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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영양제 주사 맞을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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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2-12-28 17:16

[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몇 년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왔던 70대 할머니가 자신의 진료기록을 꺼내놓은 것은 감기나 배탈로 우리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대학병원에 다니던 환자는 우리 병원이 믿을 만했던지, 조심스럽게 의무기록을 꺼내놓으며 우리 병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기록을 검토해보니 심장 기능이 그야말로 금가서 깨지기 직전의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평지를 걸어도 한 정류장 이상은 숨이 차서 힘들어 했고, 조금만 움직이면 양쪽 다리 모두 퉁퉁 부어버렸다. 다행히 내 전공분야 질병인 심부전(心不全)이었고 환자도 비교적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잘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우리 병원에서 지병을 관리하기로 했다. 올 때마다 결혼 후 애가 없는 자식을 걱정하시던 할머니는 몇 개월이 지난 뒤 상태가 좋아졌다며 나를 '명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단이 난 것은 할머니가 심한 장염을 앓은 후였다. 약을 쓰고 주사를 놓아도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어 진이 빠진 상태가 됐다. 겨우 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할머니는 영양제를 맞고 싶다고 했다. 다른 환자 같으면 별말 없이 놔주었겠지만 이 할머니의 경우에는 지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컸다. 여러 번 안 된다고 설명하고 그래도 맞고 싶으면 입원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며칠 후 할머니는 병원 문을 열자마자 숨이 너무 차다며 전날 노인정에서 무허가로 놓아주는 영양제를 맞았다고 했다. 말을 듣지 않은 할머니가 야속했지만 당장 이뇨제를 투여하고 "한두 시간 동안 계속 숨이 차면 바로 입원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것이 할머니에게 한 마지막 말이 돼버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양제란, 기운 없어도 맞고 감기가 심해도 맞으며, 김장이나 제사처럼 고된 집안일 전후에 맞는 일종의 만병통치약이다. 자식이 효녀 효자임을 확인시켜주는 약이기도 하고 환자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다는 뜻도 된다. 개원 초에는 영양제 주사를 맞고 싶다는 노인들에게 "그 돈으로 맛있는 고기를 사드시라"고 했었다. 내가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라도 기어코 영양제를 맞고야 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 영양제를 맞는다는 행위 자체가 약효 여부를 떠나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 뒤로는 기왕 놔주는 수액, 보기 좋게 노오란 비타민까지 넣어 조금이라도 환자들이 맘 편하길 바랐다.

병원이 드물었던 시절, 영양제 한 병을 맞는다는 것은 대단한 호사였다. 수액 주사를 놓는 데는 기술이 있어야 하기에 동네마다 보따리장수처럼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는 아줌마들이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아직도 곳곳에서 의사가 아니면서도 영양제를 놔주거나 문신을 해주거나 귀를 뚫거나 틀니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이런 불법, 무허가, 돌팔이 시술이 만연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병원 문턱이 높은가 싶기도 하다. 이런 시술들을 받고 생기는 부작용은 심한 경우 목숨까지 앗아간다. 의사가 말리는 일을 굳이 하려 들 때는 최소한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거나,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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