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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7월의 두 날짜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6-28 14:05

7월 1일 캐나다의 생일, 캐나다데이
7월 27일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의 날

한인들이 기억할 날짜가 7월 달력에 두 번있다.

먼저 7월 1일은 캐나다의 국경일 캐나다데이(Canada Day)다. 캐나다 전통문화부 소개를 보면 이날은 1868년 7월 1일 영국령북미법의 왕실재가를 통해 캐나다 연방이 만방에 선포된 날을 기념한다.

캐나다인에게 이날은 '나라의 생일'로 인식된다. 또한 이날 나라는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친근한 벗이다. 시마다 벌어지는 동네 잔치규모로 시끌벅적한 행사장에 가면 '캐나다의 생일을 축하합니다(Happy Birthday Canada)'란 인사말을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나다데이 밤에 벌어지는 불꽃놀이도 축제의 기분을 더 해준다. 캐나다에 뿌리를 내렸다면 "내 나라 캐나다"의 생일 파티에 가보는 것도 좋다. 행사는 대부분 가족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또 다른 날짜는 7월 27일이다. 6.25 휴전일이자 올해 재정 후 처음 맞이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날(Korean War Veterans Day)'이다. 캐나다 국내 6.25참전 용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그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정해진 날이다. 캐나다 정부도 올해 한카 수교 50주년, 6.25 휴전 60주년을 맞아 국가 정책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기로 하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캐나다 정부가 적극 나서는 데는 시의성과 전통성이 있다. 그간 캐나다 보훈의 대표성이 부여됐던 1차 대전과 2차 대전 참전용사들이 세상을 떠나며 추모 대상으로 남았고, 이제 6.25 참전용사가 캐나다 보훈의 대표 세대가 됐다는 의미도 있다. 그간 한인 사회가 고이 품어온 6.25추모와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가 캐나다 전체 사회의 행사가 됐다는 의미다.

올해는 캐나다가 국가적으로 6.25 참전용사를 기리게 된 원년이다. 이제는 6.25추모와 참전용사 대상 행사를 한인 만의 행사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한인이 캐나다인과 어깨를 함께하고 6.25추모와 혈맹의 의미를 되새길 좋은 기회로 봐야 한다. 가이 블랙씨가 주도한 '평화의 행진'은 캐나다 정부도 그런 의미로 인정한 행사였다. 앞으로 이런 행사는 캐나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그간 밴쿠버 한인은 6.25 행사와 참전용사에 대한 보은을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참전용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한국인의 능력과 보은에 찬사를 보낸다. 6.25 이후 캐나다는 여러 나라에 파병을 했는데, 그 중에 한국처럼 뒤에서 10등에서 앞에서 10등으로 '불사조처럼' 성장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은 만날 때마다 감사를 표시하는데, '진심 어린 마음'이 매번 와 닿는다고 했다. 이런 한국과 한인이 있기 때문에 캐나다인은 6.25의 파병과 전후 원조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긴다.


캐나다의 6.25 참전 용사들은 4할은 2차 대전에서 싸우기도 했지만, 대부분 젊은 나이에 수교도 안됐던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6.25 파병은 캐나다 건국 이후 네 번째 주요 파병이다. 2만6791명의 캐나다 군인과 군무원이 평균 1년 단위로 한국에서 싸웠다. 캐나다 군이 가장 많았을 때는 8123명이 한국에서 활약했다. 이 중 516명이 전사했다. 생사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이도 기록에 따라 16명 또는 21명이 있다.



<▲가평 사수... 1951년 4월 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제2보병대대가 전투 다음 날 아침에 항공기로 재보급 받고 있다. 캐나다 전쟁사박물관에 걸린 테드 주버의 작품.  캐나다군을 포함 영연방군 2800명은 중공군 10000명의 진격을 경기도 가평에서 막아내 서울을 지켰다.  >


1951년 캐나다군 제2보병대대 패트릭 오코너 이등병은 한국에서 5월 30일 전사 전에 쓴 시에서 이렇게 적었다.


"(전략)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이도 있으리라/ 누군가는 부인과 어머니의 마음 속에/ 누군가는 연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누군가는 비틀거리지만 꿋꿋이 달려가는 동안 경건하게 속삭이는 기도 속에 남으리라/ 한국의 고지 위에 피 흘림이 있다/ 그 피 흘림은 그들이 사랑하는 자유의 선물이라 (후략)"


한인은 이들을 기리는 27일을 개인적으로 캐나다에 감사를 표시하는 날로 삼으면 어떨까? 캐나다 사회에 뿌리내린 사람들, 경제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잘 살아가는 한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통으로 '이 사회가 나를 받아주어 감사하고 보은하겠다'는 심지가 있다.

물론 많은 한인들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이미 조용히 기부나 봉사로 캐나다 사회에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또 한인사회의 재향군인회와 6.25참전 유공자회 그리고 뜻있는 몇몇 개인을 통해 꾸준히 감사해왔다. 이런 노력을 본보기 삼아 한국인으로서 또는 한민족 핏줄을 이어받은 캐나다인으로서 한인 각자가 대표성을 가지고 캐나다에게 "Thank you"라고 말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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