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투기 20대가 이란 향한다” 보고에…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lmhco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젠장. 비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별명)가 공격을 미루겠다고 했었다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짜증을 내며 상황실로 향한다. 이스라엘 전투기 20여대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 지 45분 만에 백악관 상황실에 오바마 행정부 안보팀이 모두 모여 회의를 시작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실제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강행했을 경우를 가정해 워싱턴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는 그동안 오바마 안보팀의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과 개인 성향에 기반한 것이다.

이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평소 이스라엘의 독자 공격을 반대하던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전투기가 40여분 후면 이란에 도착한다"며 "네타냐후를 설득해 공격을 중지시키거나,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격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조 바이든 부통령이 "전투기 격추는 말이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몇 분 후 전화 연결이 된 네타냐후는 공격 중단 요청을 사전 봉쇄하려는 듯 먼저 "이스라엘 안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란 핵개발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오바마는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우린 미국의 이익을 위한 조치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오바마는 안보팀에 "이란에는 뭐라고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차기 국무장관을 노리는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는 "미국이 이번 공격 배후에 없다는 걸 그들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출신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CIA 국장은 "그렇게 할 경우 이란은 마음 놓고 이스라엘에 반격할 것이다. '확전을 할 경우 미국이 개입한다'고 이란이 믿게 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에 동조했다.

다 음 날 미 정보 당국은 이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은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는 보고를 올렸다. 이날 국제 유가(油價)는 40% 가까이 급등했다. 방송에서 패널들은 유가 상승과 오바마 재선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그다음 날, 미 언론에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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