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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가는 김수근의 몬트리올 한국관

박세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14 15:14

1967년 엑스포때 지은 한옥 목탑은 철거… 관심 아쉬워
1967년 4월. 캐나다 몬트리올시 남부 성 헬렌 섬에 작은 건물 한 채가 세워졌다. 목조 기둥 위에 반듯하게 설치된 추녀와 서까래, 흰색으로 칠해진 목재 벽…. 현대적으로 번안됐지만, 누가 봐도 영락없는 전통 한옥(韓屋)이었다. 바로 옆엔 통나무를 격자 모양으로 엮어 쌓은 높이 12m짜리 탑도 서 있었다. 이 건축물은 거장(巨匠) 김수근(1931 ~1986)이 설계한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 '코리안 파빌리온(Korean Pavillion)'이었다. 김수근은 서울 경동교회, 서울대 미대, 주미 한국대사관 등을 설계하며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대표적 건축가다.

넓이 435㎡(약 132평)짜리 작은 공간이었지만, 한옥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외국에 세운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당시 김수근 밑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건축가 김원(69·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씨는 "원래 엑스포 건물은 행사가 끝나면 철거돼야 하지만 몬트리올시 측이 '건물이 훌륭하니 우리가 영구보전하겠다'고 해 흔쾌히 수락했었다"고 했다.

 왼쪽은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 당시 김수근이 만든 한국관 모습. 오른쪽 위는 공사장 가림막으로 가려진 한국관의 현재 모습이고, 아래는 철거돼 바닥에 뉘어져 있는 목조탑. /Flickr.com·themainmtl.com 제공
그런데 이런 김수근의 한국관이 현재 폐기 처분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한 건축가의 제보를 받아 우리 영사관과 몬트리올 한인회 등에 확인한 결과, "한국인의 열정을 상징한다"는 목조탑은 지난해 '붕괴 위험' 진단을 받고 철거됐다. 본 건물도 무너져내릴 위험이 있어 공사장 가림막에 가려진 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장정호(59) 몬트리올 한인회장은 "목조건물인데도 방부처리 등 사후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추녀가 모두 다 썩어들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몬트리올 영사관 측은 "몬트리올시 당국이 이 건물을 30여년간 간이우체국, 버스정류장 등으로 사용하다 현재는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고 했다. "몬트리올시 소유이기도 하고, 사실 김수근씨 설계 건물이 남아 있다는 게 한국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그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주연 건축비평가는 "1929년 바르셀로나 엑스포 때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가 지었던 독일관은 그 건축적 의미 때문에 철거된 후 도면 그대로 다시 지어 현재 세계적 건축물로 남아 있다"며 "척박했던 시절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렸던 김수근의 한국관에 대해 우리 정부나 건축계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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