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달의 여신이 사는 섬은 어떤 곳일까”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23 17:01

밴쿠버 폴스크릭(False Creek)에 노랗고 파란 줄무늬 텐트 ‘빅탑(The Big Top)’이 다시 세워졌다.

캐나다 대표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이번에 밴쿠버에 가져오는 작품은 ‘아말루나(Amaluna)’. 신들이 사는 환상의 섬 이야기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부터 스토리 전개에 이르기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장치를 곳곳에 설치했다.

달의 주기에 맞춰 아말루나 섬을 지배하는 신들의 여왕 ‘프로스페라(Prospera)’는 딸의 성인식을 화려한 잔치로 꾸미려 계획한다.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해 출산을 통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의 주체로 재탄생하는 것을 기념하는 큰 행사이다.

프로스페라는 템페스트에 쓰인 그 폭풍우를 일으켜 항해 중이던 젊은이들을 바다에 떠돌게 하다 섬에 올려보낸다. 극은 이 중 한 청년과 공주 사이의 러브스토리를 전반에 걸쳐 그린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호감을 거쳐 사랑의 단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딸의 배필감을 고르는 여왕은 딸과 눈이 맞은 청년이 사위가 될만한 인물인지 여러 테스트를 통해 평가한다. 시험에 빠진 두 청춘은 의심과 갈등, 고민을 딛고 결국 한마음을 이룬다.

 ‘아말루나’는 엄마를 뜻하는 ‘ama’와 달을 가리키는 ‘luna’의 결합어다. ‘아마’는 우리말 엄마하고도 같은 뜻 닮은꼴이다. 여성과 출산, 엄마와 딸의 관계도 달이라는 상징을 통해 설명된다.

여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아말루나’는 연출부터 뉴욕의 잘 나가는 여성 오페라 감독 다이앤 폴러스(Paulus) 가 맡고 등장인물의 70%가 여성이다. 공연 내내 라이브 음악을 들려줄 밴드는 모두가 여성으로 채워졌다.

제작 감독의 말대로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이룬 업적에 대한 헌정”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여성 연출자는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세상과 재연결시키는 역할”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공연이 기존 공연과 가장 차이 나는 점은 무엇보다도 ‘이야기(스토리텔링)’다. 몽환적인 조명과 세련된 의상, 실감 나는 연기, 절묘한 묘기와 함께 극의 시종을 아우르는 스토리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지금까지의 공연들도 배경을 설명하는 줄거리가 있었지만 아말루나처럼 기획부터 구성, 등장인물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끌고 가는 시도는 처음이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몇 차례 감상한 후 가지기 쉬운 레퍼토리에 대한 물림을 고민한 연출이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방향으로 잡은 듯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는 관객 몫이다. 그러나 스토리를 따라가든 연기에 몰두하든 지금까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본 1억 명의 관객이 느꼈던 호기심과 스릴, 웃음은 이번에도 이어질 것 같다.

올 봄 몬트리올에서 첫 선을 보인 아말루나는 50여명의 등장인물이 12가지 이상의 연기를 펼친다.  퀘벡시티와 토론토를 거쳐 밴쿠버에서 공연을 마친 후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 ‘태양의 서커스’는

아코디언을 켜며 줄을 타던 젊은 광대 기 랄리베르뜨(Laliberte)가 같은 처지의 광대 스무명 남짓을 모아 1984년 퀘벡주에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공연 그룹에 올랐다. 본사는 몬트리올에 있다.

한 해 벌어들이는 돈만 우리 돈 1조원이 넘고 전체 직원이 5000명인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다.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 1300명 중 한인도 포함돼있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시간과 공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예술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위험한 아름다움", "화려한 익살"등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여기에다 뛰어난 의상과 무대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을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상설 공연장에서 열리는 9개 공연과 세계를 돌며 공연을 벌이는 11개 순회 무대가 있다. 한국에도 세 번의 내한공연으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순회공연은 특설공연장 '빅탑(Big Top)'으로 유명하다. 아파트 8층과 맞먹는 높이에 지름이 51미터다. 설치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밴쿠버에 온 아말루나 순회공연팀은 120명으로 꾸려졌다. 유랑극단이지만 전속 요리사와 의료진까지 따로 있고 이들의 배우자와 아이들도 함께 여행한다.

밴쿠버 공연은 11월23일~새해 1월13일 BC플레이스 근처에 설치하는 빅탑에서 진행된다. 입장권은 www.cirquedusoleil.com 에서 예매 가능하고 입장료는 43.50~143.50 달러다.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강행시 유료 포트만 브리지 우회 차량 갈 곳 없어져
뉴웨스트민스터와 써리를 잇는 패툴로(Pattullo) 브리지의 노후화가 심각한 가운데 당국이 이를 대체할 다리가 완공되기 전에 기존 다리 통행을 차단하는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이 확인됐다.메트로밴쿠버 교통을 담당하는 트랜스링크는 현재 교량 상태는 안전하지만...
BMO, 지난해보다 15% 증가 예상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덕분일까. 올 연말을 위한 씀씀이 예상이 지난해보다 늘었다.여러 기관의 설문 조사 자료를 보면 연말에 선물이나 자신의 여행 경비 등으로 지출하겠다는 예상 금액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몬트리올은행(BMO)이 진행한 설문에...
“노점상이 손님 가로챈다” 기존 식당주 불만
밴쿠버 식당 주인들끼리 다툼이 났다. 건물에서 영업하는 식당들과 거리에 트럭을 세워놓고 장사하는 노점상 사이의 시비다.겉에서 보기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지만 들여다보면 그리 쉬운 싸움이 아니다. 노점상이 법을 어기며 장사하는 바람에 영업에 큰...
한국 기획재정부, 캐나다 경제 동향 보고서 발표
캐나다와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두 나라 간 협정이 타결되면 교역과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기획재정부가 5일 발표한 ‘최근 캐나다 경제 동향과 한∙캐나다 교역∙투자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
SNS와 정보 공유로 원치 않는 공개 위험…해킹도 가능
컴퓨터를 통한 게임뿐 아니라 별도의 게임기를 이용하는 콘솔 게임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의 주의를 요하는 당국의 지침이 발표됐다. 연방의회 산하 개인정보위원회가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발표한 새로운 보안 지침은...
선로 폭발물 발견 후 신고 잇따라…대부분 오인 판명
지난 2일 스카이트레인 선로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후 당국의 순찰이 강화된 가운데 시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수상한 물체를 신고하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5일 오후 9시30분께 스카이트레인 뉴웨스트민스터역에서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신고됐다....
폭발물 놓인 당시 이물질 감지 장치 작동 안 해
광역 밴쿠버의 전철 선로에서 폭발물이 발견돼 대중교통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이 폭발물은 다행히 당국에 의해 안전하게 제거됐다. 선로에는 이물질이 놓이면 이를 감지하는 장치가 설치돼있지만 폭발물이 설치될 당시 제대로...
 21  22  23  24  2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