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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택배로 마약 산 대학원생

박상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1-15 11:45

김포세관 새해 첫 마약 적발 현장 동행해 보니
-단속원들, 배달원 가장해 연행
수없이 밀려드는 우편물 중 배송료보다 싼 신발에 주목
뜯어보니 깔창 밑에 0.37g 필로폰
-29세 초범 "호기심에…"
"여자에게 써먹으려고 주문, 영화 같은 데서 나오잖아요…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몰라"

"○○○씨 본인 맞으시죠? 마약류 밀반입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예? 저요? 아, 아닌데요. 저 아니에요. 모르는데요, 아무것도. 진짜예요!"

1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강남의 한 임대사무실 앞. 인터넷으로 주문한 신발을 받아 든 A(29)씨가 택배 배달원을 가장한 영등포경찰서 마약수사팀 형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A씨가 받아 든 신발 깔창 밑에는 마약 0.37g이 들어 있었다. 12~13회 투약 분량이다. A씨가 택배비 1만7000원을 지불하고 수령증에 사인하는 순간 형사는 A씨의 팔을 붙들었다.

강하게 손사래 치며 부인하던 A씨의 얼굴이 금세 붉게 변했다.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다급해진 A씨는 "그냥 신발인데요. 안에 보실래요? 신발 맞는데…. 그게, 그러니까요. 아, 맞다. 인터넷 쇼핑몰 하려고요. 그거 때문에 샘플 산 건데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바로 그 샘플 안에서 마약이 발견됐다. 사무실도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하자 A씨가 문 앞을 막아섰다.

"안 돼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있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일단 경찰서 갈게요. 가서 얘기하죠."

대학원생인 A씨가 친구들과 아르바이트 작업을 하는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선 다닥다닥 붙은 컴퓨터로 요즘 유행하는 게임이 한창이었다. A씨가 돌아오지 않자 한 사람이 살짝 열린 문밖을 향해 "야, 왜 안 들어와. 너 때문에 지겠다"라고 말했다.

경찰서로 가는 차 안에서도 A씨는 혼잣말하듯이 "진짜 저 아닌데요. 전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10분도 안 돼 "진짜 그게 마약이었어요? 전 그게 마약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을 바꿨다. 전과 하나 없었던 A씨는 이날 난생처음 경찰서 유치장에서 밤을 보냈다.

A씨가 주문한 마약은 A씨가 체포되기 6시간 전 관세청 김포공항 세관에서 적발됐다. 고석범 김포세관 조사심사과 계장은 "중국 광저우에서 온 것이었는데 15달러(약 1만5800원)짜리 신발을 1만7000원의 배송료를 내고 주문했더라. 제조 회사는 'MODUDASSU(모두다써)'였다. 직감이 왔다"라고 말했다. 소포 속 평범한 어그부츠 깔창 밑에는 비닐 팩에 담긴 약 0.37g의 필로폰이 있었다. 올해 김포세관에서 적발한 첫 마약이었다. 소포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오후 4시 30분에 ○○동 ○○빌딩으로 오라"는 말이 돌아왔다.

 지난 14일 인터넷으로 마약을 주문한 A씨가 서울 강남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돼 연행되고 있다(왼쪽). A씨가 주문한 신발 깔창 밑에 숨겨져 있던 필로폰 0.37g(오른쪽). /박상기 기자·관세청 제공
오후 4시 서울 강남 ○○빌딩 인근의 커피숍에 고 계장과 형사 2명, 택배 배달원이 모였다. 고 계장이 마약이 든 소포에 대해 설명했고, 택배 배달원이 소포와 카드 결제기, 서명받는 종이를 형사에게 건넸다. 경찰이 A씨를 체포하자 빌딩 앞에서 기다리던 진짜 택배 배달원은 택배비 1만7000원을 받아 돌아갔다.

15일 오전 A씨의 경찰 조사가 진행됐다. 전날 밤 조사를 꺼리던 A씨가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A씨는 소포를 받기 하루 전인 13일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주문했다. 인터넷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한국인이 '입금되면 바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A씨는 경찰에 "마약을 구매한 목적은 '여자에게 써먹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여성 흥분제로 쓸 수 있다고 해서 샀어요. 영화 같은 데 보면 많이 나오잖아요. 호기심에 한 번 주문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진짜 마약인 줄도 정말 몰랐어요. 마약이 뭐 이렇게 빨리 와요?" 경찰 관계자는 "마약 브로커가 친절하게 성분과 사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영등포경찰서를 찾은 A씨의 형은 "어이가 없다. 진짜 마약을 했느냐. 참…별짓을 다하고 다닌다"며 세면도구를 영치물품으로 넣어주고 돌아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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