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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5년간 일자리 늘렸다던 재벌들 실제론 '고용없는 성장'

김주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2-28 10:00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MB 정권의 각종 세제 혜택과 환율 정책, 규제 완화 조치 등에 힘입어 몸집을 크게 불린 대기업들이 실제 고용 창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는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을 넘어서 ‘수퍼 공룡’이 된 대기업들이 고용 창출을 통한 사회환원에는 인색한 ‘소득없는 성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 덩치키운 재벌들 고용은 사실상 악화

28일 조선비즈가 기업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와 함께 국내 10대 그룹 주력기업의 고용유발계수를 조사한 결과 2008년부터 5년간 기업들은 급성장했지만 고용유발계수는 되레 떨어졌다.

고용유발계수는 매출 10억원당 기업이 몇 명의 고용효과를 거두는 지 알려주는 지수이다. 매출 증가가 어느 정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지를 알 수 있다.

10대 그룹 주력사 전체로 보면, 매출은 2007년 말 총 209조원에서 지난해 364조원으로 73.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28만4693명으로 15.7% 증가했다. 직원 숫자만 보면 재계가 강조한 대로 ‘고용창출’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셈이다.

그러나 10대 그룹 주력사의 고용유발계수 평균은 2007년말 1.17에서 2012년 0.78로 0.39포인트 하락했다. MB정권 출범 직전에는 대기업들이 10억원을 벌 때 평균 1.17명을 고용했지만 지난해에는 0.78명으로 사실상 고용을 줄였다는 말이다.

고용유발계수는 MB정권 내내 하락했다. 연도별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1.01(2008년)→0.98(2009년)→0.93(2010년)→0.87(2011년)→0.78(2012년)로 줄었다. MB 정권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외치면 재계가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말로만 화답한 셈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005930) (1,550,000원▲ 23,000 1.51%)의 경우 2007년말 직원수가 8만4721명에서 2012년 3분기에 9만254명으로 6.5% 늘어났다. 그러나 고용유발지수는 10대 그룹 주력사 중에서 가장 감소했다. 같은 기간 1.34에서 0.64로 0.7포인트 떨어졌다. 2007년에는 10억원을 벌면 1.34명을 고용했지만 2012년에는 0.64명으로 고용을 줄였다는 말이다. 고용창출에 가장 인색했다는 말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009540) (214,500원▲ 1,000 0.47%)의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가장 고용확대에 인색했다. 현대중공업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말 1.63에서 2012년 3분기 현재 1.06으로 0.5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1.3% 늘어난 반면 직원수는 4.9% 증가에 그쳤다. 

취·등록세, 개별소비세 인하 등 MB 정권 세제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 할 현대자동차(005380) (218,500원▲ 3,500 1.63%)역시 고용유발계수가 0.44포인트 내려갔고 포스코(005490) (351,000원▼ 1,500 -0.43%)(0.28포인트), 대한항공(003490) (44,050원▲ 100 0.23%)(0.18포인트), 한화(000880) (34,900원▲ 400 1.16%)(0.1포인트) 등의 순으로 고용유발계수가 악화했다. 특히 포스코는 같은 기간 매출은 60.6% 증가했지만 직원수는 3%(524명)밖에 늘리지 않아 10대 그룹 주력사 가운데 고용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SK텔레콤(017670) (178,500원▲ 2,500 1.42%)의 경우 10대 그룹 주력사 중 유일하게 직원수를 11.1% 감축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이 9.3% 증가하면서 고용유발계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LG전자(066570)(78,200원▲ 300 0.39%)와 롯데쇼핑(023530) (387,000원▲ 2,000 0.52%)은 고용유발계수가 같은 기간 각각 0.17포인트, 0.65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매출감소와 파트타임 직원포함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재계 “매출과 고용 비례 안해”…숫자는 늘었다며 ‘착시효과’ 유도

재계가 고용유발계수가 매년 감소해 실질적인 고용인구가 줄어드는 데 눈에 보이는 숫자만 내세워 고용이 늘고 있다고 국민들을 호도하는 셈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98만3000명이던 300인 이상 사업장의 종사자수는 2012년말 204만5000명으로 3.13% 증가에 그쳤다. 반면 5인 이상 299인 사업장 종사자는 1198만6000명에서 1282만6000명으로 7.01% 증가했다. 대기업들의 고용 증가가 중소기업의 절반도 안되는 셈이다. 

대기업이 실제 고용에 인색하면서 고용률도 매년 감소했다. 2008년말 59.5였던 고용률은 2009년(5.86), 2010년(58.7)로 3년 연속 떨어졌다. 그러나 2011년과 2012년은 고용률이 59.1에서 59.4로 소폭 올랐다. 그나마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재계에 고용확대를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으로, 단기간 변화하는 매출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선을 보름 여 앞두고 전경련이 발간한 ‘경제민주화 아는 것만큼 보입니다: 이슈별 오해와 진실’ 자료집에서 전경련은 ‘대기업 고용, 무엇이 오해인가’ 라는 항목에서 “일자리가 늘어도 대기업 취업자는 늘지 않는다는 인식과 달리, 대기업의 신규채용과 총 종업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발 재정위기와 저성장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외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면서 “경영 환경 악화에도 국내 대기업 고용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열풍’속에 경제·사회 양극화의 주범으로 대기업이 지탄의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반박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외국에 공장을 짓거나 외국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고용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노동을 적게 쓰는 혁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대기업들이 환율을 잡아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이 잘되면 국가경제가 잘된다는 믿음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새 정부가 고용촉진이나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이 국정 과제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방문한 전경련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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