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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밴쿠버한인사진동우회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5-03 16:17

‘빛의 친구들’을 만나다
손톱만한 뷰파인더 건너편에 인격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진작가에겐 충분히 설레는 일이다. 설령 피사체가 무표정한 사물일지라도, 풀 한포기 혹은 돌멩이 하나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진찍기의 즐거움이다. 그 맛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빛의 친구들’을 만났다. 주인공은 밴쿠버한인사진동우회 회원들이다.






카메라만 들면 저절로 즐거워지는 사람들. 사진 왼쪽부터 조희열 고문, 최윤종 회장, 김진아씨






“사진찍기 좋아한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어”
월드컵 축구 예선, 게다가 한일전 TV중계를 홀로 본 적이 있는 사람 중 몇몇은 ‘혼자 하는 일’이 얼마나 지겨울 수 있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국민이 주목하는 이벤트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골인, 골인이에요’가 울려퍼지는 그 순간에도 오랜 시간 냉장고에 재워둔 맥주맛조차 밍밍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우리가 취미라고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함께 해야 더욱 즐거울 때가 있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낚시를 할 때, 아니면  헬스클럽에서 아령을 반복적으로 들고내릴 때에도 누군가 옆에 있으면 ‘사회적 동물’들은 왠지 힘이 나고 즐겁기 마련이다.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싸구려 와인조차 향나게 하는 그럴싸한 와인잔과 다름 없다.

‘밴쿠버한인사진동우회’는 이름 그대로 사진찍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의 모임이다. 이들의 만남은 20년 전 4월에 처음 시작됐다.  나이만 보자면 어엿한 성인이다. 동우회의 산 증인인 조희열 고문에게 ‘친구 신청’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밴쿠버사진동우회에는 대단한 사진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임이 프로들을 위한 것은 아니에요.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지요. 단 자기 사진을 자랑하러 오는 사람, 얄팍한 테크닉으로 다른 회원들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친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순수한 즐거움만 이해한다면 이제 막 손맛을 느껴본 초보자에게도 동우회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회원인 김진아씨도 그런 마음으로 1년전부터 동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김진아씨는 공부한 후에 찍은 사진과 이전 사진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아는만큼 사진이 더욱 좋아진 듯 하다.

“사진은 제 자신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진으로 남아있는 나와 내 일상을 보면 내가 참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물론 사진이라는 게 현실을 과장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그것이 나의 과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평범한 사람도 자기를 담은 사진 속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점도 사진찍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추억을 담은 사진 한장이 휴식이 되다”
동우회를 이끌고 있는 최윤종 회장에게도 사진은 작은 업이자 무미건조할 수 있는 하루하루에 색을 입히는 고마운 존재다. 화가를 꿈꿨다는 최 회장은 사진작가 김희중씨와의 만남이 계기가 돼 사진으로 인생을 방향을 틀었다. 김희중 작가는 동양인 최초로 잡지 네셔널지오그래픽 편집팀장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예술이지요. 보도사진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있고, 즐거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사진은 추억에 관한 것이고, 그 추억이 희미해지니까 사진을 찍는 것이겠지요.”

추억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최 회장에게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그 쉼을 통해서 이민생활의 고단함 따위를 달랠 수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눈을 한번 바라보세요.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을까요? 아무리 사랑한다지만 3분 이상 바라보기 어려울 거에요. 그런데 사진은 안 그렇죠. 사진 속의 상대는 한 시간도 더 바라볼 수 있어요. 그 감상을 통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달콤한 휴식을 느낄 수 있답니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포토테라피’라는 것이 있다. 최 회장은 사진을 통해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한 여자가 아름다운 시절의 자기 사진을 계속해서 보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이 여성의 경험을 상당히 공감해요. 멋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할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종윤 회장은 5월 23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코퀴틀람 한아름문화센터에서 사진강좌를 연다. 어떤 거창한 테크닉을 가르친다기보다 사진찍기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마련한 강좌다. 강의는 무료로 진행된다.
밴쿠버사진동우회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kovanphotoclub)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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