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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이 美·日 '앞잡이' 되는 걸 막으려고…”

이하원 기자 May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25 17:10

"현재 분출하는 중화(中華) 민족주의가 우리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제정치적으로 미묘한 상황에서, 일본·미국과 마찰이 커질수록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세력전이(勢力轉移·power shift)하는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진영 한중(韓中) 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은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중 간에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환경을 적절히 이용해서 우리가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2008년 한중 정상회담 합의로 만들어진 양국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그는 최근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상호 의존적인 것으로 과거 미국과 소련이 각축하던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의존하면서 타협할 수밖에 없기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맹 외교'와 '전략 외교'를 하고, 조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차기 정부는 동북아에서 신질서가 형성될 때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공간을 찾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며 "이런 노력이 21세기 한국의 명운(命運)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미·중은 서로 경쟁하지만 파국적인 충돌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에겐 노무현 정부에서 주장했던 형태와는 다른 의미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한 달 넘게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센카쿠 문제는 가깝게 보면 2010년 이후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센카쿠 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도 심각한데 그 밑바닥에는 현재 아시아와 국제정치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세력전이라는 흐름이 있다. 세계 초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과 점차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는 미국·일본이 마찰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과 일본이 현재 마찰을 빚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선에서 자기들의 입장을 세계에 확인시켜 놓고, 관리 체제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센카쿠 같은 영토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이는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8·15 연쇄 충돌' 이후 한·중·일 3각 갈등의 손익 계산서는.

"센카쿠 문제에선 중국이 자기들의 영유권 주장을 세계에 각인했다. 중국이 실익(實益)은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일본도 독도에 대해선 약간 이익을 확보했다. 우리는 괜히 독도 문제를 키워 준 측면이 있다."

서진영 한중(韓中) 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의 한국 측 위원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동북아에서 신질서가 형성될 때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공간을 찾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현재 상황은 단순히 세력전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탈(脫)냉전 시대에 분출하는 민족주의 성향이 세력 전이와 결합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은 국제 질서의 전환 과정에서 분출하는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상승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것만큼 '중화(中華) 민족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세계는 거리를 더 좁혀가는데 동아시아에서 민족주의가 분출하는 이유는.

"세계화에서 탈냉전화, 탈이념화는 긍정적인 측면인데, 여기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이 바로 이념의 공백 상태와 정체성의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것이 정서적 호소력이 큰 민족주의다. 동아시아는 서로 얽혀 있는 역사적인 문제로 민족주의가 국민에게 큰 호소력을 갖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를 자국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인 항공기 감시 대상에 포함시켰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어도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서해 연안의 감시 체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이 수중 암초인 이어도 문제를 센카쿠와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이어도와 관련해서 하는 행동은 협상용이라고 본다."

―중국이 이어도에 대해서는 센카쿠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인가.

"이어도는 한국의 마라도에서 149㎞, 중국으로부터는 287㎞ 떨어져 있다. 이어도 수역은 어떻게 협상해도 자연적으로 우리 쪽 배타적경제수역에 들어온다. 만약 중국이 이어도까지 자기들 수역으로 만들겠다고 하면, 한중 관계는 회복 불가능하다."

―이어도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독도는 우리에겐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로 국제 문제화했다. 뼈아픈 손실이다. 이어도 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지배를 강화해나가는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미·중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중국은 한국을 자국의 우군(友軍)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중립을 지키도록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동맹 외교, 중국과 전략 외교를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선 실행하기 쉽지 않은 문제 같다.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생존 법칙은 승패를 가르며 대치했던 냉전 구조와는 다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 1970년대는 미국이 손에 피를 안 묻히고 경제 제재를 통해 중국을 괴롭힐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를 제재하려면 미국 경제가 피를 흘려야 한다. 21세기 게임의 법칙은 배타적이고 배제적인 게임을 하면 패배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느라고 미국과 협력을 소홀히 하면 반드시 역(逆)작용을 불러온다. 중국이 우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특수 관계, 한국과 일본의 특수 관계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일본과 관계를 약화시키면서 중국과 협력하려고 한다면 한국의 가치는 반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일에 비해 경제력·군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경제력+군사력+소프트 파워'로 우리의 국력을 증대하고 효율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지만 국력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는 방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우리와 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에서 출발했지만, 이 개념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우리에겐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은 체제와 지향하는 이념이 다르다. 그러면서도 그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가야 한다. 제3의 길에서 만나는 것이다."

―한중 전문가 공동 연구위원회에서 중국 측에 어떤 점을 많이 촉구했나.

"세력 전이가 일어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퇴각하는 강대국의 초조함과 심리적인 불안정이다. 신흥 강대국이 갖고 있는 지나친 자신감은 위험하다. 중국은 신흥 강대국이 갖는 지나친 자신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서진영 위원장은

중국에 대해서 40년 넘게 연구해온 한국 정치학계의 중진 학자다. 고려대에서 오랫동안 '중국 혁명사'등 중국과 관련된 강의를 해오다가 정년퇴임 했다. 워싱턴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평화연구소 소장,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이끌던 사회과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었다. 저서 및 편저로 '21세기 중국정치' '세기적 변화와 한국의 미래' '모택동과 중국 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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