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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화위지(橘化爲枳)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8-02 10:13

귤화위지(橘化爲枳)란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기후와 풍토가 달라 탱자로 되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이다.

풀과 나무들도 살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한국의 나무와 꽃들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이곳의 풀과 나무들을 보며 ‘귤화위지’의 고사가 떠 올랐다. ‘같은 나무인데, 같은 풀인데... 자라는 모양이 다르고 성질이 달라진다?’

돌연변이와 같이 아예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귤나무를 강북에다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한국에서 보던 풀과 나무들이 이곳 밴쿠버에서는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라운드 커버(ground cover)라고 하는 지피식물의 한 종류로 세덤(Sedum, 영어발음으로는 씨~덤에 더 가깝다)이라는 식물이 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 심토(흙의 깊이)도 낮고 선인장과 같이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물을 잘 저장하고 찾아가는 성질이 있으며, 번식속도 또한 빨라 한국에서는 주로 옥상용 조경식물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식물이다.

옥상조경에는 건물이 받는 하중을 최소한 낮춰주어야 하고 물관리 또한 손쉬워야 하는데 이 세덤이라는 식물은 딱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봄나물로 잘 알려진 ‘돌나물’도 바로 이 세덤의 한 종류이다.

이렇게 각광받는 세덤도 한국에서는 관리가 힘든 계절이 있다. 바로 장마철이다. 공중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이지면 콩나물처럼 길게 웃자랐다가 다시 나온 뜨거운 햇살에 잘 녹아 내린다. 다시 살아날 경우가 많지만 때론 그대로 ‘전멸’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전멸’은 아니라도 한동안 모양이 흉해 관상 가치를 잃기도 한다. 여기 오기 전까지 세덤은 습도에 민감하다고 알고 지냈는데 이 곳 밴쿠버에와서 보니 주구장창 내리는 겨울비에도 끄떡없이 잘 견디는 세덤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세덤뿐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나무와 풀들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잔디의 생육방식과 관리법도 그렇고 큰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다소 차이가 난다. 어찌보면 참으로 당연한 일인데도 지내면 지낼수록 ‘환경의 차이’라는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환경이 바뀌니 자라는 모습도 달라지고 꽃피는 시기도 달라진다. 삶의 환경이 바뀌니 달라지는 내 생각과 모습도 풀과 나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귤화위지.

나무나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변하는 건 똑 같다.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태평양 건너 머나먼 타국 땅 새로운 환경에서 자리잡아 살아가는 귤나무다. 하지만 이 땅에 옮겨와 쓸모 없는 탱자로 변할 지, 더 좋은 귤나무로 변할 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식물들과는 다른 점일 것이다.

탱자로 변할 것인가. 귤나무로 남을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Andy's Landscap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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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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