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고조선은 중국땅?"
캐나다 국내 교과서에도 한국 역사자료 오류 수두룩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외국 교과서에 잘못 실려있는 한국 관련 내용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교과서에 실려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의 오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캐나다 국내 교과서 및 한국 관련 자료들이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도서관에 배치된 출판된 지 오래된 동양 역사서 한국관련 내용은 일제시대 사관이 영문판으로 바뀐 것과 다름이 아니다.
가장 많은 사례 중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다. 한국인에게는 오류로 받아들여지나, 이미 한국 외 타국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동해(East Sea)로 표기 또는 병기할 것을 요청하면 오히려 반발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조선왕조'에 대한 일본식 표기인 '이씨왕조(Yi Dynasty)'다. 이는 1910년 한일합방 후 조선과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무시하기 위해 일본이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해온 표현이다. 중국의 오랜 속국이란 표현과 한국 역사를 중국이 만들어낸 한사군(漢四郡)부터 시작하는 사례도 많이 눈에 띄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잘못 알려진 배경에는 일제로 인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릴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오류들은 최근 들어서야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시정 요구로 수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민간 단체 중 하나인 '반크(VANK)'는 '대한민국 사이버 외교 사절단'의 약자다. 반크의 활동 중 하나는 오류 시정 프로젝트다. 전세계 각국 교과서나 웹사이트상에서 한국관련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으로 네티즌을 중심으로 일부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크가 최근 한국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프렌티스 홀 출판사가 발간한 11학년용 사회교과서 'Counter Points' 95쪽에는 일본의 조선 강제점거 전인 1890년에 제주도가 일본령으로 표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있는 한 학생의 제보로 한국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도 오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코퀴틀람 소재 EBS서적 김국홍 사장은 캐나다 사회(소셜스터디) 교과서에 나타난 오류들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영국 옥스포드사가 발간한 7학년용 'Ancient World' 첫 페이지. 한반도는 중국과 같은 색으로 처리돼 '고대 중국'이라고 표시돼 있다. 프렌티스 홀사가 펴낸 8학년용 'Pathways', 동해의 표기는 '일본해(Sea of Japan)'이다. 반면에 같은 출판사가 출판한 12학년용 교과서에는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다.
바론사가 출판한 역사 참고서적인 'World History'에서는 조선왕조를 '이씨왕조'로 표기, 일본 식민지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김사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중국계 학생들이 한국과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 답답해 하는 경우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10학년 김상규군은 "학교에서 배울 때 중국은 한 챕터 이상으로 소개되지만 한국은 단 몇 페이지도 안 된다"면서 "중국과 일본은 별개 문화국가로 쳐주는 반면, 한국은 중국문화에 종속된 국가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랑가라 칼리지에 재학중인 최상민씨는 "중국 학생들이 한국을 '부하나라'로 취급했지만 영어가 짧아 대응하지 못한 동생이 집에 울면서 왔다"고 사례를 말하고 "한국 국력이 강해지고, 한류 열풍이라고 하지만 문화 국력은 아직 약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서진영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왔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오류를 배워도 몰랐을 것"이라며 "나도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몰랐고, 앞으로는 눈 여겨 봐야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사, 동양사 관련 서적에서도 왜곡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몬드사가 출판한 세계사 자료집인 'Atlas of World History'. 한국의 역사는 한사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자료집 243페이지에서는 '조선'이 아니라 일본식 '초센(Chosen)'으로 표시돼 있다.
캐나다 재향군인회 웹사이트에서도 역사 왜곡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전쟁의 배경을 설명하는 페이지에는 "한국 역사는 잇따른 정복으로 특징 지어진다(The history of Korea is marked by successive conquest.)"며 한국전쟁 전 역사를 "중국에 의한 오랜 지배 후 한반도 통치권은 1910년 러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에 넘어갔다(Long dominated by China, the peninsula had passed into Japanese control in 1910 following the Russo-Japanese War)"고 요약하고 있다.
이 페이지 내용을 읽어보면 역사상 한국 독립은 카이로 조약에서 영, 미, 중 3국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며 이전에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수 천년의 독자적인 역사를 부정한 이 내용은 캐나다 국내 여러 사이트들에서 한국전 배경설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UBC 박경애 정치학 교수는 "교과서 오류는 한국 정부 차원에서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공식 제기해 바꾸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에서 한인 동포사회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비추어 지고 있는지 스스로 신경을 쓰고, 분명한 오류는 시정하도록 요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학교에서 잃어버린 동해를 되찾다 반크 회원 활동하는 소명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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