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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3-05-30 14:22

먼저 본보를 통해 필자가 좋아하는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해 맘껏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데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정원 이야기에서부터 나무 이야기, 디자인 이야기, 거기에 살아가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감사합니다.

캐나다라는 나라가 조경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리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일단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유란 것이 있다. 가끔씩은 하늘 한 번, 땅 한 번 둘러볼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캐나다 땅에 살면서도 그런 여유 한번 느껴보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대로 이 곳을 선택해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여유 한 번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 분들도 계시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인 여유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곳으로 이주한 많은 한국인들이 더 나은 돈벌이보다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삶의 터전을 옮긴 사례가 많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둘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정비례하지만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필자 역시, 이 곳 자연을 사랑하고, 이 곳의 삶에 아주 감사하며 살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더구나 조경학을 전공했고 조경이 취미인 필자로서는 이곳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넓은 땅 덩어리와 아직 때가 덜 묻은 자연환경. 이것은 정말 신께서 내려주신 커다란 축복이다. 축복받은 자들의 여유로움과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행복의 향기는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니 그 축복 한 가운데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999당’이라는 말들을 하지 않는가. 천당에서 한 끝 모자라는’999당’)

삶에 찌들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조경이란 것이 한낱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 한 번 쳐다볼 줄 알고, 땅 한 번 둘러볼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경이란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축복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캐나다라는 이곳은 조경하기 참 좋은 곳인 것이다.

조경(造景)이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造(만들_ 조)와 景(풍경_ 경)이 합쳐진 말로, '풍경을 만든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어로 조경을 Landscape architecture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Landscape(풍경)와 architecture(건축술)가 조합된 말로 “풍경을 디자인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경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경은 내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꽃과 나무와 풀들을 예쁘게 심는 것만이 조경은 아니다. 조경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생활환경을 향상 시키는 작업이다.

디자인을 멋들어지게 그려내고 좋은 재료들을 사용해 화려한 연출을 해내는 사람만이 훌륭한 조경가는 아니다. 오랫동안 공부만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열린 아이디어로 대상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필자는 조경학 박사들보다 더 해박하고 놀라운 조경가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이곳 캐나다에서 만난 훌륭한 조경가들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여유로운 삶 덕분인지, 자연과 사람이 잘 어울리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다.

캐나다라는 곳은 조경이라는 그림을 그려내기에 아주 좋은 연필과 스케치북이다. 사실, 연필과 스케치북 그 이상인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자. 조경가에게 재료가 되어 줄 '풍경'은 가득하고도 넘친다. '만들 거리'는 너무나도 많다.


조경가가 된다는 것은 작은 마음의 여유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것 위에 또 하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어떤 손짓을 더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조경가가 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임이 틀림없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mail: E-mail:andy@andyslandscape.ca

Web:www.andyslandscape.ca

  • Andy's Landscap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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