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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때 공짜로 피란민 받아 준 찜질방, 다시 가보니

양승식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23 17:20

[2년전 27일간 피란 도운 인천 인스파월드]
피란 주민들 김포로 떠난 후 회원 1000여명 등록 취소… 손님 절반으로 줄어
"그때 선택 후회한 적 없어… 어려운 분들 위해 항상 개방"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똑같이 연평도 주민들을 받아들일 겁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2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1일, 당시 연평도 주민의 '찜질방 피란처'였던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스파월드. 3300㎡(약 1000평) 크기의 찜질방엔 십여명의 손님만이 있었고, 곳곳이 빈 곳투성이였다. 박운규(57) 사장은 "그때 이후로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많이 어려웠고 많은 오해가 있었지요"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2010년 11월 23일, 인스파월드는 연평도에 포성이 울린 지 한 시간 만에 "피란 오는 연평 주민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인천시에 전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박 사장은 인천으로 올라와 임대 사업을 벌였고, 2007년부터 인스파월드를 경영했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찜질방 ‘인스파월드’의 한적한 모습(왼쪽)과 2년 전 피란온 연평도 주민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오른쪽). 인스파월드는 연평도 피란 주민 1000여명이 머무를 곳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찜질방 측이 27일간 장소를 제공했다. 연평도 주민 800여명이 찜질방에서 생활했고, ‘피란민 수용소’라는 소문이 퍼지자 일반 손님의 발길은 끊겼다. 2년이 지난 지금 인스파월드를 찾는 손님은 예전의 절반 수준이다. /김용국 기자

박 사장은 "인천에 숙박하는 연평도민 10명 중 1명 정도는 우리 찜질방을 찾았었는데, 어려울 때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급히 피란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인천시는 박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27일간 연평 주민 800여명의 찜질방 생활이 시작됐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려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꼬여갔던 것 같아요."

박 사장은 "일주일 정도면 사태가 해결되리라 생각했다"면서 "주민들의 체류기간이 늘어났고, 우리도 주민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들어오기 전 인스파월드를 찾는 손님은 하루에 2000여명. 이들은 대부분 피란처가 된 찜질방에서 발길을 돌렸다. 찜질방의 큰 수익원이었던 단체 관광객도 끊겼다. 여행사들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지만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려줄 수만은 없다"면서 인스파월드와의 계약을 끊었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인스파월드’ 앞에서 2년 전을 떠올리는 박운규 사장. /김용국 기자
회원 1500여명 중 1000여명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등록을 취소했다. 찜질방 측은 '그때 27일' 동안 10억여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연평도 주민은 "처음엔 인스파월드가 인천시의 지원을 받는 줄 알았다"면서 "찜질방에서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주민도 많았다"고 했다. 화장실·바닥·벽은 물론 집기와 각종 찜질방 비치 기계까지 손상됐다. 나중에 사정을 알게 된 주민들은 김포의 아파트로 이주하면서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마기가 고장 나고, 벽이 깨지고 많은 것을 고쳐야 했습니다. 그분들이 오죽 답답하면 그랬겠어요."

박 사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절대 돈을 받지 말자"라고 했다. 하지만 경영은 점점 더 악화했다. 인천시가 뒤늦게 2억여원을 인스파월드에 지원했지만, 경영난은 풀리지 않았다.

"찜질방에 주민들이 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찜질방이 비었다는 뉴스는 안 나왔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평도 주민들이 아직도 여기에 있지 않으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어요."

한번 돌린 손님들의 발길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손님들이 어떻게 보면 냉정합니다. 입장에 제한을 받다 보면 자기 권리침해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럴 수 있겠지요. 저희가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데 소홀했지요…." 박 사장이 말했다. 어려움은 겹쳐갔다. 지난해 여름에는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 합선으로 인한 불이 나 한 달 넘게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인스파월드의 회원 수는 '연평 주민 피란처'가 되기 전의 절반 수준인 700여명이다. 매출도 반 토막 났고 적자를 보는 달이 많았다. "당시엔 우리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발벗고 나섰습니다. 언제든 어려운 분들이 갈 곳 없다고 하면, 우리는 열려 있습니다." 박 사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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