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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은 중국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5-04-04 00:00

[특집]

"고조선은 중국땅?"

캐나다 국내 교과서에도 한국 역사자료 오류 수두룩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외국 교과서에 잘못 실려있는 한국 관련 내용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교과서에 실려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의 오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캐나다 국내 교과서 및 한국 관련 자료들이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도서관에 배치된 출판된 지 오래된 동양 역사서 한국관련 내용은 일제시대 사관이 영문판으로 바뀐 것과 다름이 아니다.

가장 많은 사례 중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다. 한국인에게는 오류로 받아들여지나, 이미 한국 외 타국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동해(East Sea)로 표기 또는 병기할 것을 요청하면 오히려 반발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조선왕조'에 대한 일본식 표기인 '이씨왕조(Yi Dynasty)'다. 이는 1910년 한일합방 후 조선과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무시하기 위해 일본이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해온 표현이다. 중국의 오랜 속국이란 표현과 한국 역사를 중국이 만들어낸 한사군(漢四郡)부터 시작하는 사례도 많이 눈에 띄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잘못 알려진 배경에는 일제로 인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릴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오류들은 최근 들어서야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시정 요구로 수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민간 단체 중 하나인 '반크(VANK)'는 '대한민국 사이버 외교 사절단'의 약자다. 반크의 활동 중 하나는 오류 시정 프로젝트다. 전세계 각국 교과서나 웹사이트상에서 한국관련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으로 네티즌을 중심으로 일부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크가 최근 한국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프렌티스 홀 출판사가 발간한 11학년용 사회교과서 'Counter Points' 95쪽에는 일본의 조선 강제점거 전인 1890년에 제주도가 일본령으로 표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있는 한 학생의 제보로 한국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도 오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코퀴틀람 소재 EBS서적 김국홍 사장은 캐나다 사회(소셜스터디) 교과서에 나타난 오류들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영국 옥스포드사가 발간한 7학년용 'Ancient World' 첫 페이지. 한반도는 중국과 같은 색으로 처리돼 '고대 중국'이라고 표시돼 있다. 프렌티스 홀사가 펴낸 8학년용 'Pathways', 동해의 표기는 '일본해(Sea of Japan)'이다. 반면에 같은 출판사가 출판한 12학년용 교과서에는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다.

바론사가 출판한 역사 참고서적인 'World History'에서는 조선왕조를 '이씨왕조'로 표기, 일본 식민지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김사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중국계 학생들이 한국과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 답답해 하는 경우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10학년 김상규군은 "학교에서 배울 때 중국은 한 챕터 이상으로 소개되지만 한국은 단 몇 페이지도 안 된다"면서 "중국과 일본은 별개 문화국가로 쳐주는 반면, 한국은 중국문화에 종속된 국가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랑가라 칼리지에 재학중인 최상민씨는 "중국 학생들이 한국을 '부하나라'로 취급했지만 영어가 짧아 대응하지 못한 동생이 집에 울면서 왔다"고 사례를 말하고 "한국 국력이 강해지고, 한류 열풍이라고 하지만 문화 국력은 아직 약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서진영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왔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오류를 배워도 몰랐을 것"이라며 "나도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몰랐고, 앞으로는 눈 여겨 봐야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사, 동양사 관련 서적에서도 왜곡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몬드사가 출판한 세계사 자료집인 'Atlas of World History'. 한국의 역사는 한사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자료집 243페이지에서는 '조선'이 아니라 일본식 '초센(Chosen)'으로 표시돼 있다.

캐나다 재향군인회 웹사이트에서도 역사 왜곡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전쟁의 배경을 설명하는 페이지에는 "한국 역사는 잇따른 정복으로 특징 지어진다(The history of Korea is marked by successive conquest.)"며 한국전쟁 전 역사를 "중국에 의한 오랜 지배 후 한반도 통치권은 1910년 러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에 넘어갔다(Long dominated by China, the peninsula had passed into Japanese control in 1910 following the Russo-Japanese War)"고 요약하고 있다.
이 페이지 내용을 읽어보면 역사상 한국 독립은 카이로 조약에서 영, 미, 중 3국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며 이전에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수 천년의 독자적인 역사를 부정한 이 내용은 캐나다 국내 여러 사이트들에서 한국전 배경설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UBC 박경애 정치학 교수는 "교과서 오류는 한국 정부 차원에서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공식 제기해 바꾸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에서 한인 동포사회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비추어 지고 있는지 스스로 신경을 쓰고, 분명한 오류는 시정하도록 요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학교에서 잃어버린 동해를 되찾다

반크 회원 활동하는 소명선양

한 사람의 노력으로 캐나다와 호주에 있는 한 학교에서 '동해'를 되찾게 됐다. 반크(Vank) 회원으로 활동중인 소명선양(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클로버데일에 위치한 로드 트위드미어 12학년에 재학중인 소양은 재학중인 학교 교사를 꾸준히 설득해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대신 동해로 표기된 지도를 걸게 만들었다.
소양은 "처음에 학교에서 일본해로 표기된 세계지도를 보고 영어선생님에게 말했으나 믿지 않았다"면서 "동해로 표기된 지도를 보여주어도 한국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만든 지도인지 모르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처음의 어려움을 말했다.
신뢰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책들이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 표기를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양의 말대로 "예전에 한번 잘못돼 알려진 오류"가 계속 확대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일본해'는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믿지 못하는 선생에게 소양이 택한 방법은 꾸준한 설득이었다.
"동해에 대해 2주간 선생님을 만나 토론을 했다. 공신력 있는 웹사이트 자료도 보여주고, 반크에서 나온 편지도 드렸다"
결국은 반신반의 끝에 '일본해'로 표기됐던 세계지도는 '동해'가 표기된 지도로 교체됐다.
또한 3년간 펜팔을 해온 호주인 친구에게도 동해가 표기된 세계지도를 보내 바꾸게 했다. 현재 소양의 펜팔 친구는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작은 승리는 거두었지만 아직 만족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지도를 바꾸고 나서 학생들의 반응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였다"며 유학생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국 인도는 인구가 많아 하나의 집단으로, 일본은 아시아 최고의 나라로 인식되지만 한국은 아직 힘없는 나라로 인식돼 있다"고 소양은 평한다.
그러나 지도 교체 같은 작은 변화가 한국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믿음은 깊다.
소양은 "남들이 가능하겠느냐는 말에도 불구하고 반크를 통해 하나 하나씩 바꾸어나가 이룬 것이 많다"며 "의식과 문화가 달라 시간은 걸리겠지만 좋은 한국인으로서, 친구로서 대하면 인식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소양은 "먼저 반크 같은 사이트를 통해 한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소양이 반크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좋아하고 펜팔에 관심을 갖고 여러 사이트를 보다가 반크를 접하게 됐다. 영어로 자기소개하기 등 14가지 프로그램을 하면서 반크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은 중국의 속국 등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발견하면서부터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자 개인적인 노력을 했다.
소양과 같은 사례는 점차 확산중이다. 반크에서 근무하는 박기태씨에 따르면 현재 반크회원 70~80%는 청소년으로, 그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외국인 펜팔친구를 알게 돼 한국의 이미지를 바꿔나가고자 하고 있다. 현재 반크는 주로 교과서나 사전 등 여러 사람들이 열람하는 자료에서 한국과 관련해 틀린 점을 찾아 바꾸어 나가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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