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으로부터 듣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02 15:35

“글로벌 리더 되기, 다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자녀로 키울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사람의 생김새 만큼이나 다양하다. 숱한 선택들 틈에서 속시원히 정답을 골라내면 좋겠건만, 실은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우리가 이런저런 책들 혹은 ‘석학’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바로 정답 찾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이 밴쿠버를 찾았다. 이곳에서 열리는 ‘이화여대 총동창회 북미주연합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네트워크를 굳건히 해보겠다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다.

동대학 법학과 출신인 김선욱 총장은 “부임 이후 매년 북미주 총동창회에 참석해 오고 있다”며 “동문들에게 학교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여성에게 공부의 기회, 사회 진출의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학교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화여대의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여성이 사회의 중심으로 달려간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역사 위에 흔적을 새긴 것은 물론 ‘사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 또한 필요한 인재로 커가기를 희망한다. 다소 따분해 보이는 표현이긴 하지만,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말이다. 김 총장에게 사람을 키워내야 하는 인큐베이터로서의 대학의 역할과 다가올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 물었다.


"불평등은 개인이 풀 수 없는 문제"


-경쟁사회다. 효율, 성장, 발전… 이런 단어들을 멀리하면 도태될 것 같은. 총장으로서 이런 시대에 대학은 어떤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학 구성원만을 위한 대학은 의미가 없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 탓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됐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물론 지금도 불평등한 구조가 온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학이 이런 구조를 푸는데 일정 부분 힘을 써야 한다고 본다.

-여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하는 사회일수록 남성에게 주어지는 책임이 더욱 큰 거 같다. 일부에서는 불평등 사회, 혹은 가부장사회의 최대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동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개인이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문제에 대한 해결에 근접할수록 (가족 부양 등의) 책임을 ‘아빠’에게 지게 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전히 어렵다고 보는가?
겉으로는 불평등이 많이 완화된 듯 보인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에서 여성이 큰 성과를 보인 탓이다. 하지만 시험에 의한 인재 발굴이 아닌 경우에는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 여성의 사회활동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근로조건 또한 열악하다.  여성의 급여 수준은 남성이 받는 돈의 60% 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의 ‘혜택’ 다른 사람에게 ‘피해’되서는 안돼"

-그렇다면 이런 불평등은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은 군필자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각종 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혜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을 얘기할 때, ‘외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한인 2세가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도 이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는다. 달리 말해 적절한 다문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책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사회에 적응할 것만을 요구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한국사회도 외국인들에게 적응하기 위해 바꿀 것은 어느 정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는 길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국경의 의미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말 그대로 국제화 시대다. 이런 시기에 이화여대는 세계와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가?
우리 학교의 국제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졸업생들의 해외 진출이 잦았기 때문이다. 대학 차원에서는 아프리카나 제 3 세계 국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애쓰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대는 외국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 외국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다. 우리가 받은 도움을 교육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돌려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화여대는 현재 64개국 827개 기관과 교류 중이다.



"앞으로의 ‘융합시대’ 한국문화 인지가 열쇠"

-캐나다 대학과도 왕래가 있는가?

물론이다. UBC, SFU, 토론토 대학 등 14개 기관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한인 2세들 중 한국 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화여대는 어떤 인재의 도전을 기대하고 있는가?
지금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있는 시대다. 유연한 사고,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과 캐나다, 혹은 세계적인 것, 이처럼 다문화를 골고루 접하고 문화적 차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융합시대를 이끄는 인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어에 서툰 2세들을 보면 솔직히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부모들은 자녀가 한국,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여러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다문화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서는 한인 대학생들에게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하기대학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남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김 총장은 “이화여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26년 역사의 이화여자대학교는 지금까지 약 19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한민국을 벗어나 살고 있는 사람은 2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절반은 북미주에 터전을 잡고 있다. 오유순 동창회장은 “북미주 각지에서 200명 넘는 동문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밴쿠버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글로벌 리더 되기, 다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자녀로 키울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사람의 생김새 만큼이나 다양하다. 숱한 선택들 틈에서 속시원히 정답을 골라내면 좋겠건만, 실은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우리가...
“공연 갈증, 10월 25일부터 3일간 ‘오동리 소방서’에서 풀자”
인터뷰 장소로 사내 다섯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이들은 한국에서 건너온 지 길어야 2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신선한, 정확히 말하면 생소한 얼굴들이었다.명함을 주고 받은 후에도 ‘도대체...
“사심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묻다”
영화 ‘장밋빛 인생’과 ‘정글 스토리’-가수 윤도현의 팔팔했던 시절을 엿볼 수 있다-를 연출했던 김홍준 감독은 오래 전 한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털어놓았다.“영화 감독의 꿈은, 뭐...
배우 윤명주 “아날로그 시대의 응답, 10월 25일 공유한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얘기한다.“은행 잔고가 두둑해지는 순간,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자라는 양반이 손위 형님과 재산을 놓고 떠들썩한 싸움에 기꺼이...
“당장 내일 죽는다하면 오늘 뭐하겠습니까? 전 여행입니다”
자전거로 미주대륙 종주, 밴쿠버에서 시작스물 아홉살, 한 청년이 자전거로 세계 일주 중이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돌았고, 이제 미주대륙 종주에 나설 예정이다.그 주인공 김성원씨는...
유형길 화백 2012.09.21 (금)
“화가의 붓끝에서 이민생활 45년, 그 역사를 보다”
칠순이 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붓을 들고 하얀 도화지 앞에 서 있을 때면 그는 어느새 소년이 된다. 처음 그림에 연애를 걸던 시절이 생각나고 가슴은 쿵쾅쿵쾅 뛴다. 그 설레임을...
가족생태학자 송길원 목사
오는 9월28일부터 30일 사이 주님의 제자교회 영성집회에서 설교할 송길원 목사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송목사는 한국내 각종 방송에서 가정전문 강사로 강좌를 진행했고, ‘그래도...
“세상의 고정관념을 버릴 때 비로소 삶은 내 것이 된다”
스님과 방송인.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중의 사랑 없이는 돋보일 수 없는 연예인과 수도승과의 조합은 왠지 뭔가 어색해 보인다. 양복을 차려 입었는데 갓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
땀에 젖은 골프장갑 명예의 전당으로···
한국계 ‘수퍼 소녀’ 고보경(리디아 고)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사를 새로 썼다. 고보경은 ‘CN 캐나다 여자오픈’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LPGA “CN 캐나다 여자 오픈’ 출전 15세 고보경
‘CN 캐나다 여자 오픈’의 막이 올랐다. 밴쿠버 그린의 정복자가 결정되는 것은 오는 26일이다.청 야니, 스테이시 루이스, 크리스티 커 등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
밴쿠버 떠나는 김남현 경찰 영사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한인들의 캐나다 입국거부 사례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사기사건도 빈번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지만 폭행이나 절도는 줄을 이었고, 한인...
한명숙 전(前) 국무총리·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 밴쿠버 방문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외선거인에 대한 본국 정치인들의 구애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달 24일 한화갑 민주당 전(前) 총재가 밴쿠버를 찾은 데 이어, 8일에는 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세계 최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축제인 ‘국제 메이크업 아티스트 트레이드쇼(International Make-up Artist Trade Show·IMATS)’가 지난 7월 21일과 22일 밴쿠버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에 있는 메이크업...
“당신의 닫힌 마음 ‘노래’로 열겠습니다”
태양의 신(神)으로 유명한 아폴로, 혹은 아폴론은 실은 음악의 신이자 의술의 신이기도 했다. 음악의 신이 의사를 겸직했다는 것은 솔직히 화들짝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굳이 그리스·로마...
한인 문화의 날 행사 막바지 준비 한창인 이종은 한인문화협회 회장
3주 앞으로 다가온 ‘한인 문화의 날(8월 4일)’ 행사는 밴쿠버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2001년 캐나다 사회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한인 문화의...
제 40대 밴쿠버 한인회 이용훈 회장
화합과 소통, 이 두 단어가 지닌 가치는 한 단체나 조직을 굳건하게 해주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그래서 ‘화합하자, 소통합시다’라는 얘기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문제는 적당한...
BC주총선에 출사표 던진 신재경 교수
인터뷰 대상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려면 기자부터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기자의 관념이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 기사로 나간다. 정직한 인터뷰가 아니다.그런데 신재경...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일과 성공, 이 두 단어가 곧바로 행복으로 해석됐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행복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휴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멈추지 않고 계속...
젊은 실력파 음악가의 도전이 시작된다 ‘브리지’ 첫 단독 무대
음악가의 길에 발을 내딛은 젊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독주자의 성공 신화를 꿈꾼다. 하지만 이 대열에서 잠시 한걸음 빠져 나와 서로의 호흡과 앙상블에 귀 기울이는 젊은...
캐나다 안보관련 자문위원 활동 중인 김순오 뉴젠 대표
“사이버 안보는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방어적 개념으로 사이버 안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연방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