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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치유는 스스로 하는 것, 월호 스님

어수웅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4-30 17:12

['웰다잉 전도사' 월호 스님]

-웰빙보다 중요한 건 '웰다잉'
동생 둘이 2년 사이에 비명횡사… 이번엔 내 차례인가 생각들었다, 그 뒤부터 '죽음'에 대해 몰두
불교에서 찾은 답이 '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언젠간 죽는다 뜻… 지금 이 자리서 '완전연소'해야

-웰다잉, 어렵지 않아요
편안히 죽고 극락가는 건 초급, 아예 환생하지 않는 것은 중급, 중생 위해 태어나는 것이 상급
몸·마음·성품만 잘 닦으면 돼, 자신을 객관화하면 더 수월해져… 오늘도 成佛 말고 行佛하세요


	어수웅 기자
힐링과 치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출판사들이 잘생긴 젊은 스님을 찾아다닌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다. 서울 장충동 행불선원으로 월호(月瑚·56) 스님을 찾아간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의 책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마음의 숲)는 웰빙(well-being)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을 말하고 있었고, 미래의 성불(成佛)이 아니라 현재를 실천하는 행불(行佛)을 말하고 있었다. 스님은 잘생기지도 젊지도 않았지만, 거침없고 호탕했다.

―우선 웰빙이 아니라 웰다잉을 말하는 이유부터.

"우리는 삶은 확실하고 죽음은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부처님은 거꾸로 얘기했다. 삶이 불확실하고, 죽음이 확실하다고. 모두 다 반드시 죽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출가(出家)를 하게 된 것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계기가 있었나.

"군대 있을 때였다. 남동생은 백운대 등산을 갔다가 실족사했고, 여동생은 그 2년 뒤에 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남동생은 아침에 멀쩡하게 나간 놈이 저녁때 간 거고, 여동생은 저녁때 멀쩡하게 잔 아이가 아침에 간 거지. 나 혼자 남았다. 다음에는 내 차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삶과 죽음의 문제가 발등의 불이었다."

남동생 죽음은 1982년의 일이었다.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다니다 학사장교로 입대했는데, 요즘 말로 공황장애가 왔다. '대학이 무슨 소용 있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홀로 답을 구하다 1985년부터 동국대 선(禪)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내처 출가까지 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죽음이 먼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도 그랬다. 보통 사람들은 죽는 이야기 꺼내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대개 비유로 시작한다. 부처님 말씀에 숨 한번 들이켰다가 내쉬지 못하면 죽는 거라고 하지 않나.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신도 죽는다. 다만 인간보다 긴 수명을 누리니 영원해 보일 뿐이지. 불교에서는 모든 게 변한다. 그것만이 진리다. 그러니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당겨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완전연소해야 한다."

―자칫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들릴 수 있겠다.

"불교에 대한 오해다. 무아(無我)는 고정된 내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나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공(空)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엇으로도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고정된 내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까지만 얘기하는 건 불교를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어떠한 나도 가능하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있다는 나머지 절반이 중요하다."


	월호 스님
 월호 스님의 웰다잉 비결은 자신을 객관화해‘바라보기’‘관찰하기’에 있다.“ 분노와 욕망은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업이 되지만, 바라보면 사라진다. 소멸까지는 힘들지라도 최소한 누그러진다.” /이진한 기자
―웰다잉이 요즘은 트렌드다. 스님만의 웰다잉은.

"편안하게 죽고 천상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건 초급이고 하급 웰다잉이다. 아예 다시 태어나지 않는 불생(不生)이 중급, 중생 구제를 위해 태어나는 원생(願生)이 상급이다."

―일반인이 가능하겠나.

"의외로 쉽다. 불교 수행은 3가지다. 몸 닦기, 마음 닦기, 성품 닦기. 몸과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을 객관화해서 관찰하는 '성품 닦기'는 다르다. 자신의 닉네임을 하나 정해서 '관찰자'라고 부르며, 그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기 스스로를 지켜보고 살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 이게 결국 웰빙이고 웰다잉이다."

스님은 행불선원이 입주한 빌딩에서 청소하는 할아버지와의 해프닝을 예로 들었다. 할아버지와 처음 마주쳤을 때, 느닷없이 그가 '할렐루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할렐루야의 의미는 "주 하나님을 찬양".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만날 때마다 농도와 강도가 더 세졌다. 분노가 솟아오르는 순간, 스님은 또 하나의 자신을 호출했다. "아, 월호가 지금 분심(憤心)이 치밀어 오르는구나. 잘하면 폭발하겠는걸."(웃음) 자기 스스로 자신을 찍는 카메라맨이자 내레이터가 되는 것. 그러면 희한하게도 화가 가라앉는다고 했다. 이 훈련은 불심(佛心)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소위 멘토의 시대다. 스님 스스로 경계하고 삼가는 대목은.

"나는 불교방송에서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을 3년 진행했다. 제목 그대로다. 사람들이 힐링한다 어쩐다 하는데, 치유는 스스로 하는 거다. 나는 이미 부처다. 잠깐 잊어버린 거지, 잃어버린 게 아니다. 외부에서 찾아올 게 아니라, 스스로 찾으면 된다."

―간추리면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건데, 사회 구조에는 면죄부를 주는 건가.

"불교는 인연설을 이야기한다. 인(因)은 주관적 요인, 연(緣)은 객관적 요인이다. 즉 인은 자기 책임, 연은 주변 환경 책임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월호 스님은 '성불하세요'라고 인사하지 않고, '행불(行佛)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최고의 재벌이 되고 나면 보시하겠다거나 깨달음을 얻으면 전도하겠다고 하지 말고, "바로 지금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라"는 뜻이다. 그리하면 "전할수록 알게 되고, 베풀수록 갖게 되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래의 성불을 알리바이 삼아 현재의 인색함과 무능력을 은근슬쩍 감춰온 이들에게는, 어깻죽지를 강타하는 죽비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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