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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외로워…”삐딱했던 女초등생, 결국…

김수혜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2-26 09:29

[문제아였던 학생들 사진전 열어]
"어린 나이에 절 가지셨대요, 제겐 부모님 기억이 없어요. 태어난게 축복받을 일인지…"
범죄 뉘우치고 사진 찍으며 난생처음으로 칭찬받고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느껴
"부모님께서 찾으신다면 이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저는 1995년 3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어요.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은 굉장했겠지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 궁금한 게 있어요. 제가 태어난 게 많은 사람이 축하해줄 일이었는지…."

2011년 12월 편의점을 털다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옛 안양소년원)에 들어간 유세희(가명·18)양의 사진 일기다. 22일부터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이 학교 학생들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파란 하늘, 겨울 숲, 녹슨 쇠못…. 유독 쓸쓸해 보이는 세희의 사진이 관객들을 찡하게 했다. 직접 찍은 사진에 손 글씨를 곁들인 사진 일기가 전시장 하얀 벽에 동영상으로 떴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학생 유세희(가명)양이 작년 10월 교사의 인솔하에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으로 1박2일 사진 촬영 여행을 가서 파란 하늘에 카메라를 댔다. 함께 간 친구가 세희의 뒷모습을 찍었다. /사진교육봉사단체 ‘꿈꾸는카메라’ 제공
"저희 부모님은 저를 어린 나이에 가지게 되셨대요. 그래서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왔겠죠. 부모님은 제가 세 살 되던 해에 이혼했어요. 저에게는 부모님의 기억이 전혀 없어요."

세희는 할아버지·할머니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 부모님(할아버지·할머니)은 보통 부모님보다 머리가 빨리 하얗게 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자라자, 남들과 다르다는 외로움이 뼛속까지 스몄다.

"어려선 미미 인형이 소중했어요. 4학년이 되니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이유로 내 곁을 떠났어요. 내가 고아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선생님은 급식비 내라는 종이를 저만 빼고 모두에게 나눠줬어요. 다 보는 앞에서 우유 박스를 건네며 '집에 가서 동생도 주라'고 하셨어요. 나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거지 같았어요. 내가…. 다 싫어졌어요, 짜증 났어요."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뒤 세희는 재혼한 고모 집으로 갔다. 비좁은 집(56㎡·17평)에 고모 부부와 양쪽 아이들, 세희와 세희 동생까지 9명이 북적거렸다. 세희는 가출을 반복했다. 노는 아이들과 어울렸다.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자꾸 삐딱해졌다. 남을 때리고 돈을 뺏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욕했다. '이 ○ 같은 세상. 왜 처 낳아서는…. ○ 같게….'

사진을 배우면서 세희는 변했다. 사방이 막힌 교정에서 세희는 난생처음 어른들에게 "사진 잘 찍는다" "글도 잘 쓴다"는 칭찬을 받았다. 헤어 디자인도 익혔다. 고모와 할머니가 먹고사는 데 부대끼면서도 마음속 깊이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걸 느꼈다.

세희는 예정(2년)보다 8개월 빨리 다음 달 정심학교를 나간다. 공립 기숙사에 살면서, 경기도의 한 미용실에서 보조사원으로 일하게 됐다(월급 90만원). 전시장에서 만난 세희는 "떳떳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세희의 사진 일기는 이렇게 끝났다. "언젠가 부모님이 나를 찾으신다면 꼭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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