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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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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2-09-28 10:10

지난 번 컬럼에 이어 이번 주는 통증에 관해 다뤄보겠습니다. 2009년 12월 약 한 달 간의 참을 수 없는 통증과 왼쪽 삼두근의 마비가 하루아침에 풀리자 저는 물리치료 및 자세 교정을 위한 운동 등을 게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바쁜 병원 생활로 인해 유산소 운동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경추 디스크 탈출증으로 인한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매일 매일 통증없이 산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0시간 당직을 마치고 아침에 간단히 회진을 도는데 알 수 없는 왼쪽 검지의 마비증세가 다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통증이 사라진 뒤 두 달 후였습니다. 기분 나쁜 정도의 마비는 하루 이틀 계속되었습니다. 사흘 째되는 날 왼쪽 목에서부터 팔, 팔꿈치가 말할 수 없이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은 응급실 근무를 서는 날이었는데 몇 시간 일하다가 할 수 없이 조퇴를 해야 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응급실에서 환자가 되어 스테로이드 주사 및 처방전을 받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일 주일은 병가를 내어 쉬어야 했습니다. 쉬는 동안 치료는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하루 종일 자는 것이 전부였고 그 후에는 다시 견인 치료 등의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기가 약 한 달 지나자 통증은 많이 사라졌지만 손가락의 무딘 감각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도록 왼쪽 검지, 중지의 저림현상은 남아있습니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가끔 왼쪽 어깨가 아프지만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 참으로 다행입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여러 신경외과 의사 정형외과 의사를 만났고 MRI 및 CT 촬영을 했지만 이렇다할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외과 의사들의 의견도 많이 갈렸습니다. 어떤 이는 당장 수술을 권했고 어떤 이는 반대했습니다. 저는 수술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들이닥친 이 고통은 저에게 큰 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목디스크 통증은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는 저의 일부가 되었고 친구처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저와 함께 가는 친구처럼 말입니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다 있을 수 있는 불완전성. 저에게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통증이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통증.

여러분은 어디가 아프십니까? 나이 드신 어른들은 대부분 관절염, 무릎 통증, 허리통증 등이 있으십니다.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은 손목 통증,팔꿈치 통증,어깨 통증이 있습니다. 운동을 많이하는 젊은 사람들도 허리 통증, 엉덩이 통증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다 어디가 아프기 마련입니다.

다행인 점은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아프다는 공통점. 나와 남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공평한 것이고, 불행인 것은 이 통증이 모두 치료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병원을 찾아와 약 처방전을 받아가고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을 해보지만 100% 치료 가능한 방법은 존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대체 의학, 인증받지 못한 약물 치료 등을 찾아다니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이는 약간의 효과를 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어느 정도의 통증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 친구로 여기는 자세는 어떠할까요? 화난 친구를 달래주며 사탕을 주듯이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진통제를 먹어주는 정도. 성난 친구를 데리고 밖에 나가 달래듯이 아플 때는 산책 및 운동을 하며 심기 일전하는 것.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날씨가 궂은 밴쿠버의 겨울을 맞이하며 하루하루 통증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이를 나눠보고자 글을 썼습니다. 다음 주는 방광염과 전립선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성희 Guildford Medical Clinic 604-582-8985’

닥터 서의 생로병사

칼럼니스트:서성희/가정의학과 전문의

전화번호:(604) 582-8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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