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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美대사, 영사관서 끝까지 기밀문서 파기하다 숨져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14 17:14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사망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두 차례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지난 11일 오후 10시쯤 시작됐다. 무장 세력은 약 15분 만에 영사관 외곽 경계를 뚫고 내부 건물에 진입한 뒤 총을 쏘며 건물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스티븐스 대사는 미 국무부 정보 담당인 션 스미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보안 관계자 한 명과 함께 기밀문서를 파기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휴대용 로켓포가 건물 지붕을 때리면서 연기와 불길이 솟았다고 CBS방송이 13일 전했다.

스티븐스 대사와 함께 있던 보안 관계자는 일단 건물 밖으로 나온 뒤 다른 보안요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돌아왔다. 스미스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들은 건물 내부에 연기가 자욱한 데다 불길이 거세져 스티븐스 대사를 찾지 못한 채 건물 밖으로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나중에 현지인들에게 발견돼 벵가지 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사이 약 40명의 영사관 직원은 사복을 입은 경비병들의 안내를 받아 도로와 연결된 쪽문을 통해 영사관에서 빠져나온 뒤 1.6㎞ 정도 떨어진 안가(安家)로 이동했다.

두 번째 공격은 첫 번째 공격이 시작된 지 수 시간 뒤 안가에 피신한 영사관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과 리비아 보안군이 막 도착했을 때 시작됐다. 상대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안가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영사관 내부에 '첩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와니스 엘샤리프 리비아 내무부 차관이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 번째 공격에서 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전직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글렌 도허티와 타이론 우즈가 사망했다. 전직 네이비실 요원들의 업무가 무엇인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도허티는 지난달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내전 동안 전국 각지에 흩어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을 수거해 폐기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영사관을 공격한 무장 세력이 소총·기관총과 휴대용 로켓포로 중무장했다고는 하지만 영사관이 불과 15분 만에 함락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사관에는 30여명의 경비 병력이 있었고,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9·11에 맞춰 테러가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 대비훈련까지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증인들에 따르면 영사관의 현지인 경비대는 애초부터 영사관을 보호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사관 근처에 사는 회계사 알리 페토리는 "보안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공격이 시작되자) 모두 달아나 버렸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스가 14일 전했다. 현지 치안 업무를 맡고 있는 리비아 방패여단의 위삼 부흐메이드 사령관은 "경비병들 스스로도 영화로 인해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가 영사관 공격을 방조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가 파기하려고 했던 기밀문서 가운데 일부는 무장 단체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리비아 내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안가로 사용하는 건물 위치와 미국에 협조적인 리비아인들의 명단 등이 포함돼 있어 자칫 이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인디펜던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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