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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도 철저히 속인 야후의 전면 한국철수

박정현 기자 jen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0-22 09:26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4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야후코리아 사무실.

영문도 모른 채 회의실에 모인 야후코리아 직원들은 ‘올해 안에 회사문을 닫는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패닉’ 상태에 빠진 일부 직원들은 업무를 중단하고 그대로 조기 퇴근했다. 일자리를 잃게 될 걱정에 눈물을 흘리는 직원도 있었다.

지사 철수 통보를 받은 한 야후코리아 직원은 “최근까지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들과 ‘잘해보자’고 서로 격려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이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며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사흘 전인 16일, 야후코리아는 방문한 기자들을 맞이하는 미디어룸 내부 공사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야후코리아 측은 “18일과 19일에 내부 수리로 인해 미디어룸 사용이 중단되고 월요일(22일)부터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더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겠다. 앞으로 많은 사랑 부탁한다”는 공지를 보냈다. 불과 며칠 뒤 지사 철수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한 때 국내 포털 1위…네이버·다음에 밀려

야후코리아 직원들 사이에선 한국 지사가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야후코리아가 한때 국내 최고의 포털이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다.

1997년 출범한 야후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에 국내 포털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올랐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을 처음 접한 우리나라 네티즌 중엔 야후코리아를 통해서 웹서핑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에선 NHN(035420) (259,000원▲ 2,500 0.97%)(네이버)과 다음(035720) (95,000원▲ 500 0.53%)커뮤니케이션에 밀렸고 해외에선 구글에 추월당했다. 그나마 잘나가던 야후코리아의 뉴스 분야도 작년부터 서비스가 개편되면서 페이지뷰가 급감했다. 올해 8월 기준 야후코리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0.25%에 불과했다.

특히 수년째 야후코리아에 돈을 벌어다 주던 계열 키워드 검색광고 회사인 오버추어코리아가 2년전 네이버와 계약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다음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도 이번 철수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야후코리아는 거의 10여년 동안 직원수가 200명 정도로 변함이 없었다”며 “네이버나 다음처럼 열심히 투자하고 점유율을 늘렸어야 하는데 야후코리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오버추어코리아도 함께 철수한다. 야후코리아의 한국 내 자산은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야후코리아 내 한국어 콘텐츠는 앞으로 모두 없어진다.

야후는 올 7월 구글에서 마리사 마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면서 ‘전성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야후가 아시아 지역에서 돈 안되는 사업을 줄이고 북미 지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 초에도 야후는 중국에서 보유하던 알리바바그룹의 지분 40%를 완전히 매각했다. 일본에서도 야후재팬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소문이 지난 1년간 나돌았다. 다만 야후는 “아태지역(APAC)의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성장 잠재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아태지역의 분위기는 두고봐야 한다.

◆ 야후코리아의 일방적인 통보…미국 기업 운영의 비정함 보여줘

야후코리아의 갑작스러운 철수 소식은 미국식 기업 운영의 비정함을 보여줬다. 이번 법인 철수 사실은 19일 당일까지도 하급 직원은 물론 차장, 부장 등 간부급들도 대부분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다니던 회사가 두 달 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은 야후코리아 직원들은 ‘어이가 없다’, ‘열받는다’는 반응이다. 이제까지 공들인 업무가 완전히 물거품이 된 가운데 다른 일자리까지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후코리아에는 18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한 야후코리아 전 직원은 “이사급이든 일반 직원이든 예외 없이 그냥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통보해서 ‘급여 6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주겠으니 자리를 정리하라’고 통보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앞으로 직원들의 갈 길을 찾는 내부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라며 “금요일에 발표 난 일이라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글코리아, 모토로라, 그루폰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IT기업들 직원들도 위기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내부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안해도 본사 차원에서 허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서 한국 지사는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있는 한 미국계 금융회사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홍콩에 있는 아태지역 본부로부터 인원 감축을 하라는 통보를 받고 하루 만에 한국 직원을 여러 명을 내보냈다. 이 금융회사의 직원은 “인원 감축하는 시기에 대표이사의 사무실에 불려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그날부터 짤린다고 보면 된다”며 “바로 귀가 조치를 시키고 남은 짐을 택배로 부쳐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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