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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과 부동산 거품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6-20 18:04

서울에서 온 교수 한분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국의 신화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그가 최근 미국을 지나다니면서 느낀 것은 무관심과 탐욕이라는 것이다.   

소유에 대한 끝없는 탐욕,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은 상층이동을 꿈꾸며 미국에오는 수많은 이민자들과,   새로이 사회에  진입하는 자본없는 본토인들을 함께 좌절의 세대로 전락시키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내 집 마련’은 남가주에서는 점점 더 아득한 꿈이 되어가고 있다.  현금뭉치를 싸들고 다니는 자본가들의 싹쓸이 주택매입으로  서민들은 갈 바를 모르고 혼돈의 주택시장 한 가운데  서 있다.   알뜰살뜰 돈을 모으며 주택마련을 소원하던 이들은 은행대출 서류를 들고 동분서주하다가  ‘캐쉬 딜’에 밀려 주저앉는다.  누구도  이들에게  구제나 동정의 눈초리를 주지 않는다.

로스엔젤레스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소득상승률을  훨씬 앞지르며  부동산 거품 현상이 시작됐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거품 주의보의  주요지역은 로스엔젤레스, 샌 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등이다.   부동산 거품의 주요 신호로는  소득을 훨씬  능가하는 부동산 가격,   매물의 극심한 부족,  치열한 비딩 경쟁,  그리고 순식간에 팔려버리는 매물 현상들이다. 

특히 로스엔젤레스 지역은  2005년, 2006년 처럼  주택소유주들이  주택을 내놓지 않으면서  심각한 매물 부족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득에 대비한 부동산 가격은 2000년 보다  26%나 올라 있다.  이는  중산층의 현재 소득으로는 로스엔젤레스에서 결코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는 계산인데,  주택은 시장에 나오자 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무언가 크게 비정상이다.   가격대 소득비율로 볼 때  미국전역은 부동산 거품이 아닌 데,  유독  남가주와 샌프란시스코는 부동산 거품  요주의 지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남가주의 주택들을 성공리에 사들이고 있는가.

현금을 가진 투자회사와 외국인 바이어들이다.   부동산  ‘캐쉬 딜’은  캘리포니아, 플로디다 마이애미, 애리조나 등에서 만연해 있다.   올해 로스엔젤레스지역에서 현금거래된 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35만 달러로서  2009년보다  12만달러가 올랐다.  주택을 대량구입해 렌트하우스로  세를 놓는 투자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가   30만달러 수준의 주택들이다.  이들 대형 투자회사들이 지난해 현금으로 싹쓸이 해 간 주택만도 약 14만채,  그리고 올해  1분기에만도  3만3천여채를  사들였다.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이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휘둘리며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접고 있다. 
외국인들도 로스엔젤레스 주택 현금매입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거래를 주도한다.  까다로운  은행의 모기지 대출조건도 이들 외국인들의  현금거래를 부추긴다. 

주변의  한 친구는 한인들 인기거주지역인 풀러튼의  집을  현금으로 백만달러를 넘게 받고 팔고는 흐뭇했었다.    이 돈으로 부채도 정리할 수 있었고, 사업체에도 약간의 재투자를 할 수 있었다.

바이어는 한국의  한 중견기업 회장으로서 은퇴를 해 날씨 좋은  로스엔젤레스 지역에서 말년을 지내려고 구입했다.  이 회장님은 내놓은 가격보다  웃돈을 얹어서 단번에  구입했다.  문제는 주택을 판 친구에게 발생했다.  막상 본인이 살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조금 작은 집으로 가려했지만  번번이 비딩에서 밀렸다.   그는 궁지에 몰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허름한 집이라도 서둘러 사야 했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의  부동산시장은 더 뜨겁다.  지난 4월의 샌프란시스코 주택 중간가격은 51만달러를 넘어섰다.  전달 3월에 비해  17% 가 올랐고,  전년  4월에 비해 30.8%나 오른 가격이다.   이곳 부동산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폭풍’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4년 5월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50만달러를 넘기면서 부동산 거품이 시작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일부 은행들은 전형적인  서브프라임 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  높은 이자율을 적용시켜 대출을 하는 행태이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의  논리는 이렇다.  부자들, 대형 현금투자기관들이  주택매입을 주도하면서 값을 껑충 올려 놓는다.   상승하는 주택가격에 놀란  실수요자들이  이들을 뒤따라가며 비싼 값에 주택을 산다. 어느 순간 부동산 투자자들이 이들 매물들을 팔아 차익을 챙기고  떠나면,  부동산 가격은 다시 거품을 빼며 주저 앉는다.  가난한 실수요자들은  그 빚을 몽땅 껴안고 페이먼트에 허덕이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탐욕과 무관심.  부지런한  개미군단은 이들이  불어대는   ‘아메리칸 드림’의  나팔에  속아  매번 당하기만 한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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