던 통증도 왠일인지 별로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무렵부터는 왼쪽 팔꿈치와 삼두근(팔 뒤쪽)이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렇게 몇 일이 지나 외래 교수님께 이 말씀을 드리니 혹시 목 디스크 (cervical disc herniation)일 수 있으니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반 엑스선 촬영에서는 거북목, 즉 경추의 각도가 영어 알파벳 “C”의 모양이 아닌 “1”자로 뻗어 있는 현상처럼 나타났지만 그 외 별다른 소견은 없었습니다. 처방약은 약간의 효과만 있을 뿐.

자 기공명영상 (MRI)를 해보기로 하고 몇 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증세가 서서히 악화되면서 이윽고 왼쪽 삼두근의 마비가 오더니 아령을 머리 위로 들 수 없게 되고 팔굽혀 펴기를 하면 오른쪽으로 기울게 되는 비대칭 현상이 생겼습니다.

저는 너무 겁이 났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정말 평생 장애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목디스크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신경외과의사들이 쓴 논문은 다 읽어봤습니다.

우 리나라의 신경외과 전문병원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목 근육을 절개하고 접근하여 디스크 전체를 다 들어내는 방법. 무척이나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미세수술(microsurgery)법이라 하여 얇은 관을 삽입하여 디스크 일부를 레이저로 도려내거나 유착된 부분을 약물로서 풀어주는 방법 등도 있었습니다.

몇 주 뒤 찍은 MRI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경추 5/6, 6/7번 디스크가 왼쪽으로 돌출되어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었고 목에는 이미 약간의 관절염 징후 (degenerative change)가 발견되었습니다. 30대 후반. 한창 일하고 운동해야 할 시기에 이러한 진단은 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Arkansas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신경외과 의사 둘을 만나 상의를 했지만 의견은 나뉘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쪽과 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저는 너무 겁이 나서 수술을 거부하고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받았습니다.

아침 8시 첫 타임에 예약을 잡고 출근하기 전에 물리치료를 2주에 걸쳐 받았습니다. 증세는 차츰 좋아졌고 어느 날 운전하고 집에 오는 길에 왼쪽 삼두근의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팔굽혀 펴기도 할 수 있었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왼쪽 팔에 힘도 회복 되었습니다. 정확히 4주만에 회복된 것입니다.

현대 의학에서 추천하는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의 1차 치료는 약물과 물리치료입니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나 마비 증세가 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울 경우에 디스크 치환 및 인공 디스크 삽입술, 마이크로 절제술, 약물 주입술, 레이저 수술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을 시켜줄 만큼 완벽하지는 못합니다.

그 래서 저는 외래에서 여러 환자들에게 근골격 건강은 건강할 때 계속 꾸준히 운동을 통해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손상된 관절, 근육 등은 여간해선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는 목디스크 1차 발병 후 두 달 후 찾아온 재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성희 Guildford Medical Clinic 604-582-8985’

닥터 서의 생로병사

칼럼니스트:서성희/가정의학과 전문의

전화번호:(604) 582-8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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