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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처음부터 '바늘도둑'이 아니라 '소도둑'

이기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11-30 15:55

바퀴 하나에 200~300만원인 자전거 '슬쩍'

서울·대구 등서 수백만~수천만원짜리만 도난 잇따라

지난 27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경기권 중학교 900여곳에 수사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CCTV에 찍힌 이 교복이 혹시 당신 학교의 교복이냐"는 내용이다. 공문 발송 이유는 자전거 도둑 잡기. 한 대를 훔쳤는데, 가격은 1400만원이었다. 이틀 만에 경기도 성남의 한 중학교가 "우리 학교 교복"이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경찰 관계자는 "티타늄 소재의 자전거라고 하는데, 가격이 웬만한 자동차보다 비싸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편의점 앞에 주차된 140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달아난 혐의로 황모(13)군 등 중학생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이 훔친 자전거는 '머린 MLX' 모델로, 프레임 가격만 800만원. 자전거 주인 박모(50)씨는 "티타늄 자전거는 가공이 어렵고, 용접도 진공상태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다.

황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편의점 앞에 자전거 3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제일 화려하고 비싸 보이는 자전거를 훔쳤다"면서 "분해한 부품을 인터넷에 팔기 위해 바퀴 두 개만 챙기고, 다른 부품은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들 부모는 자전거 주인에게 피해 금액을 갚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고가(高價)의 자전거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대구의 한 자전거매장에서 시가 1200만원에 달하는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김모(4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자전거가 이렇게까지 비싼 물건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복도에 세워져 있는 시가 350만원의 자전거를 훔친 혐의 등으로 김모(43)씨를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강남 일대 아파트에서 자전거 52대, 3000여만원어치를 훔친 자전거 전문 도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자전거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아파트 단지에서 비싸 보이는 자전거만 골라 훔쳤다"고 말했다.

10년째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호성(50)씨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은 보통 200만~30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자기만족을 위해 더 좋은 부품을 갈아 끼우면서 가격이 치솟는다"면서 "바퀴 하나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 피해규모만 봐도 이제 자전거 도둑은 좀도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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